삶의나침반

논어[74]

샌. 2014. 3. 14. 09:54

선생님 말씀하시다. "자그마한 고을에도 나만큼 성실한 사람은 있겠지만, 나만큼 학문을 좋아하지는 않을거다."

 

子曰 十室之邑 必有忠信如丘者焉 不如丘之好學也

 

- 公冶長 16

 

 

'호학(好學)'을 우리말로 옮기면 어떻게 될까? 단순히 '학문을 좋아함'이나 '배우기를 좋아함'이라고 하면 뭔가 미흡하다. 호학에는 더 깊은 뜻이 숨어 있다고 본다. 그렇지 않다면 공자가 호학하는 사람을 자신과 안회로만 제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호학은 행(行)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논어> 첫머리에서 '學而時習之'라고 했을 때, '학(學)'과 '습(習)'이 나누어질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실천되지 않는 배움은 의미가 없다. 그러므로 배운 그대로를 생활로 옮기는 태도야말로 호학의 기본 정신이다.

 

입시 준비를 하는 학생이나 고시촌 풍경을 호학이라고 할 수 있을까? 호학은 참인간이 되기 위한 공부며 정진이다. 좁게는 자아의 완성을 지향하는 것이고, 넓게는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연구 분투다. 개인적 야망이나 이익, 출세를 위한 공부를 호학이라 할 수는 없다. 호학하는 사람은 부귀공명과는 다른 길을 걷는다.

 

나에게는 공자를 연상할 때 떠오르는 단어 중 하나가 이 '호학(好學)'이다. 호학은 그저 방안에 앉아 공자왈 맹자왈만 읊는 게 아니라, 현실 속으로 뛰어들어 좋은 세상을 만들려는 의지와 노력을 포함한다. 공자의 개혁 정신이 아쉬운 건 사실이지만, 공자의 14년 유랑 생활도 호학의 하나였다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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