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딱 / 최재경

샌. 2014. 5. 25. 09:14

아버지는, 밥상머리에서

밥을 복 나가게 먹는다고 수저로 대갈빡을 때렸다

말로 해도 될 것을

쳐다보았더니, 대든다고 또 때렸다

"딱" 어지간히 익은 소리가 났다

엄마도 모르게 은수저를 내다버렸다

다음날도, 지금까지도

아무도 더는 물어보지 않았다

열대여섯쯤 되던 해였다

지금도, 그 자리를 만져보면

대갈빡에서 "딱" 소리가 난다

복이 나갔는지 들어왔는지 알 수가 없다

 

- 딱 / 최재경

 

 

맛있게 밥을 먹는 자식 쳐다보는 것만큼 큰 기쁨도 없다. 부모의 마음이다. 나 역시 자식 키울 때 그랬다. 자주 야단친 게 아이들의 식사 태도였다. 젓가락으로 밥알을 세며 밥을 먹는다든지, 꼭 한 숟가락을 남기는 버릇 등, 속이 상한 게 많았다. 어느 날은 이 시에 나오는 아버지가 되었다. 가끔 아내가 그때의 사건을 상기시켜 준다. 아이도 기억하고 있는지 물어보지는 못했다. 만약 잊지 않았다면 마음의 상처로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이 시를 보니 괜히 미안하고 뜨끔해진다. 내 은수저가 사라지지는 않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