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10월 23일

샌. 2014. 10. 24. 13:27

어제 10월 23일은 우리 가족에게 특별한 날이었다. 큰일의 결말 두 개가 같은 날 동시에 일어났다. 묘하게도 시간까지 겹치면서 더 노심초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두 일 모두 연초에 시작하여 똑같은 십 개월을 필요로 하면서 같은 날 같은 시간에 끝을 맺었다. 우연이라면 참 묘한 우연이었다.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다행히 둘 다 결과가 좋았다. 하나는 축하할 일이건만 다른 쪽이 걸려 밝게 웃을 수만은 없었다. 그래도 이제야 긴 터널을 빠져나온 느낌이다. 그동안의 드러내지 못한 고뇌를 어찌 말로 할 수 있으랴. 특히 아내가 더했다. 불면증이 심해져 밤을 꼬박 새우는 날이 이어졌다.

 

한 해를 돌아보며 파란만장했다는 말을 쓰는데 그동안은 실감할 수 없었다. 그만큼 편하게 살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올해는 안 그렇다. 정말 진하게 망년회라도 해야 할 것 같다. 이제 한고비는 넘어갔다. 물론 모든 게 끝난 건 아니다. 산 넘어 산이라는 말이 있듯 인생살이에서 어디 힘들지 않은 때가 있던가. 안도의 한숨을 쉬고 나면 또 다른 불청객이 대기하고 있는 게 사람살이다. 버티고 견뎌낼 뿐이다.

 

자식 출가시키고 나면 저희는 저희끼리, 우리는 우리끼리 오순도순 살 줄 알았다. 그러나 웬걸, 신경써야 할 건 왜 이리 많이 생기는가. 노년 근심의 대부분이 자식이다. 자식 일 마음대로 안 되고, 큰소리치는 것도 절대 아니다. 내일 일을 모르는 게 인생이다. 둘째는 제 자식 뒷바라지해 달라고 옆으로 이사를 온단다. ㅋㅋ 우습다, 이런 건 내 시나리오가 아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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