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이 땅의 주인

샌. 2014. 11. 6. 09:29

나 같이 머리 나쁜 사람은 아무리 애써도 이해 안 되는 게 있다. 나라의 전시작전통제권을 다른 나라에 주어놓고는 되찾아올 줄을 모른다. 도리어 사정을 하면서 우리 군대를 지휘해 달라고 부탁한다. 그래서 2020년대 후반까지 환수를 연기해 놓았다. 그걸 자랑이라고 협상을 잘했다고 한다.

 

전쟁이 났을 때 자기 군대 통솔도 못하는 나라가 주권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비상시에는 미국 장군인 한미연합사령관이 우리의 주인이 된다. 미국의 허락이 없으면 군대를 움직일 수 없다. 예를 들어, 옛날 삼국시대 신라에 당나라 군대가 주둔하고 당나라 장수가 신라군을 지휘하며 전쟁을 치른다면 우리는 신라를 어떤 나라로 평가할 것인가. 생존의 위기에 몰렸을 때는 외세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고 자립할 수준이 되었는데도 외국군의 주둔을 자청하고 지휘권을 맡긴다면 문제가 있다. 국가 안보를 빌미로 기득권을 지키려는 지배 세력을 비난하지 않을 수 없다.

 

남북간의 경제력 격차는 이미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벌어졌다. 내가 알기로 우리나라 국방비는 북한의 일 년 예산보다 많다. 재래식 무기 개수나 비교하며 북한의 위협을 과장하는 것은 객관적이지 않다. 1960년대부터 자주국방을 외쳤는데 아직까지 남의 군사력에 의지해야 할 정도로 허약하다면 그동안 나라를 이끈 지도자는 마땅한 책임을 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한국전쟁 이후 평시작전권도 갖지 못했다. 평시작전권은 1994년 김영삼 정부 때 돌려받았다. 주권이 없는 나라라고 욕해도 할 말이 없었다. 노무현 정부 때 한미 양국은 전시작전권을 2012년에 환수하는 걸로 합의했다. 이때도 군부와 보수 세력의 거센 반발이 있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때 2015년으로 미루더니 이 정권은 다시 10년 뒤로 연기했다. 말도 안 되는 걸 가지고 떼쓰는 어린애 같다.

 

전시작전권 환수 연기와 남북간 긴장의 지속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 같다. 긴장 없이는 작전권 환수를 연기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그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엄청난 액수의 쇳덩어리를 사와야 하고, 이런 과정에서 이득을 취하고 웃을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남북간 화해와 통일을 바라는 않는 세력이 존재하는 것 같다. 남쪽이나 북쪽 다 마찬가지다. 민족의 미래와 평화로운 한반도를 바란다면 결코 이런 식의 정책을 펼 수는 없다. 저희들 멋대로 장난질 치는 꼴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난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모르겠다. 쓸개 빠진 건지, 교활한 건지, 아니면 정말 우국충정으로 가득해서 그러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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