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꼰대는 되지 말자

샌. 2015. 2. 12. 10:52

얼마 전에 굉장히 불편한 사람을 만났다. 벽창호를 대하듯 말이 안 통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전형적인 꼰대 타입이었다. 사전에서 꼰대는 '학생들의 은어로 선생님, 아버지, 늙은이를 가리키는 말'로 나와 있다. 옛날 우리 때는 잘 썼는데 요사이 아이들도 사용하는지는 모르겠다.

 

꼰대의 특징을 내 나름대로 정리해 보았다.

 

1. 자기 세계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고 고집이 세다. 자기의 잣대로 세상과 사람을 판단한다. 자기 기준에 맞으면 옳은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틀린 것이다. 흑백 논리로 내 편, 네 편을 가른다.

 

2. 일반적으로 보수주의자에 꼰대가 많다. 옛것과 자신의 경험을 중요하게 여기고, 젊은 세대의 자유와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젊은이들한테서 고리타분하고 고집불통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3. 가치관이 세속적이다. 출세와 명예, 학연이나 지연을 중요시한다. 높은 자리에 오르든, 돈을 많이 벌든, 가문의 명예를 높이는 게 자신의 사명이라 생각한다. 대신에 형이상의 세계에는 관심이 없다.

 

4. 강한 자에겐 약하고, 약한 자에겐 강하다. 권력자의 그늘에 들어 굽신거리지만, 자신보다 힘이 없는 사람은 깔본다. 나이가 적은 사람은 교화나 가르침의 대상이다.

 

5. 반성이나 성찰이 부족하다. 그러니 부끄러움을 모르고 뻔뻔하다. 의리 있고 자신감이 넘치는 건 좋으나 교만하다. 배려나 관용의 정신과는 거리가 멀다.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늙은이들 중에 이런 사람 많다. 대부분 알아서 피해왔기 때문에 만나지 않은 것이다. 만나더라도 서로 조심한 탓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그러나 제 속내를 여과 없이 밝힌다면 마찰은 불가피하다. 그 사람이 그랬다. 화를 낸 것도 오랜만이었다.

 

사람의 생각은 참 다양하다. 별스런 생각을 가진 사람도 많다. 다 좋다. 그러나 꼰대는 되지 말아야겠다. <논어>에 나오는 '소인'이 성찰 없이 늙으면 꼰대과가 된다. 어떻게 나이 드는지에 대해 항상 조심해야 한다. 꼰대 본인은 정작 모를 것이다. 아마 제가 세상에서 제일 똑똑하고 잘 났다고 자부할지 모른다. 무척 불쌍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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