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글쓰기

샌. 2015. 3. 12. 10:26

글을 쓴다는 건

바다를 '파도 공장'이나 '깊이 더하기 넓이'라고

멋을 부려 표현하는 게 아니라,

바다를 바다라고 말하는

용기를 내는 것이다.

 

정철 씨의 책을 읽다가 무릎을 쳤다. 글쓰기가 무엇인지 명쾌하게 말해주기 때문이다. 비유나 수사는 곁가지일 뿐 사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글쓰기다. 바다를 바다라고 말하면 된다. 진실은 힘이 세다. 진심이 담긴 글이 사람에게 감동을 준다.

 

글은 꾸밈이 아니다. 제 생각과 느낌을 들여다보고 진솔하게 기록하면 된다. 그런 점에서 일기가 글쓰기의 본령에 제일 가깝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술수를 부릴 필요가 없다. 편안한 글쓰기가 가능하다.

 

블로그에 10년 넘게 글을 써 오고 있지만 자주 글쓰기의 뜻을 망각한다.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아름답게 꾸미려 하고, 부끄러운 건 감추고 사실을 왜곡한다. '~인 체' 하려면 차라리 안 쓰는 게 낫다. 무엇보다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게 첫째다.

 

글은 자기의 뜻을 드러내면 된다. 밤골에서의 좌절이 블로그를 시작한 계기가 되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아프고 속상한 마음을 드러내는 행위라는 연암의 말은 옳다. 연암은 글쓰기를 발분저서(發憤著書)라고 했다.

 

바다를 바다라고 말하기는 쉽다. 그러나 쉬워 보이기 때문에 어렵다. 아는 건 안다고 하고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하는 것, 글쓰기도 그렇지 않을까. "글을 쓴다는 건 바다를 바다라고 말하는 용기를 내는 것이다." 명심해야 할 금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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