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익어 떨어질 때까지 / 정현종

샌. 2015. 7. 17. 13:19

기다린다, 익어 떨어질 때까지,

만사가 익어 떨어질 때까지,

(될성부른가)

노래든 사귐이든,

무슨 작은 발성(發聲)이라도

때가 올 때까지,

(게으름 아닌가)

익어

떨어질

때까지,

 

- 익어 떨어질 때까지 / 정현종

 

 

늘그막이 되어 좋은 점은 느긋이 기다릴 수 있는 마음의 여유다. 되면 좋고, 안 되어도 그만이다. 뚜렷한 목표가 없는 것이 마음을 편하게 한다. 과실나무가 있는 것은 꼭 익은 과실을 얻기 위함은 아니다. 잎도 좋고, 꽃도 좋고, 새파랗게 달리는 열매도 좋다. 그리고 달콤한 맛도 보게 될 것이다. 기다리지 않아도 언젠가는 온다. 그것이 제대로 익는 것이다.

 

 

'시읽는기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조요(撲棗謠) / 이달  (0) 2015.07.29
일흔 살의 인터뷰 / 천양희  (0) 2015.07.23
여름에는 저녁을 / 오규원  (0) 2015.07.09
야호! / 이종문  (0) 2015.06.29
나무가 할 일 / 박노해  (0) 2015.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