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논어[156]

샌. 2015. 9. 2. 10:18

선생님이 병석에 누웠을 때 자로가 제자들로 신하처럼 꾸미려고 하였다. 병이 웬만하자 이 사실을 알고 말씀하시기를 "진작부터였던가. 유가 속임수를 쓴 것은! 신하도 없으면서 신하를 만들다니, 내가 누구를 속일까! 하늘을 속인단 말이냐? 나야 거짓 신하들의 손에서 죽는 것보다는 몇 사람 제자들의 손에서 죽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기야 훌륭한 장례는 못 지낼망정 길가에서 죽기야 할라구!"

 

子疾病 子路使門人爲臣 病間曰 久矣哉 由之行詐也 無臣而爲有臣 吾誰欺 欺天乎 且予 與其死於臣之手也 無寧死於二三子之手乎 且予縱 不得大葬 予死於道路乎

 

- 子罕 10

 

 

"그래, 자로의 생각이 기특하구나. 천하에 내 죽음을 알리고 이왕이면 거창하게 장례를 치르도록 하라." 설마 공자가 이렇게 말할 리는 없을 것이다. 거짓으로 신하를 꾸며 치르는 장례는 공자에게 치욕이 될 게 분명하다. 허례는 당사자보다는 남아 있는 자들의 욕심에서 나온다. 자로의 심정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그의 언행을 보면 자로는 말년에 이르도록 스승의 진의를 파악하고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

 

두셋 제자들의 손에서 죽기를 바라는 공자의 모습이 소박하다. 이게 실제 공자의 참모습이다. 정치로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꿈을 꾸었지만 실패하고 고향에 내려와 제자들을 가르치는 데서 삶의 보람을 느꼈을 공자다. 그러기에 인류의 스승으로 추앙받고 있다. <논어>을 읽으면서 늘 비교되는 게 <장자>다. 죽음을 맞는 태도에서도 둘은 차이가 난다. 공자는 말한다. "훌륭한 장례는 못 지낼망정 길가에서 죽기야 할라구!" 이 말을 들으면 장자는 코웃음 칠 것이다. 스케일로 보면 아무래도 장자가 공자보다 한 수 위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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