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태백산에 오르다

샌. 2015. 9. 15. 11:43

 

강원도에 간 둘째날, 홀로 시간을 내어 태백산에 올랐다. 그동안 이상할 정도로 태백산에 오를 기회가 없었다. 이번에도 가족과 함께 한 길이었지만 따로 빠져나오지 않았다면 태백산은 다음으로 미루어졌을 것이다. 그래서 미룬 숙제를 하나 해결하듯 가뿐한 마음으로 오를 수 있었다.

 

태백산 등산 시작점은 유일사, 백단사, 당골이 있는데 원점 회귀로는 비교적 긴 편인 당골을 골랐다. 당골에서 천제단, 문수봉을 거쳐 하산하는 다섯 시간 정도 걸리는 순환 코스다. 태백산은 1,500m급이지만 출발 지점이 고도가 높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당골 광장에서 출발하면 반재 밑까지 계곡과 함께 한다. 가을 아침의 청량한 계곡 물소리가 마음까지 시원하게 씻어주는 듯 했다. 일출을 보고 내려오는지 하산하는 등산객이 많았다.

 

 

길 옆에 있는 호식총(虎食塚)이 특이했다. 호환(虎患)을 당한 사람의 무덤이다. 불과 백여 년 전만 해도 태백산맥에는 호랑이가 많았고 호랑이에 물려간 화전민의 수도 부지기수였다고 한다. 사람이 호랑이에 잡아 먹히면 창귀가 되어 호랑이의 종이 되는데, 창귀는 다른 사람을 유인하여 호랑이에게 잡아 먹히게 하고 나서야 호랑이의 종에서 벗어난다고 믿었다. 그래서 이런 돌무덤을 쌓아 창귀를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정상 가까이 가도 길은 넓고 평탄하다.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는 산이 태백산이다. 물병 하나 들고 뒷산 산책하는 복장으로 지나는 사람도 있다.

 

 

태백산에는 꽃들이 많다.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게 투구꽃이었다.

 

 

천제단 바로 아래에 있는 절, 망경사(望鏡寺).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고도에 있는 사찰이라고 한다. 여기서 커피 한 잔을 뽑아 마시며 잠시 쉬었다. 달고 따스한 게 들어가니 원기가 솟았다.

 

 

망경사에서 바라본 동쪽 방향. 가야 할 문수봉이 가운데 우뚝 솟아 있다.

 

 

 

 

천제단(天祭壇, 1560m)은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설치한 제단이다. 단군조선시대까지 올라갈 정도로 연원이 오래되었다. 신라에서도 태백산을 북악(北岳)이라 하고 제사를 받들었다. 태백산은 중국으로 치면 태산에 비교할 수 있을 것 같다. 천제단 위로 펼쳐진 광활한 가을 하늘이 멋있었다.

 

 

밑으로 내려오니 하단(下壇)으로 부르는 또 다른 제단이 있다. 태백산에 있는 3기의 천제단 중 하나라고 한다. 각각의 이름은 천왕단, 장군단, 하단이다.

 

 

 

태백산 주목.

 

 

정상부의 단풍나무는 벌써 붉은 물이 들기 시작했다.

 

 

천제단에서 문수봉으로 가는 능선길은 평탄하면서 부드러웠다. 꽃밭 때문에 여러 차례 머뭇거렸다.

 

 

문수봉은 큰 돌 무더기로 되어 있다. 저 멀리로 묵고 있는 숙소가 보였다.

 

문수봉에서 10분 정도 가면 제당골을 따라 당골로 내려가는 하산길이 나온다. 습하고 음침한 길이 1시간 넘게 이어졌다. 광장에 다다르니 햇살이 환했다.

 

* 산행 시간: 6시간 30분(9:00~15:30)

* 산행 거리: 11.5km

* 산행 경로: 당골 광장 - 반재 - 천제단 - 부쇠봉 - 문수봉 - 당골 광장

 

※ 100명산 오르기  -62

 

 

이번 2박 3일 강원도 길에서 묵었던 태백의 '오투 리조트'.

 

 

밤에 밖에 나서니 숙소의 불빛에도 불구하고 별이 많이 보였다. 별자리를 기억하려 하지만 세월 탓에 거의 다 잊어버렸다. 옛날 별 찾아 밤을 지새우던 때가 아련하게 떠올랐다. 부실하지만 똑딱이 카메라를 꺼내 밤하늘을 찍어 보았다.

 

 

 

돌아오는 길에 예정에 없던 영월 선암마을에 들렀다. 어디 가려거나 식사를 하려고 해도 손주가 잠자면 그냥 통과해야 했다. 손주는 어찌할 수 없는 우리의 VIP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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