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백조 / 메리 올리버

샌. 2015. 12. 8. 10:19

넓은 물 가로질러

무언가 떠

오네- 가냘프고

섬세한

 

배, 흰 꽃들

가득한-

불가사의한 근육들로

움직이네

 

마치 시간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런 선물들을

메마른 기슭에 가져다주는 것이

감당하기 벅찬

 

행복인 것처럼.

이제 검은 눈을 돌리고,

구름 같은 날개를

가다듬고,

 

암회색

정교한 물갈퀴발을

끌며 오네.

곧 여기 닿겠지.

 

오, 나 어떻게 할까?

저 양귀비 빛깔 부리

내 손에 닿으면

시인 블레이크의 부인이 말했지

 

남편과 함께 있고 싶어요-

그이는 너무 자주

천국에 있어요.

물론! 천국으로 가는 길은

 

평범한 땅에 있지 않아.

상상력 속에 있지

네가 이 세상을

인지하는,

 

그리고 네가 세상을 찬미하는

몸짓들에.

오, 나 어떻게 할까, 무슨 말을 할까, 저

흰 날개들

기슭에 닿으면.

 

- 백조 / 메리 올리버

 

 

자연을 대하는 메리 올리버의 시각에 경탄한다. 그녀가 글을 쓰면 대상 하나하나가 보석처럼 반짝이며 살아난다. 자연을 노래하는 것을 넘어 모든 존재와의 영혼의 소통이 이루어진다. 시에서 말하는 것처럼 천국으로 가는 길은 우리가 이 세상을 인지하는 상상력 속에 있음을 실감한다. "오, 나 어떻게 할까?" 이 한 마디가 모든 걸 나타내고 있다. 이 설렘과 신비감은 결국 마음의 풍경이다.

 

올리버는 자신의 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내 시들은 모두 야외에서, 들판, 해변, 하늘 아래서 쓰였다. 마무리까지 되진 않았을지라도 적어도 시작은 야외에서 이루어졌다. 내 시들은 강의가 아니다. 중요한 건 시인이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만들어내는 것이다. 독자가 시가 던진 질문을 받아들이고 그것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하면 '백조'는 기대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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