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아무래도 괜찮아

샌. 2016. 3. 31. 12:30

늙으면 무슨 재미로 살까, 라고 젊었을 때는 생각했다. 그러나 나이 들어보니 다른 세계가 열린다. 늙으면 늙은 대로 맛이 있다는 걸 젊은 시절에는 알아챌 수 없다. 인간은 적응력이 무척 뛰어난 동물이다. 몸이 아파도 처음에는 저항하지만 이내 받아들인다. 나이 드는 것도 마찬가지다.

 

체력이 떨어지고 다리 힘이 없어지면 가고 싶은데도 가지 못한다. 어디든 쏘다닐 수 있는 젊은이로서는 불쌍하게 보일 수 있다. 그런데 그 나이가 되면 다니고 싶은 의욕이 사라진다. 모든 것에 심드렁해지니 멀리 못 나가도 아무렇지 않다. 동정을 받을 이유가 없다. 대신에 다른 즐거움이 생긴다. 좋게 말하면 관조의 편안함이다.

 

몸은 늙어가는데 마음은 청춘이라고 자랑하는 사람이 있다. 별로 내세울 게 아니다. 몸이 늙으면 마음도 늙어야 정상이다. 그렇지 않으면 몸과 마음 사이에 갈등이 일어난다. 하고 싶은 건 많은데 몸이 말을 듣지 않으면 얼마나 쓸쓸할 것인가. 버릴 건 버려야 하고, 포기할 건 포기해야 한다.

 

나이 든다는 건 체념과 익숙해지는 일이다. 체념(諦念)이 결코 부정적인 말이 아니다. 체(諦)는 '살핀다'는 뜻으로, 체념은 원래 불교 용어로 '깨달은 마음'이다. 세상 이치를 깨닫고 나면 무엇에도 마음 둘 일이 없다는 걸 알게 된다. 즉, 아무래도 괜찮다. 늙으면 늙은 대로, 아프면 아픈 대로 다 좋다. 죽음조차도 거부할 일이 없다.

 

환갑이 지나니 몸 여기저기서 삐걱거리는 신호가 들린다. 시간은 규칙적으로 연속하여 진행하지만 체감 나이는 불연속적이다. 확 늙어가는 때가 있다. 그 고비를 넘기면 당분간은 평탄하게 진행된다. 내리막 계단의 시기에 내 마음가짐이 어떠해야 할까를 생각해 본다. 어떤 일이 일어나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

 

영화 '세 얼간이'에 보면 란초가 주문처럼 외우는 말이 있다. '알이즈웰'이다. 'All is well'이니 '걱정하지 마' '다 잘 될 거야'라는 뜻이다. '아무래도 괜찮아' 쯤으로 이해해도 무난할 것이다. 걱정한다고 일어날 일이 일어나지 않는 건 아니다. 미래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어. 아무래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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