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논어[194]

샌. 2016. 5. 10. 10:21

자공이 정치에 대하여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식량이 넉넉하고, 군비가 충실하고, 백성들이 믿게 되어야 한다." 자공이 말했다. "할 수 없을 경우에 이 셋 중에서 어느 것을 버릴까요?" "군비를 버리지." 자공이 말했다. "할 수 없을 경우라면 이 둘 중에서 어느 것을 버릴까요?" "식량을 버리지. 옛날부터 사람이란 죽게 되어 있는 것이지만 백성들은 믿음 없이는 지탱 못한다."

 

子貢 問政 子曰 足食 足兵 民信之矣 子貢曰 必不得已而去 於斯三者 何先 曰 去兵 子貢曰 必不得已而去 於斯二者 何先 曰 去食 自古皆有死 民無信不立

 

- 顔淵 6

 

 

당시 춘추전국 시대 상황으로 볼 때 공자의 이 말씀은 상당히 파격적이다. 군사력이 없으면 나라가 버텨낼 수 없는 약육강식의 시대였다. 경제, 국방, 믿음 중 제일 먼저 버려야 할 것은 국방이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백성의 믿음을 얻는 정치를 하라는 것이다. 이런 때는 현실주의자가 아닌 이상주의자로서의 공자의 모습을 본다. 현실 정치를 바꾸려고 천하를 주유한 공자가 지배층으로부터 경원시 당한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 동시에 시대를 초월하여 공자의 말씀에 귀 기울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경제, 국방, 믿음 중 무엇을 우선 가치에 두느냐에 따라 선악의 구분이 가능하지 않을까. 국방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이웃이 있다. 반면에 서구 국가는 정부와 국민 간의 신뢰가 대체로 높다. 2014년 기준으로 스위스는 75%이고, 우리나라는 34%로 26위였다.

 

오늘 우리 시대의 제일 가치는 경제다. 잘 살게 해 준다면 간이라도 꺼내줄 듯하다. 대신 정부나 정치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이다. 통계에 나온 34%도 과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정치인이 여론에 신경을 쓰기는 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저들은 국민의 마음을 얻으려 하기보다 여론을 조작하려는 속내를 가지고 있다. 사기 치려는 것은 금방 들통난다.

 

정치의 근본이 믿음이라는 공자의 말씀은 그래서 귀하다. 신뢰가 깨지면 공동체는 깨진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정치 시스템이 좋아도 결국은 사람이다. 2천여 년 전 공자의 꿈은 아직도 요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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