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고향집에서

샌. 2016. 5. 25. 15:31

 

고향집 아침은 새소리에 잠이 깬다. 마당에 있는 나무가 자기네 놀이터인 듯 지저귄다. 참새가 많고, 딱새와 색깔이 고운 이름 모르는 새도 있다. 함께 어울리지는 않고 순서대로 찾아와 저희들끼리 논다. 떠오르는 태양을 향한 경배 의식과도 같다. 그 외 닭소리, 개 짖는 소리, 멀리 산새 소리도 들린다. 도시에서 살다가 이런 아침을 맞으면 신기하고 행복하다. 이렇게 살아야 하는데, 라는 생각을 잠시 한다.

 

부지런한 어머니는 텃밭에서 바쁘다. 어머니를 뵐 때마다 감사하게 된다. 비슷한 나잇대의 친척이나 이웃분에 비하면 제일 정정하시다. 지금까지 병원에 입원한 적 없고, 건강 문제로 자식들 걱정하게 한 적도 없다. 농사일로 평생을 보내시며 다섯 남매를 키우셨다. 너무 억척스럽게 일한다고 핀잔도 많이 받았는데, 그때마다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한다고 자신하셨다. 내 체력으로는 현재 어머니 노동의 반의반도 못 따라간다.

 

주변에 아픈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어제까지 건강했던 사람이 병실에 누워 있다. 고통에 힘들어 하는 얼굴을 마주 보기가 어려웠다. 부디 건강 조심하라는데, 조심한다고 어디 될 일이던가. 처음으로 그분의 눈물을 보았다. 인생살이가 허망하다. 감사합니다, 라고 할 염치도 없다. 나는 그저 운이 좋았을 뿐임을 안다.

 

서울에 올라오셨던 어머니를 고향에 모셔다 드리고 왔다. 어머니는 우리집에서 2박을 하셨다. 함께 사는 것이 꼭 효도가 아니란 걸 이번에 다시 확인했다. 어머니도 공감하셨을 것이다. 지나친 책임감은 도리어 화를 불러올 수 있다. 어차피 인간은 주어진 제 몫의 삶을 살아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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