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관작루에 오르다 / 왕지환

샌. 2016. 7. 3. 10:06

붉은 해는 산을 의지해 다하고

누런 강은 바다로 들어가 흐르는데

천리 더 멀리 바라보고자

다시 더 한 층을 올라가네

 

白日依山盡

黃河入海流

欲窮千里目

更上一層樓

 

- 登관雀樓 / 王之渙

 

 

대칭의 조형미에서 우리는 아름다움을 느낀다. 우주의 기본 속성이 대칭성이다. 과학자들도 자연의 대칭성을 주목한다. 거시나 미시 세계 모두에서 발견되는 현상이다. 한시가 아름다운 건 대칭의 미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율시의 생명은 대구(對句)라고 한다. 이 시가 좋은 예다.

 

왕지환은 당나라 때 시인이다. 이 시는 간결하고 쉽다. 은유도 무슨 의미인지 금방 눈에 들어온다. 인간적 완성을 위해 노력하는 시인의 의지가 읽힌다. 세월은 흐르고 몸은 늙어가지만, 앞으로 나아가려는 정신만은 쇠하지 않는다. 인생은 쉼없이 배우고 정진하는 데서 의미가 생긴다. 얼마나 높이 올라갔느냐가 문제가 아니다. 지금 내 자리에서 한 발 앞으로 내딛는 것, 그것이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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