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이 느림은 / 정현종

샌. 2016. 9. 18. 09:59

이 느림은,

 

'진짜'에 이르기 어려워

 

그건 정말 어려워

 

미루고 망설이는 모습인데

 

앎과 느낌과 표정이

 

얼마나 진짜인지에 민감할수록

 

더더욱 느려지는 이 느낌은....

 

- 이 느림은 / 정현종

 

 

그러고 보니 '느림'과 '느낌'이라는 두 단어는 많이 닮아 있다. 진짜 느낌은 느리게 찾아온다는 뜻인지 모른다. 알게 될수록 주저하고 망설이게 되고, 진짜 앎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도덕경> 15장에 옛 성인을 묘사한 이런 말이 나온다.

 

古之善爲士者 微妙玄通 深不可識 夫唯不可識 故强爲之容 豫兮 若冬涉川 猶兮 若畏四隣 儼兮 其若客.....

 

도를 체득한 훌륭한 옛사람은

미묘현통하여 그 깊이를 알 수 없었습니다.

알 수 없으니

드러난 모습으로 억지로 형용을 하자면

겨울에 강을 건너듯 머뭇거리고

사방의 이웃 대하듯 주춤거리고

손님처럼 어려워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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