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다시 태어나도 우리

샌. 2018. 1. 21. 11:36

 

라다크를 무대로 하는 다큐멘터리 두 편을 최근에 보았다. 하나는 KBS에서 방송된 '순례' 1편인 '안녕, 나의 소녀 시절이여'이었고, 두번째가 이 영화 '다시 태어나도 우리'였다.

 

'안녕, 나의 소녀 시절'은 라다크에 살고 있던 한 소녀가 승려로 출가하고 수행하는 과정을 통해 삶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하도록 만드는 프로그램이었다. 영상미가 특히 아름다웠다.

 

이 영화 '다시 태어나도 우리' 역시 린포체로 지명 받은 앙뚜라는 소년이 승려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앙뚜의 곁을 변함없이 지켜주는 사람은 스승인 우르갼이다. 둘은 스승과 제자 사이의 관계를 넘어선 깊은 인간애를 나눈다. 세속의 때가 전혀 묻지 않은 사랑의 교감이다.

 

주인공은 앙뚜지만 더 끌리는 건 우르갼이다. 히말라야를 닮은 순수하고 천진한 모습, 그리고 앙뚜를 향한 지극한 정성이 부처의 마음에 다름 아니다. 순진하고 맑은 영혼이 설산의 눈보다 더 빛나 보인다. 그는 "린포체를 돌보기 위해서 이 생을 살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 진정성이 어린 영혼을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 지식으로는 줄 수 없는 것들이다.

 

'다시 태어나도 우리'는 진심(眞心)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보여주는 영화다. 가심(假心)이 판치는 세상이라 더욱 그렇다. 인간을 효용성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이 인간 관계를 얼마나 왜곡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

 

이 영화는 두 사람을 9년 동안 옆에서 지켜보며 찍었다고 한다. 인간의 원초적인 선한 마음을 발현시키는 데 종교의 역할이 있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해 본다. 앙뚜와 우르갼, 해맑은 둘의 미소와 눈물이 오래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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