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읽었구나! / 양애경

샌. 2022. 7. 24. 11:04

혜린이니 다혜니 하루에도 서너 건씩

비아그라 성인 음란광고가 이메일에 쌓여서

스팸신고 하다 하다 못해

5년 만에 답장을 했다

 

"저는 육십이 다 된 여자예요. 정력제 광고는 그만해주세요."

그 뒤, 이메일 제목이 달라졌다

 

비아그라 / 여성흥분약품 프리미엄 성인쇼핑몰 해외직수입 정품

 

아직 '여성흥분약품'이 남았구나, 그렇다면

"육십이 넘었다니까요."

이렇게 다시 답장을 해야 하나, 하다가

 

그나저나 신통방통하다

내 답장을 읽었구나!

 

누굴까 그 사람.

 

- 읽었구나! / 양애경

 

 

나는 아예 모르는 이름의 발신 메일은 읽지를 않고 삭제한다. 열어봐야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긴요한 메일까지 삭제해서 낭패를 겪기도 한다. 가뭄에 콩 나듯 하지만 블로그에도 댓글이 달린다. 반가워서 열어보면 반 정도는 비아그라 같은 정력제 광고다. 성가셔서 한 때는 댓글창을 닫기도 했다. 지금은 열어두고는 있지만 승인 절차를 거치게 했다. 나름대로의 필터링이다. 포털 본사에서 걸러줬으면 좋겠지만 그게 잘 안 되는 모양이다.

 

여름 산모기처럼 징그럽게 달라붙는 이런 광고 역시 우리 시대의 상징일 것이다. "나는 일흔이 넘었어요. 쓸데없이 애쓰지 말고 그만 보내세요." 나도 이런 답장을 해 볼까. 그럼 어떤 답신이 올까. 혹시 저쪽은 사람이 아니라 AI가 아닐까. 그것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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