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겨우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기분이다. 요사이 사는 게 그렇다. 가르치는 일이 재미있었던 적은 없었지만 지금처럼 밍밍한 적도 없었다. 아니, 밍밍한 정도가 아니라 지겹고 싫다. 누구 말대로 수업종이 울리면 도살장에 끌려가는 늙은 소의 심정이다. 생각 같아서는 지금 당장이라도 그만 두고 싶다. 왜 이렇게 되었나? 제대를 앞둔 말년 병장인 탓인가? 예전에 내가 군대생활 할 때는 제대 몇 개월 전부터는 일과에서 열외가 되는 게 관례였다. 군기가 빠진 정신 상태로 훈련을 받다가는 사고를 일으키기 십상이니 예방 차원도 있는 셈이었다. 군대건 사회건 마지막이 되면 일에 열정이 사라지는 건 공통되는 것 같다. 그러나 이건 사람에 따라 다르기고 하다. 작년에 직장에서 정년퇴직을 한 분은 나가는 날까지 자리를 지키며 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