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핵발전소를 없애는 가장 확실한 방법

샌. 2012. 3. 17. 08:07

웬델 베리(Wendell Berry)가 1970년대 중반 핵발전소 건설 반대 운동을 할 때였다. 베리는 이 발전소가 끼칠 환경적 영향을 염려하는 사람들과 연대하며 농성을 했다. 그런데 정작 해당 지역에 살고 있던 허바드 부부는 시위에 참가하지 않았고, 항의하는 목소리를 내지도 않았다. 허바드 부부는 농부로 살며 자연주의적 삶을 실천하고 있었다. 그들은 누구보다도 핵발전소에 반대하는 사람이었다. 베리는 처음에는 의아했지만 나중에는 깨달았다고 한다. 문명이 지향하는 바와 정반대로 살면서 전기 없이도 풍요롭게 사는 것만큼 핵발전소에 근본적이고 효과적으로 반대하는 일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어느 책에서 본 내용이다.

시위하고, 여론을 일깨우고, 정책 결정자들에게 압력을 가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근본적인 것은 우리들 각자의 삶의 양식이 변하는 것이다. 핵발전소를 반대하면서 실제 생활에서는 전기를 아낌없이 소비하는 것이야말로 이율배반이다. 어떤 구호를 외치더라도 결국은 삶으로의 실천이 문제다. 이것이 각자에게 주어진 가장 어려운 과제라 할 수 있다. 전기를 쓰지 않는 것만큼 원자력 발전소를 없애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없다. 웬델 베리는 이렇게 말한다.

"악덕에 대하여 공적으로는 반대 시위를 하면서도 사적으로는 그런 악덕의 원천이 되는 생활방식에 의존하며 그것을 지지하는 삶을 산다면 그것은 분명 모순이며 위험한 일이다. 우리 사회의 유목주의와 폭력성에 반대하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영구 정착지를 정해놓고 그 안에서 평화와 무해한 삶의 가능성을 일구어야 할 의무가 있다. 산업경제의 파괴성과 낭비성을 통탄하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가능한 한 그러한 경제체제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주변부로 가서 살 의무가 있다. 그러면서 착취적인 산업에 대하여 경제적으로 독립적이며, 덜 소비하며 사는 법을 배우고, 오래 쓸 수 있는 것들을 만들며, 무의미한 사치를 포기하며, 영업사원이나 광고전문가들이 쓰는 언어를 잘 이해하고 거부하며, 솔깃할 만한 패키지 상품의 속성을 꿰뚫어보며, 패션이나 성적 매력이나 특권을 누리기 위해 돈 쓰기를 거부해야 마땅하다. 무의미함 때문에 세상이 위태롭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무의미한 즐거움을 거부하고 무의미한 일에 저항하며, 도덕적 위안에 안주하거나 전문화를 용인하는 사고방식을 포기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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