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인간, 우리는 누구인가?

샌. 2012. 6. 17. 07:50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700만 년 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나멘시스(410만 년 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370만 년 ~ 290만 년 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프리카누스(300만 년 ~ 240만 년 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에티오피쿠스(260만 년 ~ 230만 년 전)
호모 루돌펜시스(250만 년 ~ 180만 년 전)
호모 하빌리스(210만 년 ~ 150만 년 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로부스투스(190만 년 ~ 120만 년 전)
호모 에렉투스(180만 년 ~ 3만 년 전)
호모 하이델메르겐시스(60만 년 ~ 20만 년 전)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20만 년 ~ 3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20만 년 전 ~ 오늘)

원시적인 인류의 형태는 약 2백만 년 전에 아프리카에서 나타났다. 180만 년 전에 호모 에렉투스는 아프리카를 떠나 인도네시아에까지 이르렀다. 25만 년 전에는 아프리카에서 현생 인류의 신체 골격과 거의 같은 형태의 인간이 존재했으며, 12만~15만 년 전에는 완전히 동일한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10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는 아프리카 주거지를 떠나기 시작하여 공동체를 이루며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4만 년 전에 유럽, 2만 5천 년 전에 아시아, 1만 4천 년 전에는 아메리카에 진입했다. 그동안에 네안데르탈인은 소멸했고, 호모 사피엔스는 살아남아 진화를 거듭 했다. 지금까지 과학이 밝힌 인류 발생과 전개의 간단한 시나리오다.

10만 년이라는 짧은 시기에 호모 사피엔스가 전 지구를 정복하고 지금과 같은 문명세계를 건설했다는 것은 너무나 경이로운 사건이다. 10만 년 전에는 사냥이나 채집으로 생활하며 고작 돌로 만든 도구를 사용할 정도의 수준이었다. 지구 역사를 1년으로 압축할 때 인류가 처음 지구에 등장한 것은 12월 31일 오후 8시 27분경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10분 전에야아프리카를 떠났다. 근대 문명이 시작된 건 고작 2초도 되지 않는다.

호모 사피엔스의 어떤 점이 이런 걸 가능하게 했을까? 어느 과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미쳤고, 네안데르탈인은 미치지 않았다. 이것이 결정적인 차이다." 호모 사피엔스의 거역할 수 없는 호기심, 넘쳐나는 창의성, 죽음을 무릅쓴 모험심, 그리고 모종의 무분별함 등이 구인(舊人)과 다른 특징이다. 어쨌든 신인(新人)이 출현한 뒤부터 지구는 엄청나게 변했다.

헤닝 엥겔른(Henning Engeln)이 쓴 <인간, 우리는 누구인가?>는 진화적 관점에서 본 인간의 여정을 설명한 책이다. 화석과 유전학에서 나온 지식을 바탕으로 호모 사피엔스의 수수께끼를 흥미진진하게 풀어가고 있다. 인간 진화의 전체적인 조망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지은이는 인간에 내재된 악의 뿌리에 대해서도 길게 설명한다. 인간 유전자에는 과거 진화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이중나선 구조를 발견한 왓슨은 유전자가 우리에게 보내는 세 개의 메시지가 있다고 말한다. 첫째는 네 자신과 네 혈족을 돌보라. 그들에게 잘 행동하라. 둘째는 너와 혈연관계가 아닌 모든 사람에게 해가 되도록 행동하라. 셋째는 네게 이로우면 언제라도 거짓말하고 사기 치고 훔치고 죽여라. 인간은 기본적으로 철저하게 이기적일 수밖에 없다. 고귀함, 친절, 이타주의, 돕기와 같은 행동은 사회적인 맥락에서 습득되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책에서는 인류의 미래에 대해서도 예견을 한다. 컴퓨터의 능력은 조만간 인간의 수준에 다다르고 심지어는 넘어설 수도 있게 된다. 그리고 기계는 지능뿐만 아니라 자의식과 감정, 자기만의 의지를 발전시킬 것이다. 이 시점이 되면 인간의 두뇌를 컴퓨터로 스캔하여 비트 단위로 전자 회로에 저장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인간은 디지털 방랑자로 컴퓨터 속에서 삶을 유지하고 전자 지능과 결합하여 존재의 높은 형태로 도약하게 된다. 인간의 사고는 원천적으로 인간 종에 의해 창조된 기계 지능의 세계에 융합된다.

극단적으로 이런 상상도 가능하다. 유전자가 조작되는 미래에는 자외선을 보고, 박쥐처럼 초음파로 주변 환경을 탐색하거나, 심지어 전파로 의사 소통을 하는 인간을 생산해 낼지도 모른다. 부자들은 자녀의 유전자를 최상으로 만들 수 있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그렇게 못 하기 때문에 원래의 인간 모습 그대로 남아 있게 된다. 그래서 미래의 인류는 두 종류로 나누어지게 되고, 몇 세기 후에는 여러 종류로까지 분화된다. 그때 어떤 사람들은 바닷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고, 어떤 사람들은 식물처럼 빛을 양분으로 삼을 수 있으며, 또 어떤 사람들은 화성에서 얼음으로 뒤덮인 북극 지역에서도 생존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언젠가는 수십 가지의 다양한 종류로 분화된 인간들이 전체 은하계로 퍼져 나갈 것이다.

이것은 유토피아인가, 디스토피아인가? 호모 사피엔스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까? 7백만 년 전에 시작되어 아직도 그 가능성이 끝나지 않은 진화는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호모 사피엔스는 자신을 인식하고 주변 환경을 파악하고 이에 관해 동료 인간들과 의사소통할 수 있으며 미래를 설계할 능력이 있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진화가 자연적인 현상이라면 그 어떤 변화도 두려워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호모 사피엔스가 이웃과 조화롭게 지낼 줄 모르고 파괴적이라면 그 모든 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우리가 살 수 있는 주변의 세계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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