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배추를 심다

샌. 2004. 9. 5. 21:33

텃밭에 배추를 심었다.

이미 시들해진 오이와 토마토를 캐내고 거름을 약간 더 넣은 다음에 모종을 심었다.

읍내에서 배추 모종 한 판을 샀는데 120여 포기가 들어있고, 또 옆집에서 주는 모종까지 더해졌으니 약 150포기는 되는 것 같다.

우리 한 집 먹을거리로는 너무 많다는 생각도 들지만 잘 되면 도시의 주변 사람들과도 나누어 먹을 생각이다.

그러나 지금껏 작물을 가꾼 경험으로 볼 때 맛있는 배추로 자라줄 것으로는기대를 하지 않는다.

우선 시간적으로 정성이 모자란다. 일주일에 한 번씩 내려가서 물 주고 보살피는 것으로는 식물도 사랑 결핍증에 걸리는 것 같아 보인다.

일을 하는데 불현듯 작년의 일이 떠오른다.

작년에는 비가 오는 속에서 낙담한 가운데 거의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배추를 심었다.

아마도 그날 찾아왔던 아내 친구의 독려가 아니었다면 배추를 심을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심어놓기만 하고 근 한 달만에야 찾아가 볼 수 있었다. 동네와의 마찰때문에 그곳에 접근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가장 어려웠던 시기가 일 년전 꼭 이맘때였다.

그러나 지금은 날씨도 좋고 무척 즐거운 마음으로 일을 했다.

현재의 상황은 작년에 비하면 기대 이상으로 호전되어 있다. 그래도 마음은 늘 조심스럽다.

몇 년간 힘든 시기를 지나면서 배운 것이 참 많다.

당시 절망에 빠져 있었을 때 친구가 해 주던 위로의 말이떠오른다.

'하느님은 한 문을 닫으시면 다른 문을 열어 주신다.'

어떤 최악의 조건에서도 결코 희망을 놓쳐서는 안된다고 말하고 싶다. 사물에는 눈으로 보이고 마음으로 판단하는 그 이상의 비밀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배추 모종을 심으며 찾아오는 이런 저런 생각에 감회가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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