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Daughter of Dictator

샌. 2012. 11. 2. 08:44

 

 

우연히 어제 날짜 'Asianews'에서 여당 대통령 후보인 박근혜 씨를 'the daughter of a dictator'(독재자의 딸)로 소개하고 있는 걸 보았다. 자료를 찾아보니 통상적으로 외국 언론들은 그렇게 쓰고 있었다. 'Dictator's Daughter', 'Daughter of Dictator'가 전형적인 표현이었다.

 

다른 나라에서 박정희는 'President'로 보다는 'Dictator'로 인식되고 있는 것 같다. 어떤 언론은 좀 더 자세히 'Military Dictator'(군인 독재자), 'Assassinated Dictator'(암살된 독재자)로 적고 있다. 영어 사전에서 'dictator'를 찾아보면 예문에는, 독일의 히틀러, 스페인의 프랑코, 튀니지의 벤 알리, 리비아의 가다피, 이집트의 무바라크 등이 등장한다. 'dictator'는 무시무시한 이름이다.

 

그런데 우리는 '독재자의 딸'이란 호칭을 삼가고 있다. 만약 그렇게 불렀다가는 인격모독이나 좌빨로 비난받을 수 있다. 아픈 치부여서 건드리기 싫은 건지, 아니면 정말로 독재라는 걸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인지, 어느 쪽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가끔 노인들이 "한국에서는 독재가 필요해!"라고 자조 섞인 말을 하는 걸 보면 대부분이 속으로는 인정하고 있다는 쪽으로 해석하고 싶다.

 

만약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다면 한반도의 한쪽은 독재자의 딸이, 다른 쪽은 독재자의 아들이 통치하고 있다고 외국 언론에서는 말할 것 같다. 'Korea'는 참 이상한 나라야. 남한과 북한도 구분하지 못하는 외국인이 수두룩한데, 어느 쪽이 딸이고 어느 쪽이 아들인지 더 헷갈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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