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논어[50]

샌. 2013. 9. 23. 09:30

선생님 말씀하시다. "참된 인간은 세상일을 처리할 때, 꼭 그래야 할 것도 없고, 안 할 것도 없다. 옳은 길을 택할 따름이다."

 

子曰 君子之於天下也 無適也 無莫也 義之與比

 

- 里仁 10

 

 

<논어>에서도 '의(義)'가 강조되는 걸 새롭게 발견하고 있다. 공자라고 하면 부드러운 할아버지 이미지가 떠오르는 건 주로 인(仁)에 대해서만 듣고 배웠기 때문이다. 의(義)에서는 서릿발 같은 날카로움과 실천 의지가 읽힌다. 공자 정신을 어떻게 삶으로 구현하느냐를 고민할 때면 이 의(義)의 문제와 부딪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사랑'보다는 '정의'라는 말이 그나마 오염이 덜 되었다.

 

의(義)의 길이 어떤 길인가는 각자의 양심에 새겨져 있다.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누구나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많이 배운 사람이나 덜 배운 사람이나,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구별이 없다. 다만 사람들이 귀를 막고 들으려 하지 않을 뿐이다.

 

긴 세월 동안 만석의 재산을 유지했다는 경주 최부잣집 경우가 부자가 의를 실천하는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다. 육훈(六訓)이라 불리는 그 집 가훈은 이렇다.

1. 진사 이상의 벼슬을 하지 않는다.

1. 사방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한다.

1. 만 석 이상의 소출은 사회에 환원한다.

1. 흉년에는 땅을 사지 않는다.

1. 과객을 후하게 대접한다.

1. 시집온 며느리는 3년 동안은 무명옷을 입는다.

부자가 의를 실천할 때 청부(淸富)란 말을 듣고 존경을 받을 수 있다. 가난에도 찌들고 구질구질한 가난이 아니라 청빈(淸貧)이 있다. 청부도 어렵지만 청빈도 쉬운 게 아니다. 구성원 대다수에 의해 의(義)가 지켜지고 실천될 때에 맑고 향기로운 우리의 공동체가 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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