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콘택트

샌. 2014. 6. 7. 08:00

 

EBS '일요시네마'에서 이 영화를 다시 보았다. 오래전에 소설로 읽었고, 영화로도 본 적이 있다. 17년 전에 만든 영화다. 원작은 칼 세이건이 쓴 소설 <콘택트(Contact)>다. 과학자가 쓴 SF여서인지 황당무계하지 않고 과학적 원리에 충실하다. 보통의 SF처럼 괴상하게 생긴 외계인과 이유 없이 폭력만 휘두르는 장면이 안 나와 좋다. 반대로 존재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며 우리를 우주의 신비로 안내한다. 외계인과의 접촉을 다룬 영화로 추천하고 싶다. 다른 영화로는 '미지와의 조우'도 좋다.

 

우주에 존재할 지적 생명체를 찾는 프로젝트가 SETI(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다. 앨리는 고집스럽게 우주에서 오는 전파를 탐색하다가 베가성에서 발신한 인공 신호를 포착한다. 그리고 엄청난 정보가 보내져 오는데 베가성으로 갈 수 있는 우주선을 건조하는 설계도다. 이때부터 칼 세이건의 기발한 상상력에 의해 이야기가 전개된다.

 

'콘택트'의 스토리는 외계인과의 접촉에서 가장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다. 베가인이 돌아가신 아버지의 모습으로 앨리에게 나타나 메시지를 전달하는 광경은 무척 인상적이다. 외계인과의 만남은 단순한 물리적인 접촉 이상일 것이다. 눈에 보이는 물질 세계 너머에 영적인 세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유아기인 인류는 아직 모르고 있을 뿐이다.

 

끈이론에 따르면 우주는 11차원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우리는 4차원의 세계에 살고 있고, 나머지 차원은 숨겨져 있다. 단 한 차원이라도 경험할 수 있다면 우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영화에 나오는 베가성은 지구에서 26광년 떨어져 있는 별로 동양에서는 직녀성으로 부른다. 빛의 속도로 갔다 온다고 해도 52년이 걸리지만 앨리는 웜홀을 통해 한순간에 다녀온다. 아직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웜홀은 순간 이동이 가능한 우주여행의 통로다. 웜홀이 없다면 지적 생명체들 사이의 접촉은 한계가 있을 것이다.

 

지금도 외계인과 접촉했다고 주장하는 특별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주관적 경험이 단지 황당무계하다는 이유만으로 무시될 수는 없다. 미래는 이런 초자연적 체험이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새로운 세계가 열릴 것이다. 절대정신, 초월적 존재 같은 말도 추상적이지만은 아닐 것이다.

 

과연 우주에 다른 지적 생명체가 존재하는지를 묻는 말이 영화에는 여러 번 나온다. 우주는 무한에 가깝게 광대하다. 만약 생명체가 우리밖에 없다면 엄청난 공간 낭비 아니겠느냐는 대답을 들려준다. 그러나 우주는 생명체가 있든 없든 그 자체로 우주다. 우주가 공간의 낭비라는 생각은 생명중심주의, 또는 인간중심주의의 표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신을 관찰하는 지적인 존재가 없는 우주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이 영화의 장점은 우주를 아름답고 평화롭게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의 SF 영화들은 대부분이 우주인들과의 전쟁으로 얼룩져 있다. 인간의 폭력적 성향의 반영이다. 그러나 코스모스란 조화와 질서의 세계다. 우주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영역에 존재한다.

 

이 영화를 다시 만든다면 새로운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이용해 훨씬 더 아름하고 감동적으로 그려낼 수 있을 것 같다. 여주인공인 죠디 포스터의 연기가 훌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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