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논어[94]

샌. 2014. 7. 29. 07:42

재아가 물었다. "사람 구실하는 사람은 '함정 속에 사람이 빠졌습니다' 하면은 뛰어듭니까?" 선생님 말씀하시다. "왜 그렇기야 할라구! 참된 사람은 가보기는 하겠지만 풍덩 빠지지는 않을 거다. 둘리는 수도 있지만 속아 떨어지지는 않지."

 

宰我問曰 仁者雖告之曰 井有仁焉 其從之也 子曰 何爲其然也 君子可逝也 不可陷也 可欺也 不可罔也

 

- 雍也 20

 

 

원문은 '우물에 인(仁)이 있다면'인데, 번역은 '함정 속에 사람이 빠졌다면'으로 되어 있다. '인'으로 보면 철학적인 질문이고, '사람'으로 보면 구체적인 상황이 된다. 어찌 되었든 재아의 질문은 교묘하다. "우물 속에 사람이 빠졌는데 인자(仁者)라면 뛰어듭니까?" 뛰어든다고 해도, 안 뛰어든다고 해도 꼬투리를 잡힐 것 같은 질문이다.

 

군자의 행동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우물에 사람이 빠졌다고 해도 전후좌우를 살피지 않은 채 무조건 우물에 뛰어들지는 않는다. 말의 진실성을 확인하고 상황을 판단해야 한다. 좀 다르게 얘기하면, 진리가 저기 있다고 해서 무조건 맹목적으로 추종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함정을 파놓고 기다리는 사람에게 쉽사리 속아 넘어가는 것은 군자의 행동거지가 아니다. 군자는 미혹되지 않고 경거망동하지 않는다. 그런데 재아의 팽팽한 질문에 공자의 대답은 좀 헐렁해 보인다. 더 이상 논쟁거리를 만들지 않겠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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