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샌. 2014. 12. 12. 16:32

별종이라는 소리를 가끔 듣는데 그중에 하나가 잠이다. 보통 사람들은 50대 후반이 되면 잠자는 시간이 줄어들고 특히 새벽잠이 없어진다. 친구들과 얘기를 해 봐도 대개 그렇다. 너무 일찍 잠이 깨서 침대에서 빈둥거리기가 지겹다는 말도 듣는다. 나에게는 그런 얘기가 별세계 같다.

 

나는 잠이 너무 많다. 직장 다닐 때는 9시간 정도 잤는데 지금은 더 늘어났다. 올빼미족인 윗집 때문에 패턴이 달라지긴 했다. 전에는 밤 10시면 잠자리에 들었는데 요사이는 12시를 넘을 때가 많다. 대신 아침 9시가 넘어야 깬다. 그렇다고 선잠을 자는 것도 아니다. 오줌 누러 한 번 일어나는 외에는 숙면이다. 병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행복한 비명이라고 해야 하나, 환갑이 지났는데도 잠꾸러기인 내가 신기하다.

 

대신 아내는 잠을 못 들어 무척 고생이다. 수면제 없이는 잠을 못 이룬다. 내가 아내의 잠을 다 뺏어온 것 같다. 둘이서 자는 걸 평균 내면 일반적인 잠자는 시간이 나온다. 세상은 공평하지 못하다. 내 잠 시간의 1/3을 떼어서 아내에게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진 자는 너무 많이 가져서 고민, 못 가진 자는 없어서 고생이다.

 

잠이 많은 사람은 게으르다는 말도 사실인 것 같다. 나 역시 비활동성이다. 동적인 것보다는 정적인 것을 좋아한다. 어찌 보면 악순환이다. 게으르니 자꾸 드러눕게 되고, 그러면 자연스레 잠과 친구가 된다. 다행히 나는 낮에는 잠을 안 잔다. 자려고 해도 안 된다. 버스 같은 탈것에서도 잠을 못 든다. 어찌 보면 다행이다. 밤낮없이 잠을 잔다면 병원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집에서는 마음껏 늦잠을 자지만 밖에 나가면 여간 눈치 보이는 게 아니다. 고향에 내려가면 어머니는 새벽에 일어나서 분주하다. 그런데 아들은 해가 중천에 뜨도록 이불 속에 있으니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더구나 부지런한 사람은 게으른 사람을 못 봐주는 법이다. 쯧쯧, 혀 차는 소리를 아침마다 듣는다.

 

잠은 졸릴 때 자면 되고, 충분히 잤으면 깰 것이고, 배고프면 먹으면 된다는 생각이라 내 과다수면은 쉽게 고쳐질 것 같지 않다. 몸이 필요하니까 그런 것이니 일반적 기준으로 나를 규율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사람마다 신체나 정신 조건은 다 다르다. A에게는 잘 듣는 약이 B에게는 별로일 수 있다. 건강 상식에 너무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오히려 내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지금 나에게는 운동 부족이라는 경고등이 반짝이고 있다. 내 지나친 잠과도 연관된 신호다. 겨울이 되니 더 게을러졌다. 많이 움직이고 걸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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