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이소 / 송진권

샌. 2015. 6. 13. 09:52

오빠랑 언니들도 아까부터 지달리구 있는디

뭘 그르케 자꾸 꾸물대는 겨

그르케 자꾸 꾸무럭거리믄 떼 놓고 갈 텡께 알아서 햐

어여어여 날 새기 전에 가야 하니께

싸기싸기 내려오니라

비얌이랑 쪽제비가 일어나기 전에

어여 물로 가야 하는디

당최 쫑마리가 저런다니께

엄마두 이제 몰러

오든지 말든지 맘대로 햐

엄마 원앙이가 언니들 앞에 서자

일곱 마리 원앙이가 졸래졸래 따라간다

멈칫대던 막내가 그때사

느티나무 고목 둥치에서 뛰어내린다

엄마 같이 가

하냥 가자니께

충청북도 옥천군 이원면

둥구나무 딱따구리가 뚫어 놓은 원앙이네 둥지

 

- 이소 / 송진권

 

 

원앙이 가족의 모습이 정겹다. 삶의 기본에서는 사람이나 다른 동물이나 차이가 없다. 동물이 새끼를 돌보고 기르는 지극함은 인간에 못지않다. 다른 점이라면 새끼가 성장하면 동물은 가차 없이 독립시키는 데 반해, 인간은 혈연의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데 있다. 몸은 성인이 되었지만 제 홀로 서지 못하는 반편이 되는 것이다. 정신적 이소가 되지 못한 사람이다. 그리고 인간 갈등과 번민의 주 원인이 된다. 너는 여기까지, 이렇게 선을 그을 줄 아는 게 사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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