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탄식 / 손세실리아

샌. 2016. 7. 27. 14:15

사경을 헤맨 지 보름 만에

중환자실에서 회복실로 옮기시던 날

효도한답시고 특실로 모셨다

 

- 아따 좋다이 근디 겁나게 비쌀 턴디

- 돈 생각 말고 푹 쉬어

- 후딱 짐 싸라 일반실로 내려가게

- 근천 그만 떨어 누가 엄마한테 돈 내래? 뜬눈으로 간병한 사람은 안중에도 없지? 늙으면 남들은 안중에도 없고 자기만 안다더니 틀린 말 아니네

 

설득하고 대꾸하고 통사정하다가

풀죽은 넋두리에 벼락 맞은 듯 기겁해

황급히 입원 도구를 꾸렸다

 

- 아가 독방은 고독해서 못써야 통로 끝집 해남떡이 베란다서 떨어진 것도 다 그 때문 아니것냐

 

- 탄식 / 손세실리아

 

 

오랜만에 시집을 한 권 샀다. 손세실리아 시인의 <꿈결에 시를 베다>이다. 손 시인의 시는 참 쉽다. 술술 읽힌다. 바닷가에서 주워온 작은 조약돌처럼 시들이 예쁘다. 이 시 '탄식'에서도 모녀 사이에 오가는 따스한 정이 손에 잡힐 듯 느껴진다. 시인은 제주도 조천에서 '시인의 집'이라는 찻집을 열고 있다. 올레길 18코스가 지나는 바닷가라고 한다. 들러볼 날이 찾아온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