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뉴질랜드(9) - 북섬으로 넘어가다

샌. 2017. 3. 12. 09:39

 

뉴질랜드 여행 18일째, 카이코우라(Kaikoura)로 이동하는 날이었다. 넬슨에서 카이코우라까지는 224km로 3시간이 넘게 걸린다. 카이코우라는 바다가재 요리로 유명하고, 원하는 사람은 향유고래 관찰도 할 수 있는 곳이다.

 

 

 

한동안 해안을 따라 난 철도와 나란히 달렸다.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듯 철로에는 녹이 슬어 있었다.

 

 

두 시간 가까이 달렸을 때 문제가 생겼다. 도로가 통제된 것이다. 작년 11월에 발생한 규모 6.8의 지진 여파로 길이 완전히 복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득이 카이코우라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여행 중 계획과 어긋난 유일한 경우였다.

 

 

 

우여곡절 끝에 다음날 크라이스트처치에 도착했다. 공항 가까이 있는 'Aarburg Airport Motel'은 넓은 잔디 마당이 좋았다. 일행이 렌터카를 반납하고 시내 구경을 나간 사이에 혼자서 망중한을 즐겼다.

 

 

 

숙소 부근의 크라이스트처치 주택가.

 

겉으로 보이는 뉴질랜드는 낙농업 국가 같다. 산업 시설은 거의 보지 못했다. 그런데도 높은 국민소득에 살기 좋은 복지국다. 교민에게 물어 보았더니 국방비 지출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나라가 무기를 만들고 사들이는데 얼마나 많은 돈을 쓰는지 생각해 보니 금방 고개가 끄덕여졌다. 아름다운 나라를 만드는 선결 조건은 의외로 간단한지 모른다. 그러나 인간 역사를 돌아보면 가장 어려운 난제이기도 하다.

 

이로써 19일 동안의 남섬 여행이 끝났다. 뉴질랜드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연일 계속된 청명한 날씨였다. 우리나라에서 가을에 하루 이틀 나타나는, 뉴스에도 나오는 맑은 날씨를 여기서는 매일 본다. 미세먼지라는 말 자체가 아예 없다. 대신 여름이어선지 햇볕은 무척 따갑다. 그러나 그늘에 들어가면 시원하다. 뉴질랜드는 전형적인 해양성기후로 겨울 평균기온도 10도 중반이다. 아름다운 자연과 낮은 인구밀도, 사람 살기 적당한 기후, 잘 갖춰진 복지제도 등 여러가지로 부러운 점이 많은 나라다.

 

 

뉴질랜드 여행 20일째,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비행기를 타고 북섬의 오클랜드(Auckland)로 넘어갔다. 오클랜드는 인구 145만 명으로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도시다. 일행 중 한 명은 오클랜드 공항에서 귀국했다.

 

 

 

 

숙소 옆에 공동묘지가 있어서 들어가 보았다. 먼저 간 사람의 묘비명을 읽어보며 나를 돌아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는 폐쇄된 구조여서 오래 있지는 못했다.

 

 

여행지 어디서나 책 읽는 사람들을 만났다. 자연 풍광보다 더 부러웠다. 아침 시간에 이 할머니도 숙소 앞에 앉아 독서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담배를 피우면서 책을 읽는 모습이 무척 아름다웠다. 우리의 모습이 대비되었다. 우리는 떼로 몰려다니며 너무 바쁘고 시끄럽다.

 

 

북섬에서 처음 묵었던 숙소, 'Silver Oaks'. 공항이 가깝기 때문에 마지막 날도 여기에 예약되어 있다.

 

 

 

 

 

 

여름 휴양지인 타우랑가(Tauranga) 해변.

 

 

 

일행은 마웅가누이 산(Mt. Maunganui) 트레킹을 했지만, 나는 해변을 어슬렁어슬렁 구경한 뒤, 바다를 따라 산을 한 바퀴 도는 길을 산책했다. 나중에는 시간에 쫓겨 허둥대야 했다.

 

 

일행과의 마찰로 피곤한 날이었다. 타인이 아닌 "내 탓이오!"를 자주 되뇌었다. 앞으로 이런 식의 여행은 다시 못 할 것 같다.

숙소인 'YHA Rotorua'에서는 2박을 하게 되어 다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