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에이리언 커버넌트

샌. 2017. 7. 17. 10:03

 

에이리언 시리즈가 다루는 주제는 거창하다. 인류의 시작과 끝이다. 에이리언은 단순한 우주 괴물 이야기가 아니라, 창조와 파괴에 대한 거대한 서사라 할 수 있다. 엄청한 주제를 그런대로 잘 그려내고 있다.

 

신작 '에이리언 : 커버넌트'는 인류의 미래에서 AI의 역할에 대한 시사점을 준다. 인간에 의해 창조되었지만 자의식을 갖게 된 AI는 인류는 파멸시키는 데 앞장 선다. 영화에서는 두 AI가 나온다. 선한 월터와 악한 데이빗이다. 그러나 나중에 보면 둘은 마치 공모한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존재는 프로그램이 어떻게 되든 창조와 파괴에 대한 본능을 갖고 있게 되는지 모른다. 결국은 인류를 멸종시키고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켜 우주를 지배하려 한다.

 

정확한 결말은 속편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AI가 인류 최대의 위협이 되리라는 데는 많은 사람이 동의한다. 스스로 학습하고 무한한 능력을 갖춘 AI가 언제까지 인간의 고분고분한 종으로 남아있으리라는 기대는 너무 순진하다. 호킹 박사의 경고대로 제가 창조한 AI에 의해 사피엔스는 최후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 마지막 반전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충격이다. 많은 승객과 배아를 싣고 새로운 행성으로 이주하는 개척선 커버넌트 호는 데이빗에 의해 점령된다. 또 어떤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인간은 새 행성에서 에이리언의 숙주가 될 신세다. 결국 사피엔스는 거대한 우주 진화의 작은 한 단계일 뿐이다.

 

창조와 파괴는 어쩔 수 없는 우주의 속성인지 모른다. 인류를 창조한 엔지니어 종족은 인류에 의해 몰살당했다. 그 인류 역시 AI에 의해 절멸한 운명에 놓여 있다. 지구 생태계가 생명 종의 끝없는 탄생과 소멸의 반복을 통해 진화해 나가듯, 우주의 진화 역시 마찬가지다. 사피엔스는 그 과정에서 조금은 더 중요한 징검다리인지 모른다. 이 거대한 투쟁에서 개체의 생멸은 너무나 하잘것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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