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글쓰기의 최전선

샌. 2017. 7. 26. 10:54

이 책의 저자인 은유 작가를 안 건 오래되었다. 팔 년쯤 전 '천 개의 눈 천 개의 길'이라는 블로그를 통해서였다. 그때는 작가가 본격적으로 글쓰기 지도에 나서기 전이었다. 블로그에서는 아이들 교육 문제나 일상의 고민을 진솔하게 고백해서 공감되는 바가 많았다. 글에는 이 야만의 시대에 어떻게 살아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뇌가 있었다. 블로그를 자주 찾게 된 건 작가의 뛰어난 글쓰기 솜씨도 한몫했을 것이다. 언제부턴가 작가는 글쓰기 지도에 전념하게 되었고, 그 뒤로 블로그에는 소홀한 듯하여 아쉬웠다.

 

<글쓰기의 최전선>은 그동안 작가가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며 얻은 성과물이라 할 수 있다. 작가의 글쓰기 지도 방식은 독서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같이 책을 읽고 생각 나누기를 통해 사고의 폭을 넓히는 작업이다. 글쓰기의 기교보다는 사고의 유연성을 기르는 훈련을 앞세운다. 글은 읽기와 듣기가 동반되어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며 작가의 배우려는 자세에 감동을 받았다. 글쓰기에 참여한 사람을 학인(學人)이라고 부르는데, 글로 드러난 그들의 삶에서 작가는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말한다. 작가야말로 가장 훌륭한 학인이다. 글 쓰는 사람은 배우려는 사람이다. 자기 삶을 돌아보고 사람답게 살려는 노력이 글쓰기로 인도한다.

 

<글쓰기의 최전선>은 글쓰기 방법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하는 책이다. "왜?"라는 질문이 없다면 글쓰기도 진정한 삶도 없다. 책의 부제가 "'왜'라고 묻고 '느낌'이 쓰게 하라" 이다.

 

책에 나오는 '별자리적 글쓰기'라는 말이 인상 깊다. 별처럼 반짝이는 생각을 이어서 별자리를 만드는 작업이 글쓰기라는 비유다. 밤하늘에는 수많은 별들이 명멸한다. 생각과 생각, 경험과 경험을 연결해서 나만의 그림을 그린다. 이쯤 되면 글쓰기는 아름다운 작업이 아닐 수 없다. 고운 색연필로 나의 금긋기를 해보고 싶다.

 

책의 끝에서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글쓰기가 이것이다. 존재를 닦달하는 자본의 흐름에 익사당하지 않고 제정신으로 오늘고 무사히 살아가기 위한 자기 돌봄의 방편이자, 사나운 미디어의 조명에서 소외된 내 삶 언저리를 돌아보고 자잘한 아픔과 고통을 드러내어 밝히는 윤리적 행위이자, 이야기가 사라지는 시대에 이야기를 살려내고 기록하는 곡진한 예술적 작업으로서의 글쓰기. 그게 돈이든 교양이든 지식이든 학점이든 스펙이든 앞뒤 돌아보지 않고 쌓고 축적하고 평가받기 바쁜 세상에서, 왜 그런 것들을 가져야 하는지 잠시 멈추어서 사유하고 따져 묻는 자리가 되어주는 글쓰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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