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기억의 그늘

샌. 2017. 8. 7. 09:32

'디카시'라는 영역이 있다는 걸 최근에 알았다. 사진에 짧은 글을 붙인 작품은 가끔 봤지만, 디카시로 명명되고 창작의 한 분야로 인정되고 있다는 사실이 새로웠다. 국립국어원의 우리말샘에 디카시가 새로운 문학 장르로 등재되어 있다고 한다.

 

디카시는 디지털카메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하여 찍은 영상과 함께 문자로 표현한 시다. 기존 시의 범주를 확장하여 영상과 5행 이내의 문자를 하나의 텍스트로 결합한 멀티 언어예술이다. 여기서 '5행 이내'라는 제한이 특이하다. 일본의 하이쿠처럼 간결한 형식에 방점을 두는 것 같다.

 

디카시를 알고 싶어 강미옥 시인의 <기억의 그늘>를 구입했다. 시인은 블로그를 통해 작품을 접하고 있던 터였다. 아름다운 사진과 그 순간의 느낌을 풀어낸 솜씨가 좋았다. 디카시가 무엇이고, 독자의 감성을 어떻게 일깨우는지 느껴볼 수 있었다. 시인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 책에서는 글보다는 사진이 훨씬 호소력 있게 다가왔다. 아마 영상과 글의 차이일지도 모른다.

 

나는 카카오스토리에 이와 비슷한 작업을 하고 있다. 일종의 놀이로 생각하고 있는데, 그것이 디카시와 비슷하다는 걸 발견하고 반가웠다. 그러나 5행 이내라는 조건에 구애받고 싶지는 않다. 어떨 때는 산문 형식이 필요하기도 하다. 나는 사진 공부를 더 해야 된다. 디카시는 영상의 느낌이 8할 이상을 차지하는 것 같다.

 

이 책은 '노스탤지어' '시공에 갇히다' '가시 돋힌 말' '기억의 그늘'이라는 4부로 구성되어 있고, 66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사진 하나하나가 많은 얘깃거리를 품고 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인의 따스한 시선이 작품에서 잘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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