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

샌. 2017. 8. 13. 11:13

최진석 선생은 EBS의 '노자 강의'를 통해 화면으로 뵌 적이 있다. 전 편을 다 본 것은 아니었지만, 명료하고 핵심을 찌르는 강의 내용이 노자 철학을 바라보는 관점을 세우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또한 열정적인 강의 태도도 인상 깊었다.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은 그때의 강의를 기반으로 엮은 책이다.

 

우선 이 책을 통해 노자 철학이 만들어진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게 되었다. 주나라 이전까지는 천명의 시대였으나 시대 상황의 변화가 인간이 주도하는 역사를 설명하도록 요구했다. 그러면서 덕(德)과 도(道)의 개념이 나타나고, 하늘 대신 인간 중심의 철학이 공자와 노자에 의해 만들어진다. 공자와 노자는 같은 소명을 받았지만 서로 지향하는 방향은 달랐다.

 

노자의 눈에 들어온 이 세계는 존재하는 형식이나 운행하는 원칙이 상호의존관계로 되어 있다. 노자는 그것을 '유무상생(有無相生)'으로 표현했고, '도(道)'라는 글자로 표시했다. 이 세상의 작동 원리를 대립면의 상호의존으로 보는 게 가장 큰 노자의 특징이다. 노자는 이 세계를 본질론적이 아니라 관계론적으로 보고 있다. 공자 사상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그러므로 보통 생각하듯이 도는 우주의 발생 근원이거나, 실체, 또는 본질이 될 수 없다. 그저 우주의 원리를 표현하는 한 단어일 뿐이다. 도에 너무 철학적 의미를 둘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노자 철학을 대표하는 말로 제일 많이 나오는 게 '무위자연(無爲自然)'이다. 지은이는 이 말도 '무불위자연(無不爲自然)'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말한다. 흔히 도가 철학을 소극적이고 피세적으로 받아들이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 노자는 무위를 통해 이루어지는 큰 성취를 강조했다. 천하를 장악하는 법, 내가 나의 주인이 되는 법을 가르친다. 노자는 세상 깊숙이 들어간 철학자로서 현실적 성취를 중시했다.

 

노자가 이상적인 나라로 예로 든 '소국과민(小國寡民)'도 작은 공동체로 문을 걸어 잠그고 폐쇄적으로 살라는 의미가 아니다. 천하보다 나에게, 세계보다 우리에게, 보편 문화보다 내 문화에 집중하는 이야기다.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고 자기로 돌아가라는 것이 노자의 가르침이다. 삶의 양식이 자기로부터 나오지 않거나, 세계와 관계하는 방식이 자기로부터 나오지 않는다면 결코 정상인 삶이 아니다. 세상이 가리키는 이념의 틀을 깨고 정신적 자유를 회복하라는 가르침이다.

 

<논어> 읽기가 끝나면 다시 <도덕경>을 읽을 예정이다. 아무 선입견 없이 보려고 하지만 사상을 꿰뚫는 지침 또한 있어야 한다. 이 책은 훌륭한 나침반 노릇을 할 것이라 믿는다.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은 노자 철학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많은 도움을 받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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