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태풍 노루

샌. 2017. 8. 9. 10:01

5호 태풍 '노루'가 어제 오후 3시에 일본 내륙에서 열대저기압으로 약화하며 태풍으로서의 일생을 마쳤다. 지난 7월 21일 9시에 발생했으니 18일 6시간 동안 살아있었다. 보통 태풍의 수명이 일주일 내외인데 비하면 상당히 길게 생존한 셈이다. 최고 기록은 1986년의 태풍 '웨인'의 19일이고, 최소 기록은 2013년의 태풍 '우나라'의 6시간이라고 한다.

 

태풍 '노루'는 경로도 특이했다. 발생한 초기에는 태평양에서 한 바퀴 원을 그리며 돌더니 남서진하며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서 일본 열도를 따라 지나갔다. 지나간 길도 특이한 태풍이었다. 이름이 노루여서인가, 태평양 푸른 초원을 실컷 뛰어다니다가 일본 텃밭을 짓밟고는 홀연히 사라졌다. 우리나라로 올까 봐 긴장했는데 가고시마 부근에서 방향을 급격히 틀었다.

 

별의 수명은 질량에만 관계하지만, 태풍의 수명은 해수면의 온도나 주변 기압 배치에 영향을 받는다. 시시각각 변하는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자기의 길을 간다. 인간의 삶과 닮은 부분이 많다.

 

 

우주정거장에서 본 태풍 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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