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만해 길을 걷다

샌. 2017. 9. 25. 17:15

 

불교아카데미에서 주관한 금강산 건봉사의 불이분화제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틀간 진행되었는데, 첫날은 만해의 길을 탐방했다. 만해의 길은 한용운 스님이 백두대간을 넘어 백담사와 건봉사, 유점사 등을 왕래할 때 이용했던 길이다. 선유령과 흘리계곡을 잇는 옛길이다. 우리는 마산봉 임도 입구에서 소똥령을 거쳐 장신리까지 12km를 걸었다.

 

23일 아침 7시에 잠실운동장에서 버스 5대로 출발했다. 시간을 맞추기 위해 5시에 집을 나서야 했다. 이렇게 부지런을 떤 기억은 없다. 아침 식사는 김밥이었고, 점심은 주먹밥이 나왔다.

 

 

 

 

 

 

 

임도로 쓰기 위한 길은 널찍했다. 대신 아기자기한 산길의 맛은 없었다. 지루하게 여겨질 때쯤 장신리에 닿았다. 점심 포함 3시간 20분 가량 걸렸다.

 

 

 

건봉사를 둘러보고 절에서 저녁 공양을 했다.

 

 

밤에는 대웅전 앞에서 호국영산제 공연이 있었다. 산사음악회인 셈인데 '호국'이라는 이름이 붙어선지 애국 모드로 흐르게 되었다. 금강산 가까이서 '그리운 금강산'을 들으니 가슴 뭉클했다.

 

 

숙소는 삼포해수욕장에 있는 오션투 리조트였다. 짐을 풀고는 혼자 빠져나와 파도 소리를 벗삼아 맥주를 홀짝였다. 옆에서는 젊은이들이 연신 폭죽을 터트렸다.

 

 

 

동료의 알람 소리에 잠을 깼다. 처음에는 투덜거렸는데 덕분에 일출을 볼 수 있었다. 단정하고 참한 해오름이었다.

 

 

 

최북단인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갔다. 북쪽이나 남쪽 방향이나 산하는 다름이 없었다. 금강산 가는 도로는 적막했다. 금강산 관광이 닫힌 지 벌써 10년이 되어간다. 무심코 욕이 튀어나왔다. "에이, 나쁜 놈들!" 그러나 언젠가는 저 길을 따라 금강산까지 갈 날이 다시 찾아오겠지.

 

어제 호국영산제 공연에서 다같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노래했다. 그러나 진정으로 통일을 바라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소원을 노래하지만 진심은 "그냥 이대로가 좋아"인 건 아닐까. 마음이 착잡했다.

 

 

 

대진항에서 매운탕으로 점심을 먹고 일정이 마무리되었다. 두 모임을 탈퇴했었는데 이번 여행을 계기로 하나는 복원되었다. 그래도 낯 익은 사람들을 만나니 반가웠다. 애써 인연을 끊을 필요까지는 없는 일이다. 가만히 있어도 끝은 다가오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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