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노인 / 이화은

샌. 2023. 4. 17. 10:21

평생 조연으로 살더니

드디어 주인공이 되었다

 

집안에서도 모임에서도

아무 데를 가도 최고령이다

 

최고라는 말이다

 

주인공이 죽는 걸로 결말이 나는 연극을 보듯

관객들이 모두 주시한다

 

건강은 어떠세요

기색을 살핀다

 

언제쯤 죽어 연극이 끝이 나려나

 

뻔한 결말이지만 그래도 반짝

이 호황을 누려야 한다

 

이것도 잠깐이다

 

- 노인 / 이화은

 

 

"이제 길어야 10년 남았다." 동년배들 모임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다. 그것도 과대평가해 줘서 그렇다. 통계를 보면 한국인의 건강수명은 대략 75세라고 한다. 그렇다면 5년도 채 안 남았다는 게 된다. 인생 다 살았다는 생각이 들어 쓸쓸해진다.

 

황혼이 지면서 언덕 너머로 종착역이 보인다. 미련이 남거나 안타깝지는 않다. 시간차만 있을 뿐 누구나 노년이 닥치고 병에 시달리다가 죽음을 맞는다. 나만 억울하거나 원통할 이유는 없다. 하나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면 사람의 삶이 쓸쓸하고 가여워진다. 누구든 꼬옥 껴안아주고 싶다. 어제는 여러 가수들 목소리로 '봄날은 간다'를 들었다.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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