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킹 오브 클론

샌. 2023. 7. 11. 10:30

 

황우석 박사의 근황이 나와서 관심을 가지고 본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다. 황 박사는 최고의 명성을 누리던 중 한 순간에 급전직하하여 과학계에서 퇴출되고 잊히게 된 인물이다. 다큐멘터리의 제목처럼 그는 한때 '생명 복제의 왕'이었다.

 

'킹 오브 클론(King of Clones)'에는 황 박사가 직접 나와서 자신의 입장을 설명한다. 그는 지금 아랍에미레이트에 있는 '바이오테크 연구센터'에서 동물 복제를 하며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화면에는 주로 부자들이 개인적으로 의뢰한 반려견 등의 동물을 복제해 주는 것으로 나온다. 아랍에미레이트 정부의 풍부한 자금 지원을 받고 있는 것 같다.

 

황우석 박사의 등장과 몰락은 한 편의 드라마였다. 클로닝 기술을 통해 여러 동물을 복제하고 인간의 체세포까지 복제에 성공하자 전세계에서 주목받는 과학자가 되었다. 줄기세포를 이용해서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소식은 환자와 가족에게 복음과 같은 희망을 주었고 사람들은 환호했다. 휠체어에 탄 사람을 걷게 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난자를 채취하는 과정에서 불법이 있었음을 MBC의 'PD수첩'이 보도했고, 연구 윤리에 대한 비판이 일었다. 뒤에 논문 조작까지 밝혀져 그는 과학계를 떠날 수밖에 없었고 법의 심판까지 받았다. 이 사태로 한동안 나라가 시끄러웠다. 국익을 위해 황 박사를 지켜야 한다는 애국주의 열풍이 불었다. 자신의 난자를 기증하겠다는 여자들이 줄을 서기도 했다. 2005년 무렵의 일이었다.

 

과학사를 보면 과욕이 부른 사건이 자주 나온다. 심지어는 자신의 명성과 부를 위해 사기를 친 사례도 흔하다. 황우석 사건도 본인의 말처럼 과욕이 낳은 결과일지 모른다. 하지만 논문의 데이터를 조작한 사실은 과학자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황 박사는 서울대 수의대를 졸업했다. 정통 서울의대와의 갈등 때문에 문제가 불거졌다는 세간의 왈가왈부도 있었다. 어쨌든 안타까운 사건이었다.

 

황 사건 뒤로는 유전공학에 대한 기대와 전망이 쑥 들어갔다. 생명을 직접 다루는 분야여서 제약이 더 심해진 탓인지 모르겠다. 대신에 인공지능이나 로봇공학이 선두에 나섰다. 클로닝이나 유전공학은 논쟁을 피하기 위해 비밀리에 연구가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공산국가라면 추진하기 쉬운 분야일 것이다.

 

다큐멘터리에 보면 황 박사는 사건 뒤로 러시아에 가서 매머드 복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영구 동토층에 있는 매머드 사체에서 싱싱한 세포 샘플을 채취하는 장면이 나온다. 2020년에는 아랍에미레트의 초빙을 받아 바이오테크 연구센터 일을 맡고 있다. 아랍에서는 우수한 품종의 낙타 복제에 관심이 큰 것 같다.

 

황 박사는 누구보다 드라마틱한 삶을 살고 있다. 유전공학이 신의 영역을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한다.

"신의 영역이라고 누가 규정할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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