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노화의 종말

샌. 2023. 7. 17. 17:18

"노화는 질병이다"라고 이 책의 지은이는 단언한다. 질병이므로 치료할 수 있다. 노화를 막을 수 있다면 죽음도 무기한 연기할 수 있다. 생로병사(生老病死)가 더 이상 인간의 숙명이 될 수 없다. 이 책 <노화의 종말>은 하버드 의대 유전학 교수이자 노화와 장수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자인 데이비드 싱클레어(D. A. Sinclair) 박사가 썼다.

 

지은이는 현재 과학자들이 찾아낸 노화 현상의 연구 성과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지은이가 정의하는 노화란 세포의 상해와 손상에 대응하는 후성유전 신호 전달자들이 과로해서 생기는 현상이다. 생명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태초의 생명체가 극한적인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장착한 '생존 회로'가 노화의 원인이라고 말한다. 생존 회로는 DNA가 끊겼음을 알아차렸을 때 세포 분열과 번식을 멈추도록 진화했다. 이 DNA 끊김 현상이 너무 자주 일어나면 생존 회로가 감당하지 못하게 되고 후성유전체가 뒤엉키면서 세포 노화로 연결된다.

 

원인을 알게 되면 처방도 찾을 수 있다. 라파마이신, 메트포르민, NMN 등의 항노화제 약품들이 현재 개발되어 판매되고 있다. 앞으로는 노화 세포를 제거하거나 노화를 예방하는 백신이 나올 수도 있다. 또는 세포를 재프로그래밍하는 기술이 개발될지 모른다. 유전체 분석으로 질병을 예방하고 개인 생체 감지기가 실시간으로 몸 상태를 체크해 준다. 지은이는 인간의 수명이 곧 120세까지 연장되리라고 말한다. 21세기말에는 150세에 달할 것으로 예측한다.

 

지은이가 주장하는 것은 단순히 수명만 연장되는 것이 아니라 아무런 질병이나 장애 없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긴 수명을 누릴 수 있다고 한다. 지은이는 스스로 말하듯 낙관론자다. 현재의 환경 위기나 인구 문제도 이제까지의 역사가 보여주듯 과학 기술에 의해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거기에 인간 수명 연장 및 질병 없는 몸도 가능하다. 새로운 혁명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자료를 동원해서 이래도 믿지 못하겠느냐고 윽박지르는 것 같다. 하지만 뜬구름 잡는 얘기처럼 들리는 것은 책을 덮은 뒤에도 마찬가지다. 200살을 산다고 한들 달라지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삶의 가치는 양이 아니라 질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닐까. 의학은 생명 연장에만 너무 매달리는 것 같다. 생명 연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간다운/품위 있는 죽음이 아닐까. 삶의 질을 도외시한 채 생명만 연장시키는 의술은 어떤 면에서 죄악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평균 수명 연장은 절박한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다른 문제는 모든 사람이 이런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돈이 많이 드는 최첨단 의료 기술은 특정 계층에게만 적용될 것이다. 정보와 기술을 수혜하는 양극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돈이 인간의 수명까지 좌우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한때 유행했던 말을 차용하면 '유전무병 무전유병[有錢無病 無錢有病]'이 되는 셈이다. 그때가 되면 부자나 가난한 자나 비슷한 수명을 살았던 이 시대가 행복해 보일지 모른다.

 

어쨌든 지은이는 노화 연구 및 수명 연장 분야에서 최고로 인정 받는 권위자다. 그렇다면 본인은 무엇을 실천하고 있을까.

 

1. 나는 매일 아침 NMN 1그램과 레스베라트를 1그램(요구르트에 섞어서) 먹는다.

2. 나는 매일 비타민 D와 비타민 K2의 하루 권장 복용량과 아스피린 83밀리그램을 먹는다.

3. 나는 설탕, 빵, 파스타를 최대한 적게 먹으려고 노력한다. 나는 40세부터 후식을 끊었다. 비록 슬쩍 맛보기는 하지만.

4. 나는 하루에 한 끼를 건너뛰거나 적어도 정말로 적게 먹으려고 애쓴다. 사실 일정이 너무 바빠서 일주일 중 점심을 거르는 날이 거의 대부분이긴 하다.

5. 몇 달마다 채혈 간호사가 집으로 와서 피를 뽑는다. 수십 가지 생체표지 검사를 하기 위해서다. 표지 중 여러 가지가 최적 범위에 있지 않으면 식단이나 운동을 통해 조절한다.

6. 나는 매일 많이 걷고 계단을 오르려고 애쓰며, 거의 주말마다 아들과 함께 체육관에 간다. 역기를 들고, 좀 뛰고, 사우나를 한 뒤에 차가운 물에 몸을 담근다.

7. 나는 채소를 많이 먹고 다른 포유동물을 먹는 것을 피하려 애쓴다. 맛이 좋기는 하지만. 운동을 한다면 고기를 먹을 것이다.

8.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플라스틱 용기를 전자레인지에 돌리는 것, 지나친 자외선 노출, 엑스선, CT 촬영을 피하려고 애쓴다.

9. 낮에 그리고 밤에 잘 때 시원한 환경을 유지하려고 애쓴다.

10. 체중이나 체질량지수가 건강수명의 최적 범위에 놓이도록 노력한다. 내 최적 지수는 23~25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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