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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루비아

[사루비아, 한강 둔치] `사루비아 당신은 더운 음악이어요. 한 마당 가득 서러운 가을볕 속에서 이웃 사랑으로 가슴을 씻고 피 흘리며 타고 있는 슬픔 같은 것이어요....` (안도현 님의 詩 중에서) 핏빛 붉은 색이 강렬하여 도리어 슬픈 꽃 우리 꽃은 아니지만 가을 화단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꽃이다. 꽃잎을 따서 꽁지를 빨아먹으면 꿀맛같이 달콤했다.

꽃들의향기 2003.09.25

이름없는 여인이 되어 / 노천명

이름없는 여인이 되어 노천명 어느 조그만 산골로 들어가 나는 이름없는 여인이 되고 싶소 초가 지붕에 박넝쿨 올리고 삼밭엔 오이랑 호박을 놓고 들장미로 울타리를 엮어 마당엔 하늘을 욕심껏 들여놓고 밤이면 실컷 별을 안고 부엉이가 우는 밤도 내사 외롭지 않겠오 기차가 지나가 버리는 마을 놋양푼의 수수엿을 녹여 먹으며 내 좋은 사람과 밤이 늦도록 여우 나는 산골 얘기를 하면 삽살개는 달을 짖고 나는 여왕보다 더 행복하겠오 `어느 조그만 산골로 들어가, 나는 이름없는 여인이 되소 싶소....` 사람마다 바램이 다르겠지만 어느 날 읽은 이 시의 첫 구절이 종종 나의 독백 소리가 되었다. 이 시도 역시 현실 도피적, 자기 만족적경향이 강하지만 세상의 욕심 버리고 자연과 하나되어 살아보고픈 내적 충동은 어찌할 수가 ..

시읽는기쁨 2003.09.21

후회없는 선택이 어디 있으랴

후회 없는 선택이 어디 있으랴 사람아 울지 말고 고개 들어 하늘을 보아라 고통 없는 삶이 어디 있으랴 하늘도 때때로 눈물을 흘리나니 바다도 자주 아프게 흔들리나니 외로운 사람이 어디 혼자 뿐이랴 사람들의 슬픈 가슴을 보아라 그래도 환하게 웃고 있는 얼굴을 보아라 사람아 묵묵히 너의 길을 가라 이 세상 그 무엇도 영원한 것은 없나니 무릎 펴고 다시 일어나 너의 길을 가라

참살이의꿈 2003.09.20

하늘마음농장

어제 저녁 TV에서 울진으로 귀농한 한 가족 얘기가 나왔다. 내 컴 즐겨찾기에 이분들의 홈페이지(`하늘마음농장`)가 올려져 있어 가끔 들어가 보곤 했는데 직접 화면으로 만나게 되니 더욱 반가웠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부의 귀농 이유를 그분들 홈페이지에서 옮긴다. 살다보면 별일도 다 있다. 남편의 귀농얘기가 그 경우이다. 어느날 "귀농하고 싶은데…." 물론 난 흘려넘겼고 조금의 동요도 없었다. 그러나 `귀농`이라는 단어를 어디 말 붙일 수 있는 곳이라면 다 붙이며 내 머리에 박으려 들었다.하루는 마주 앉아 물었다. 어쩌다 그리 되었냐고. 회사에서 우연히 전국귀농운동본부 사이트를 보게 되었단다. 춘천에 늙으면 텃밭 일구며 살기 위해 사놓은 땅도 있고 해서 교육을 받고 싶더란다.그래서 그때 내가 그건 허락했..

참살이의꿈 2003.09.19

이젠 止雨祭라도....

오늘도 야속한 비가 내리고 있다. 하늘이 원망스럽다. 농민들의 원성이 들리지 않는지, 태풍 `매미`로 불의의 재난을 당한 이웃들의 울음이 들리지 않는지 하늘은 무심하기만 하다. 그분들의 고통이 어찌 나와 무관하겠는가? 나에게 피해가 없다고 안도할 수 만은 없다. 내가 겪어야 할 고통을 그분들이 대신 짊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만약 태풍의 각도가 조금만 어긋났더라도 지금 눈물을 흘릴 사람은 달라졌을 것이다. 영화 `쉰들러 리스트`가 생각난다. 수용소 안의 유대인들을 향하여 겨누어진 총구, 누구가 선택되는가는 그저 우연일 뿐이다. 한 사람의 죽음은 그의 불행이기 이전에 이웃의 고통을 대속하는 의미가 있다. 그래서 먼 나라에서 일어나는 사건 조차 절대로 지금의 나와 무관한 것이 아니다. 겉으로만 본다면 우리는..

참살이의꿈 2003.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