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30 3

뒷산 조개나물

뒷산이 걷기에는 좋지만 품고 있는 꽃은 빈약하다. 계곡이 발달하지 않고 물이 없는 메마른 산이기 때문이다. 그 점이 약간 아쉽다. 그런데 어제는 뒷산에서 꽃밭을 이루고 있는 조개나물을 만났다. 묘지 주위였다. 조개나물은 유난히 묘지에서 잘 자란다. 할미꽃과 비슷하다. 조개나물은 원래 양지 바르고 메마른 땅을 좋아한다고 한다. 잔디가 깔린 묘지가 적지인 셈이다. 가끔 꿀풀과 헷갈리는데 꿀풀은 줄기 윗부분에 꽃이 있는 반면, 조개나물은 아래에서 위까지 촘촘이 나 있다. 흰색과 붉은색의 꽃도 있다는데 보지는 못했다. 산길에서 그나마 반가운 조개나물이었다. 조개나물꽃과 꼭 닮은 게 금창초(金瘡草)다. '부스럼 창'자를 쓰는데 부스럼 치료에 효과가 있는 풀인 것 같다. 꽃만 보면 조개나물과 금창초를 구별하기 어렵..

꽃들의향기 2018.04.30

노욕은 추하다

인간이 제 몫을 챙기고 재산을 소유하게 된 건 신석기시대에 들어서며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부터였을 것이다. 수렵채취시대에는 모아둘 물량이 적었을뿐더러 이동 생활에서 보관이란 생각할 수 없었다. 따라서 인간의 탐욕도 농사와 함께 따라왔다고 할 수 있다. 그 뒤부터는 서로 많이 가지려고 싸움박질이 시작되었다. 사탕이 있으면 아이들도 다툰다. 그러나 아이들의 욕심에는 한계가 있다. 한두 개면 만족하지 수십 개의 사탕을 혼자 독점하려고는 안 한다. 많이 가지고 있다면 다른 아이에게 나누어줄 줄 안다. 동물도 제가 배부르면 더 이상 먹이를 탐하지 않는다. 사자가 수십 마리의 얼룩말을 사냥해서 제 창고에 보관한다는 소리는 못 들었다. 젊은이의 욕망도 현실적인 이득이 아닌 미래의 꿈과 관련되어 있다. 젊은이의 야망은..

참살이의꿈 2018.04.30

세 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

이기호 작가의 '가족 소설'이라는 타이틀이 붙어 있다. 그러나 소설이라기보다는 작가 가족의 실제 삶을 정감있게 보여주는 글 모음이다. 2011년부터 월간지에 연재된 내용을 책으로 묶었다. 슬며시 미소를 띄게 되다가도 찡해지는 순간이 많다. 누구에게나 공통되는 삶의 애환이 맛깔스런 문장에 잘 표현되어 있다. 서로를 아끼고 보듬어주며 살아가는 마음씨가 곱다. 글 한 편 한 편이 예쁜 삽화 같다. 책의 처음에 적힌 한 문장이 오래 눈길이 간다. "누운 자리는 좁았고, 그래서 우리는 조금 더 가까이 있었다." 글 하나를 옮긴다. 이 책 제목으로 인용된 내용이 들어 있다. 나는 이 글을 읽을 때까지도 책 제목을 착각했다. '여든'이 아니고 '여름'이라니, 나도 여덟 살 꼬맹이에 다름 아니다. 여름이 되면 올해 여..

읽고본느낌 2018.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