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생에는 충북선 기찻길 가까운 산골짜기에 볕바른 집을 마련해야지. 3, 8일에 서는 제천 장날이면 조치원 오송 충주를 지나오는 기차를 타고 터키석 반지를 낀 고운 여자랑 제천 역전시장을 가야지. 무쇠 솥에서 끓여내는 국밥을 사 먹고 돌아다니다가 또 출출해지면 수수부꾸미를 사 먹어야지. 태백산맥을 넘어온 가자미를 살까 어떤 할미의 깐 도라지를 살까 기웃거리다가 꽃봉오리 맺힌 야래향 화분 하나 사고 귀가 쫑긋한 강아지도 한 마리 사서 안고 돌아오는 기차를 타야지. 손잡고 창 너머로 지는 저녁 해를 보다가 삼탄역이나 달천역쯤에 내려서 집으로 와야지.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산그늘로 숨어들어야지. 소쩍새 소리 아련한 밤이면 둘이 나란히 엎드려 시집을 읽을까, 스메타나의 몰다우를 들을까. 어쨌거나 다음 생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