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나무 654

평지리 이팝나무

진안군 마령면 평지리에 있는 이팝나무군은 나무 자체보다는 민속적 의미가 커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 같다. 옛날에 이곳은 죽은 아이들의 무덤이었다고 한다. 죽어서라도 이밥을 많이 먹으라고 사람들은 무덤 주위에 이팝나무를 심었다. 그만큼 배 고팠던 시절이었다. 옛 무덤 자리에는 지금 마령초등학교가 들어서 있고, 몇 그루의 이팝나무가 남아 있다. 가장 오래된 이팝나무는 수령이 300년 정도 되었다. 그러나 나무의 생육 상태는 좋지 못하다. 줄기도 상하고 잎도 온전히 피우지 못한다. 꽃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의 슬픈 넋을 위로하느라 나무도 시름시름 앓는지 모른다. 모두 교실 수업을 하는지 운동장에는 아이 하나 없이 고요한 평지리의 봄날이었다.

천년의나무 2018.05.11

월곡리 느티나무

나무를 처음 본 순간 나도 몰래 중얼거렸다. "이 나무 하나로 영암에 온 값을 했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게 당연할 만큼 대단한 느티나무다. 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범상치 않다. 마을의 평안과 풍년을 가져다준다는 믿음으로 신성시한다는 설명은 차치하고라도 이 나무 앞에서는 누구라도 합장을 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날 것 같다. 울타리 밖에는 촛대 같은 도구가 놓여 있기도 하다. 500년이 넘은 거목이지만 연초록 새잎으로 덮인 나무는 생기발랄해 보인다. 길게 뻗어 구불구불한 가지들이 춤추듯 사방으로 뻗어 있다. 한 가지는 아예 땅에 닿았다. 줄기 일부는 상해 있지만 나무는 싱싱하다. 초봄의 기운 때문인지 모른다. '옷이 날개'라는 말은 나무도 예외가 아니다. 계절에 따라 나무의 인상은 완연히 다르다. ..

천년의나무 2018.04.19

이탈리아 우산소나무

이탈리아 풍경에서 제일 눈에 띈 것이 우산소나무다. 시골이나 도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키 크고 날씬한 멋쟁이 소나무다. 학처럼 맑고 고고한 분위기를 풍긴다. 곧은 줄기가 위로 자라서는 몇 갈래로 나누어진다. 우리나라 소나무로는 반송과 닮았다. 버스를 타고 갈 때 보니 옛 로마가도에도 가로수로 우산소나무가 심겨 있었다. 이탈리아 사람이 사랑하는 나무인 것 같다. 우산소나무의 원산지는 지중해로, 남유럽과 중동, 북아프리카 등 지중해 연안 지역에서 자란다. 외양이 무척 아름다운데 우리나라에 심으면 어떨까 싶다. 관상수로는 최고가 될 것 같다. 우산소나무와 함께 이국적인 느낌을 주는 나무가 사이프러스다. 측백나무과로 나무 모양은 길쭉한 삼각형이다. 이탈리아의 오래된 건물과 사이프러스는 특히 잘 어울린다. 한..

천년의나무 2018.03.22

천곡리 이팝나무

신천리 이팝나무와 함께 김해를 대표하는 나무다. 이 나무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수령은 500년 정도로 추정되고, 나무 높이는 17m, 줄기 둘레는 6.9m다. 김해시 주촌면 천곡리에 있다. 천곡리 이팝나무는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자리 잡고 있다. 주변은 인공물이 없이 널찍하고 여유가 있다. 신천리 이팝나무와 대비가 된다. 그래선지 나무의 위엄이 훨씬 돋보인다. 이 정도면 마을 사람들이 신성시할 만하다. 꽃이 필 시기에는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고유제를 지낸다고 한다.

천년의나무 2018.02.28

신천리 이팝나무

천연기념물 185호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이팝나무다. 수령이 650년으로 추정되며 경남 김해시 한림면 신천리에 있다. 엄청난 고목인데도 아직도 왕성한 생명력을 자랑하고 있다. 과거에는 이 나무가 마을 우물을 보호한다고 믿어서 마을 사람들은 음력 섣달 그믐에 용왕제를 지낸다고 한다. 이팝나무 꽃이 만발하면 풍년이 들고, 시원찮으면 흉년이 든다는 이야기는 여느 이팝나무와 마찬가지다. 신천리 이팝나무는 줄기 곳곳에 돌기가 많이 나 있다. 마을 가옥 가까이 있어 자리가 매우 비좁다. 겨울이 아니라 하얀 꽃이 피는 계절에 본다면 더 아름다울 것 같다. 때를 맞추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천년의나무 2018.02.27

예장동 은행나무, 느티나무

서울 중구 예장동 남산 자락에 두 그루의 고목이 나란히 서 있다. 은행나무와 느티나무다. 이곳은 일제 시대 때 통감 관저가 있던 장소다. 1910년 8월 22일 3대 통감 데라우치와 이완용이 강제 병합 조약을 조인한 경술국치의 현장이다. 두 나무는 우리의 부끄러웠던 그때의 모습을 생생히 지켜보고 있었을 터이다. 두 나무는 수령이 약 400년 정도 되었다. 약 100년 전에 찍은 사진에도 두 나무는 지금과 비슷한 모양으로 나온다. 나무 사이를 지나는 도로도 똑 같지만 통감 관저는 사라지고 그 자리는 아픈 역사를 잊지 말자는 기억의 터로 조성되어 있다.

천년의나무 2018.02.24

이현궁터 은행나무

서울 종로구 인의동에 있었던 이현궁(梨峴宮)은 광해군이 왕이 되기 전에 살았던 궁이다. 지금은 작은 표석만 있을 뿐 빌딩 숲으로 변해 궁의 어떤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다. 원래 1만 평 정도의 넓이였다니 상당한 크기였던 것 같다. 인조 이후에는 행궁이나 왕족의 집, 군영 등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 이현궁터에 오래된 은행나무가 한 그루 있다. 수령이 500년 정도 되었다. 1500년대 후반에 광해군이 살았으니 그 즈음에 심어진 나무로 보인다. 나무 높이는 17m다. 길의 반 이상을 나무에게 내어주고 있지만, 은행나무는 높은 건물 사이에 끼어 옹색해 보인다. 나무는 남아 있어도 500년 전 이현궁의 모습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천년의나무 2018.02.14

도피안사 느티나무

철원에 있는 도피안사는 '도피안(到彼岸)'이라는 이름으로 오래 기억되는 절이다. 영원한 안식처인 피안에 이른다는 의미가 각별하다. 국보인 철제비로자나불이 유명하다. 도피안사에 들어서면 가운데에 느티나무 세 그루가 있다. 겨울이라 앙상해서 그렇지 여름 같았으면 느티나무 초록 그늘이 온 절을 뒤덮을 것만 같다. 안내문에는 수령이 600년으로 되어 있는데 한 그루가 그렇게까지 보이지는 않는다. 도피안사에서 이 느티나무는 화룡점정이라고 할까, 만약 느티나무가 없었다면 절 분위기가 무척 썰렁할 것 같다. 6.25 때는 이곳이 격전지였다. 절이 완파되는 피해를 입었어도 꿋꿋하게 살아남은 느티나무가 대단하다.

천년의나무 2018.02.02

궐리사 은행나무

궐리사(闕里祠)는 절이 아니라 공자님을 모신 사당이다. 오산에 있는 궐리사는 공서린(孔瑞麟, 1483~1541) 선생이 후학 교육을 위해 만들었으나, 정조 17년(1792)에 사당을 세우고 궐리사라 붙였다. '궐리'란 공자가 살던 노나라의 마을 이름이다. 오산 궐리사에 500년 가량 된 은행나무가 있다. 화성에서 돌아오는 길에 들렀는데 마침 노랗게 물이 들어 더 아름답게 보였다. 찾아오는 사람들도 궐리사보다는 은행나무 곁에서 더 오래 머문다. 이 은행나무는 중종 시절 공서린 선생이 심었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은행잎이 유난히 작다. 50원짜리 동전 크기만 하다. 뒤에서 바라보는 궐리사와 은행나무가 잘 어울린다. 이 은행나무가 없다면 궐리사는 많이 쓸쓸할 것 같다.

천년의나무 2017.11.14

반계리 은행나무(3)

이 나무와는 13년 전에 처음 대면했다. 노란 불꽃이 타오르는 듯한 강렬함에 넋을 뺏긴 기억이 난다. 10여 년이 흘렀어도 마찬가지다.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은행나무 중 제일 선연한 노란 색깔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균형 잡힌 몸매도 아름답다. 800년 된 나무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그때에 비해 주변은 잘 정리되었다. 마을 가운데 있지만 공터가 넓어서 여유가 있다. 혼자였다면 더 오래 머물렀을 것이다. 지는 석양을 받을 은행잎은 더욱 환상적일 것이라고 상상을 해 본다. 가을이 되면 꼭 찾아보고 싶은 나무 중 하나다.

천년의나무 2017.11.10

용문사 은행나무(4)

이번에는 때가 늦었다. 노란 은행잎이 많이 떨어지고 허전했다. 10월 말에 찾았던 재작년에는 초록 잎새가 남아 있을 정도로 빨랐고, 이번에는 지각을 했다. 절정의 순간을 맞추기가 그만큼 힘들다. 떨어진 은행잎을 쓸어내었는지 나무 아래도 휑해서 아쉬웠다. 이번 길에는 처제와 동서가 동행했다. 입시를 코앞에 둔 자식이 있어서 마음이 안절부절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천 년 고목을 보면서 좀 더 넓게 세상을 보았으면 한다. 그때는 사소한 일에 왜 그렇게 노심초사했을까, 지나고 봐야 깨닫는다. 인생의 일이란 대부분 그렇다. 지금 나도 마찬가지다.

천년의나무 2017.11.10

명륜당 은행나무(2)

아직 초록색이 남아 있다. 때를 정확히 맞추기가 어렵다. 산에는 단풍이 질 때지만 도시는 이제야 시작이다. 나무에 관심이 없는 친구도 감탄할 정도로 이 나무의 위용과 아름다움은 대단하다. 두 그루 중 왼쪽에 있는 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중종 때 성균관 대사성으로 있던 윤탁이 심었다고 전해지니 500년이 되었다. 이곳에서 꿈을 키우던 조선 시대 유생들과 일상을 함께 했던 은행나무로 역사성이 깊다. 나무도 분위기를 닮는지 선비의 기품이 느껴지는 나무다. 이 나무 앞에서는 발걸음도 조심스럽다. 완전히 노랗게 물든 모습은 다음 기회로 미루어야겠다.

천년의나무 2017.11.09

도동 향나무

울릉도에는 화산암 바위 틈에서 자라는 향나무가 많다. 통구미와 대풍감에 있는 향나무 자생지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도동항을 둘러싼 산비탈에도 오래된 향나무들이 보인다. 무려 2천 살이 넘는 향나무도 있다고 한다. 당연 우리나라 최고령 나무다. 그런데 어느 나무인지는 확인을 하지 못했다. 그중에서 제일 눈에 띄는 나무를 찍어 보았다.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경사진 비탈에서 위태롭게 자라고 있다. 키를 낮추어야 할 것 같은데 홀로 우뚝하다. 고고장향(孤孤長香)으로 불러도 될 것 같다.

천년의나무 2017.11.06

건봉사 소나무

건봉사를 내려다보는 산등성이에 우뚝 서 있는 멋진 소나무다. 건봉사는 유난히 산불과 전란의 피해가 컸다. 그래서 사찰 건물은 여러 번 소실되고 복원되기를 반복했다. 나무도 예외가 아니었다. 수많은 나무들이 화마를 당해 죽었지만 이 나무는 극적으로 살아남았다. 나무 바로 밑에 있는 전각들이 불에 탈 때도 피해가 없었다. 오히려 여느 나무보다 훨씬 더 당당하다. 수령은 300년쯤 되었으리라 추정한다. 옆에 서면 고난을 이겨낸 생명체의 기운이 느껴지는 건봉사 소나무다.

천년의나무 2017.09.25

와타즈미신사 소나무

대마도를 대표하는 와타즈미신사(和多都美神社)는 해신인 용왕을 모신 곳이다. 용왕이 오가는 길을 따라 도리이가 바다를 향해 직선으로 배치되어 있다. 가이드는 그 방향이 우리나라 김해를 향한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일본 신사 도리이가 동쪽을 향하고 있는데 이곳은 서쪽을 향한다. 아마 가야에서 건너온 우리 조상과 연관된 신사는 아닌지 추정해 볼 수 있다. 이 신사에 기이한 모양의 뿌리를 가진 소나무가 있다. 뿌리가 나무 키보다도 더 길게 직선으로 뻗어 있다. 건물도 뿌리와 나란히 세워져 있다. 가이드 말로는 천년송이라는데 그 정도로 되어 보이지는 않는다. 전체적으로는 승천하는 용의 형상을 하고 있다. 지상에서부터 꿈틀대며 하늘로 치솟는다. 대마도에서는 소나무가 거의 보이지 않는데 와타즈미신사에서 만난 특이한 ..

천년의나무 2017.09.15

화성행궁 느티나무

수원 화성행궁 입구에 있는 세 그루의 느티나무다. 수령은 350년 정도 되었다. 행궁을 지을 때 궁궐의 조경 제도에 의해 '品'자 형태로 심었다. 영의정을 비롯한 삼정승을 나타내는데, 나라를 위해 올바른 정치를 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행궁 앞이지만 힘들게 살아 온 흔적이 보이는 나무다. 행궁 안에 들어가면 더 오래된 나무가 있다. 몸체 대부분은 죽었고 가운데서 돋아난 한 가지만 살아 있다. 9년 전에 보았을 때보다 훨씬 더 노쇠해진 것 같다. 수령이 600년으로 추정되니 화성 조성 훨씬 이전부터 여기에 있었다.

천년의나무 2017.09.10

원터골 굴참나무

청계산 등산로 입구인 원터골에 있는 굴참나무다. 옛날에는 두 그루였는데 지금은 한 그루만 남았다. 옆에 있던 나무는 아마 병사한 듯하다. 남아 있는 나무도 가지가 많이 잘려나가고 줄기 밑둥에는 약재 처리된 비닐이 감겨 있다. 참나무마름병이라고 한다. 인간의 도움으로 힘들게 버티고 있는 이 굴참나무는 수령이 200년이 넘었다. 참나무 종류가 200년을 넘게 살았다는 것은 굉장한 고목이다. 나무 높이는 27m, 줄기 둘레는 3.8m다. 부디 건강하게 살아남기를 바란다.

천년의나무 2017.09.06

대안리 느티나무

천연기념물 279호로 지정된 느티나무다. 원주시 흥업면 대안리에 있는데, '원성 대안리 느티나무'라고 안내문에 적혀 있는 걸 보니 전에는 이곳이 원성군이었던 것 같다. 거목이면서 단정한 모양새가 우리나라 느티나무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마을에서 약간 비켜난 산자락에 있다. 느티나무 주변은 축대를 쌓아 흙이 흘러내리지 않게 했다. 나무 밑에 쉴 수 있는 평상이나 의자가 있으면 더 좋을 것 같다. 편안한 느낌의 이런 나무를 보면 나무 아래서 잠시나마 쉬고 싶은 생각이 든다. 아마 마을 사람들은 여기까지 찾아오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나무 높이는 24m, 줄기 둘레는 8.1m, 수관은 동서로 26m, 남북으로 21m다. 나이는 400년 정도로 추정된다. 가지는 약 2m 높이에서 둘로 갈라져, 전체적으..

천년의나무 2017.08.24

대안리 소나무

원주시 흥업면 대안리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소나무다. 곧게 자라서 가지가 사방으로 퍼진 모양이 자랑거리였을 것 같은데 아쉽게도 가지 반쪽은 잘려 나갔다. 보는 각도에 따라서는 옛날 온전했던 모습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다. 안내문에 수령이 700년이라 되어 있는데, 이곳의 생육 환경으로 봤을 때 그렇게 오래 되어 보이지는 않는다. 키는 13m, 줄기 둘레는 3.1m인 나무다.

천년의나무 2017.08.24

서곡리 소나무

원주시 판부면 서곡리에 있다. 용수골이라 불리는데 백운산과 연결되는 계곡이 있어 물이 좋다. 주변은 여름 물놀이 장소로 유원지 분위기가 난다. 이곳에는 150년 정도 된 소나무 예닐곱 그루가 개울을 따라 군락을 이루고 있다. 전에는 훨씬 많은 나무가 있었음 직하다. 차를 타고 가다 보면 제각각 특이한 모습으로 서 있는 소나무가 시야를 당기는 곳이다.

천년의나무 2017.08.23

주암리 은행나무

부여에서 대천으로 가다가 우연히 도로 옆 안내판을 보고 찾아간 나무다. 부여군 내산면 주암리에 있는 은행나무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나무 옆 정자에서 홀로 쉬고 있는 할아버지한테서 나무의 내력을 들어볼 수 있었다. 지금은 넓은 공터로 되어 있지만 몇 해 전까지도 나무 바로 밑에 민가의 지붕이 있었다고 한다. 마을 사람이 영목으로 받드는 은행나무라면서 몇 가지 일화를 들려주었다. 나라에 큰 변고가 생기면 나무도 상처를 입는데, 박정희 대통령이 돌아가시던 밤에 큰 소리가 나서 나가보니 이 나무의 큰 가지 하나가 부러졌다는 것이다. 당신이 직접 보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할아버지는 이 은행나무가 수령이 1,500년이나 된 우리나라 최고령 은행나무로 믿고 있었다. 전설에는 백제의 사비 천도를 전후하여..

천년의나무 2017.07.29

홍산객사 은행나무

홍산(鴻山) 객사는 부여군 홍산면 북촌리에 있다. 객사(客舍)란 관청의 손님이나 사신이 유숙하던 건물이다. 1838년에 재건한 홍산 객사는 가운데에 정당을 두고 좌우에 익실을 붙였다. 동쪽 익실은 대청마루이고, 서쪽 익실은 온돌방으로 되어 있다. 수령이 700여 년인 이 은행나무는 홍산객사 안에 있다. 나무 높이는 15m이고, 줄기 둘레는 7.5m다. 마을의 정자나무이기도 한데 재난이나 경사스러운 일이 생기면 울기도 하고 불빛이 나기도 한다고 전해진다. 정월 초하룻날에 제를 올리는 풍습이 있었다는데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천년의나무 2017.07.27

대조사 소나무

부여군 임천면에 있는 대조사(大鳥寺)에는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미륵불이 있다. 신체 비례가 어울리지 않고, 조각 기법이 세련되지 않은 점 등이 이 지방의 미륵신앙을 잘 보여주는 석불이다. 세련되지는 않아도 사바세계로부터 구원을 바라는 민초의 염원을 표상하는 모습이다. 이 미륵불 옆에는 바위 틈에서 자라난 노송이 있다. 앞에서 보면 마치 미륵불을 감싸듯 보호하는 모양새다. 수령이 300여 년 정도이고, 나무 높이는 15m, 줄기 둘레는 1.5m다. 그런데 3년 전 폭설에 나뭇가지가 부러지며 미륵불의 보관을 때려서 파손 되었다고 한다. 지금 원형 복구 작업이 한창이다. 미륵불 쪽으로 방향을 튼 소나무의 선한 의도는 오로지 인간의 해석일 뿐인가, 아니면 더 깊은 뜻이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천년의나무 2017.07.25

용소막성당 느티나무

서울에서 학교 다닐 때 중앙선 열차를 타고 고향을 오갔다. 서울로 갈 때 왼쪽 자리에 앉아 있으면 멀리 이 성당이 보였다. 나무가 있는 풍경이 평화스럽게 보여서 고개를 뒤로 돌리면서까지 오래 바라보곤 했다. 기차를 타고 이동하던 대여섯 시간 동안 창밖을 스친 풍경 중 아직까지 기억에 남아 있다. 특히 성당을 둘러싼 나무의 인상이 깊었다. 언젠가는 저 성당에 찾아가 봐야지, 하고 다짐도 했을 것이다. 그때로부터 50년 만에 용소막성당에 들렀다. 느티나무는 옛날의 느낌처럼 아름답고 단정했다. 오래된 성당 건물도 운치 있고 경건했다. 성당과 느티나무가 어울린 풍경이 잔잔한 감동의 파문을 일으켰다. 원주시 신림면에 있는 용소막성당은 시잘레 신부가 1915년에 완공하였으니 백 년이 넘었다. 전통적인 성당 건축의 ..

천년의나무 2017.07.20

행구동 느티나무

나무를 처음 봤을 때 와, 하는 감탄사가 나올 때가 가끔 있다. 이 나무가 그랬다. 크고 오래된 것은 둘째치고, 모습이 예쁘고 단정하다. 쓰다듬어 보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안내문에는 수령이 1.000년으로 되어 있다. 정말일까, 하고 고개를 갸웃하게 되지만 나무줄기를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나무 높이는 22m, 줄기 둘레는 8.5m다. 나무가 자라는 주변 환경도 넓고 여유가 있다. 나무 아래에는 평상이 두 개 마련되어 있다. 옆에는 어르신을 위한 게이트볼장이 있어서 운동 후 여기서 쉬기에 좋다. 나무에서 느껴지는 기운 밝고 환한, 치악산 아래 원주시 행구동 오리골에 있는 느티나무다.

천년의나무 2017.07.14

주어리 느티나무

여주시 산북면 앵자봉 남쪽 산자락에 주어사지(走魚寺址)가 있다. 아랫동네 이름도 주어리다. 이름이 특이한데 이는 절을 창건한 설화와 관계가 있다. 한 스님이 절터를 찾던 중 잉어를 따라가 보라는 꿈을 꾸고 실제로 개울을 거슬러 올라가는 고기를 따라가다가 좋은 터를 발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주어사는 17세기 초에 세워진 절인데 천주교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앵자봉 너머의 천진암과 이곳 주어사가 초창기 천주교 입문자들이 모였던 곳이다. 그래서 두 사찰 모두 폐사(廢寺)되는 운명을 맞았다. 주어사는 1776년 즈음에 권철신을 중심으로 강학이 이루어졌다. 주어사 아래에 있는 주어리에 느티나무 두 그루가 있다. 대략 400년 내외 된 나무들이다. 주어사를 오르내린 선각자들이 아마 이 나무 아래서 다리쉼을 했을 ..

천년의나무 2017.06.23

능내리 느티나무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는 다산 정약용 선생의 고향이다. 이곳도 전에는 광주군에 속했다. 강에서 떨어져 예빈산 쪽으로 들어간 동네에 이 느티나무가 있다. 안내문에는 수령 500년, 나무 높이 16m, 둘레 5m로 되어 있다. 그러나 눈짐작으로는 500년까지는 되어 보이지 않는다. 지금 이 마을은 예쁜 전원주택이 많이 들어와 있다. 나무는 마을 위쪽에 있는데, 옛날에도 여기까지 사람들이 살았던 것 같다. 그 흔적이 이제 나무로만 남아 있다.

천년의나무 2017.06.14

새천년비자나무(2)

제주도 비자림에서 자라는 비자나무 중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나무다. 키는 14m, 굵기는 어른 네 아름에 이른다. 안내문에 보면 고려 명종 20년(1189)에 태어났다고 구체적으로 적혀 있다. 수령이 800년이 넘는다. 11년 전에 이 비자나무를 처음 만났다. 그 뒤로 제주도에 들리면 이 비자나무를 찾아보곤 했다. 이번에는 장모님과 함께 하는 여행에서였다. 비자나무는 자유분방한 나무다. 개성이 강해서 수형도 갖가지다. 그런데 새천년비자나무는 거대한 크기에도 불구하고 균형 잡히고 반듯한 모양을 하고 있다. 그랬으니까 오랜 세월을 견뎌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비자나무 앞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의 깊이를 생각한다. 비자나무는 찾아왔다가 사라져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다.

천년의나무 2017.05.19

뉴질랜드의 나무

한 달 동안 뉴질랜드에 있으면서 큰 나무를 찾아보지 못한 것은 아쉬웠다. 단체로 가다 보니 내 뜻대로 움직일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나무가 '카우리'라는데 어떻게 생겼는지 확인하지 못했다. 가장 오래된 카우리는 2천 년이나 되었다고 한다. 그런 카우리 숲에 가 보지 못했다. 헤밀턴 가든(Hamilton Garden)에서 본 흰색 줄기의 나무. 나무 이름이 'Eucalyptus Viminalis'라 적혀 있다. 퀸스타운(Queenstown) 공원에 있는 큰 나무. 혹 이 나무가 카우라인지 모르겠다. 퀸스파크에 있는 같은 종류의 나무. 오클랜드 박물관 앞에 있는 괴목. 이번에는 유명 관광지와 트레킹이 목적이었다. 만약 다음에 뉴질랜드에 갈 기회가 있다면 꽃과 나무 중심의 여행을 해 보고..

천년의나무 2017.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