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커 92

대금산에 오르다

트레커 팀 네 명과 가평 대금산에 올랐다. 대금산(大金山, 704m)은 이곳에 있었던 광산에서 많은 금이 나와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가평 쪽 산 아래 마을이 두밀리(斗密里)다. 예전에는 심심산골 오지였다는데 지금은 산자락까지 팬션과 전원주택이 들어서 있다. 우리는 마을 도로변에 차를 세워두고 산에 들었다. 700m급이지만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정상에 서면 멀리 축령산과 천마산이 한눈에 보인다. 전망이 참 좋다. 정상에서 우리는 청우산 방향으로 향했다. 이러면 두밀리를 출발점으로해서 원을 그리는 모양으로 한 바퀴 라운딩을 할 수 있다. 산길은 명지지맥을 따라 적당한 오르내림이 반복된다. 마을에 다 와서는 길을 가로막은 전기 울타리 때문에 잠시 헤맸다. 가평에 나와 '인천집'에서 먹은 늦은 점심도..

사진속일상 2012.01.19

금강소나무숲길 1구간을 걷다

십이령(十二嶺)길은 옛날에 울진과 내륙 지방을 연결하는 길이었다. 보부상들이 울진장이나 죽변장에서 해산물을 사서 봉화, 영주 등에서 파는 행상을 할 때 넘나들던 열두 고개를 말한다. 이 길은 보부상만이 아니라 지역주민이나 선비들도 이용했다. 지금은 금강소나무숲길이라고 부르고 그 일부가 현재 1구간(13.5km)으로 개통되어 있다. 나머지 2구간은 내년에 열릴 예정이다. 이 길 외에도 소광리를 출발점으로하는 금강소나무숲길 3구간이 만들어져 있고, 앞으로 5구간까지 준비되고 있다. 지난 12일에 금강소나무숲길 1구간을 걸었다. 전날저녁에 트레커 팀원들과 울진군 북면 두천리에 있는 민박집에 도착해서 일박했다. 아침 9시, 집합장소에 걷기 예약을 한 40여 명의 사람이 모였다. 간단한 안내와 주의사항을 듣고 두..

사진속일상 2011.11.14

도봉산길을 걷다

아직 미개통된 북한산 둘레길의 도봉산 구간을 트레커 팀과 걸었다. 지난 번에 북쪽 구간을 걸었고, 이번에 남은 마지막 구간을 걸었다. 이로서 트레커 팀은 북한산 둘레길 70 km를 네 차례에 걸쳐 완전히 일주했다. 나는 그중에서 1/2만 걸은 셈이다. 이번 구간은 망월사역에서 시작하여 우이동에서 끝났다.여기는 간이 방향 표시가 되어 있어 길을 찾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이제 곧 시설물 공사를 할 것 같다. 정식으로 길이 열리고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북적댈 텐데 우리는 그 전에 걸어 조용해서 좋았다. 휴일인데도 사람들을 거의마주치지 않았다. 길 곳곳에 이런 임시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이 구간은완만하고 부드러운 산길이다. 일부에는 나무로 된 예쁜 표지판도 걸려 있다. 사람이 직접 손으로 쓴 것이라 제 각각..

사진속일상 2011.03.27

아차산에서 시산제를 지내다

트레커 팀이 아차산에서 시산제를 지냈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다. 이번에는 멀리 나가지 않고 가까운 산을 택했다. 9시에 광나루역에서 만나 1시간 정도 산길을 걸어 돌방무덤이 있는 마당바위에서 조촐한 행사를 가졌다.한 해의 무사산행을 빌고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되새기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특히 이번에는 자연보호 활동을 같이 했다. 시산제를 지내고 3시간 정도 산행을 하면서 등산로 주변의쓰레기를 수거했다. 휴지, 비닐, 플라스틱, 유리병들이 큰 봉지로 12개나 모였다. 그동안 수없이 산을 다녔지만 이렇게 직접 주워본 건 처음이었다. 뿌듯하고 팀원들이 자랑스러웠다. 지금은 시산제 시즌이다. 어딜 가나 시산제를 지내는 등산 팀이 있다. 좋은 장소는 미리 선점하지 않으면 자리를 뺏긴다. 아차산에서도 시산제를 ..

사진속일상 2011.03.13

정암산과 해협산

어제는 히말라야 팀 열 명과 정암산과 해협산에 올랐다. 2010년 송년 산행이었다. 정암산(正巖山, 403m)과 해협산(海峽山, 531m)은 경기도 퇴촌에 있는 산이다. 그다지 높지 않은 산이지만 산세가 부드럽고 흙길로 된 능선이 길어 걷기에 좋다. 왼쪽으로 남한강을 끼고 걷는데 풍경도 좋다. 두 산을 지나는 오르내림도 적당하다. 귀여리에서 산행을 시작할 때 기온이 영하 13도였다. 다행히 바람이 불지 않았으나 장갑을 껴도 손끝이 아릴 정도로 공기가 찼다. 모자를 얼굴까지 뒤집어썼다. 눈 예보가 있었으나 하늘은 맑았고 낮이 되면서 기온도 올라갔다. 연초에 시산제 산행을 한 게 눈에 선한데 벌써 일년이 지나갔다. 세월의 물결은 저 남한강처럼 고요하지는 않다. 돌아보면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그러나 다른 ..

사진속일상 2010.12.27

구봉산에 오르다

지난 주말에는 히말라야 팀과 1박2일로 산행을 다녀왔다. 전북 진안에 있는 운장산과 구봉산이었다. 운장산 자락에 있는 S형의 별장에서 묵었다. 첫째 날은 운장산에 올랐는데 나는 몸도 아낄 겸 뜨끈뜨끈한 황토방 바닥이 좋아 집에 남았다. 일행이 산에 다녀오는 6시간 동안 허리 찜질도 하고 책도 보며 느긋하게 시간을 보냈다. 산골 마을도 산책했다. 파란 하늘에 구름이 좋은 날이었다. 별장은 두 채로 되어 있는데 그중에서도 작은 황토방이 부러웠다. 여유가 된다면 산속에 이런 작은 집 하나쯤 갖고 싶다. 언제라도 가서 부담 없이 쉴 수 있는 집이면 좋겠다. 며칠 빈둥거리다 보면 지친 심신이 활기를 얻게 되는 그런 집을 상상한다. 둘째 날은 구봉산 산행에 함께 했다. 구봉산(九峰山, 1002m))은 아홉 개의 봉..

사진속일상 2010.11.16

파주 비학산길을 걷다

히말라야 팀과 산길을 걸었다. 파주 법원읍에 있는 비학산을 중심으로 여러 산들이 이어진 산줄기를 따라 걷는 길이었다. 비학산(飛鶴山, 454m)은 해발 500m에도 미치지 못하는 낮은 산이지만 산길은 고만고만한 산들이 연이어 있어 쉼 없이 오르내림이 반복되면서 아기자기했다. 대부분 걷기 좋은 흙길이었고 쉼터도 잘 갖추어져 있었다. 그리고 가장 큰 장점은 산길이 U자형으로 되어 있어 자연스레 원점 회귀가 된다는 점이다. 이 비학산은 1968년의 청와대 습격 사건 때 무장공비들의 침투로였다. 지금도 산에는 그들의 은거지였던 장소가 남아 있다. 산에서는 여러 종류의 버섯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망태버섯을 본 것은 제일 큰 수확이었다. 사진으로만 보았던 망태버섯을 비학산에서 드디어 만난 것이다. 망태..

사진속일상 2010.07.05

노루귀를 탐하다가 디카를 날리다

어제는 히말라야 팀 9 명이 홍천 금학산에 시산제를 겸한 등산을 했다.같이 동행을 했지만 나는 산에는 오르지 않았다. 본격적인 산행을 하기에는 몸에 자신이 없었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봄꽃을 보고 싶은 마음이 더 급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시기에 노루귀를 찾자면 산 아래 양지 바른 계곡 주위를 찬찬히 살펴야 한다. 산으로 오른 일행과 떨어져 노일분교 앞 홍천강변을 걸었다. 홍천강은 수량이 많으면서 코발트 색깔이 특히 아름다웠다. 그리고는산의 계곡을 찾아 들어갔다. 이른 봄 꽃 탐사는 마치 보물찾기 하는 것과 같다. 기대한 대로 노루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어 무척 기뻤다.개체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봄햇살 아래 환하게 웃고 있는 보라색 노루귀는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그런데 아뿔싸, 흥분이 지나쳤는지,..

사진속일상 2010.03.22

비로봉에서 폭우를 만나다

D 산악회를 따라 소백산에 올랐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옛말대로소백산의 품안에서 태어나고 성장했으면서도 이때껏 소백산 정상인 비로봉에는 오르지를 못했다. 소백산에 간다고 해도 연화봉까지가 고작이었다. 마침 등산 코스에 비로봉과 국망봉을 지나는 소백산 능선길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비로봉 부근의 주목 군락지도 보고, 국망봉까지 이어지는 장쾌한 소백산 능선의 바람도 맞고 싶었다. 또 능선길의 야생화들도 만나고 싶었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출발할 때부터 잔뜩 흐린 날이 산을 오를때는 가는 비가 간간이 내렸다. 그러나 등산 하는 데는 지장이 없었고 산길은 구름에묻혀도리어 분위기 있는 풍경을 만들었다. 능선에서 날씨만 갠다면 더할 수 없이 좋은 날이었다. 정상에 가까워지니 숲이 사라지고 광활..

사진속일상 2009.09.13

두타연에 다녀오다

경춘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양구 가는 길이 빨라졌다. 서울에서 양구까지 두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전에 양구라면 강원도에서도 오지에 속했다. 벌써 20년 전의 일이지만 당시에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양구까지 가는데 거의 하루 종일 걸렸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지금은 양구로 접근하는 도로도 좋아졌고, 양구 역시 예전의 지저분한 도시가 아니었다. 마치 읍 전체가 리모델링 한 것처럼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히말라야 팀 여덟 명이두타연에 다녀왔다.강원도 양구군에 있는 두타연(頭陀淵)은 민간인 출입통제구역에 있지만 현재 일반에 개방되고 있다. 다만 사전에 신청을 하고 인솔자를 따라 출입할 수 있다. 두타연은 예전에 이곳에 있었던 두타사(頭陀寺)라는 절에서 연유된 이름이라고 한다. 양구명품관에 모인 차량 10여 ..

사진속일상 2009.07.20

백덕산

히말라야 팀 일곱 명이 백덕산에 올랐다. 아침 7시에 서울을 출발하여 산행 기점인 관음사까지는 세 시간이 걸렸다. 백덕산(白德山, 1350m)은 강원도 영월과 평창에 걸쳐 있는 산으로 등산객들에게는 주로 겨울의 눈 산행지로 인기 있는 산이라고 한다. 등산 지도를 보니 몇 개의 라운딩 코스가 있는데 우리는 맨 오른쪽의 신선바위봉길을 택해 올랐다. 멀리선 본 백덕산은 푸근해 보이는 육산인데 관음사에서 오르는 길은 무척 가팔랐다. 또 곳곳에 암반이 있어서 밧줄을 이용해 올라가야 했다. 어제까지 내린 비가 그쳐 다행이었으나 습도가 높아 모두들 땀을 비 오듯 흘렸다. 습도가 높은 날 왜 더 땀이 나는지 누군가 물었고 서로의 의견 교환 끝에 그럴 듯한 결론을 이끌어냈다. 땀이 증발하지 못하므로 기화열이 부족해 피부..

사진속일상 2009.06.22

가리산에 오르다

히말라야 팀 여덟 명이 가리산에 올랐다. 가리산(加里山)은 강원도 홍천에 있는 해발 1,051 m의 산이다.눈 먼 벌치기의 사연으로 귀에 익었던 산이었는데 이번에 오르게 되었다. 눈이 먼 사람이 벌을 키운다는 사실도 신기했지만 육체적 한계에도 불구하고세 자녀를 키워낸 것이 당시에 화제가 되고 감동을 주었었다. 서울에서 7 시에 출발하여 두 시간여를 달려서 가리산 휴양림에 도착했다. 아침 식사는 김밥과 샌드위치로 휴게소에서 간단히 했다. 우리는 오른쪽 능선으로 해서 주능선으로 올라가 정상으로 향했다. 눈이 적당히 쌓인 산길은 부드럽고 아름다웠다. 아마 올해의 마지막 눈길 산행이 되지 않았나 싶다. 가리산이라는 이름은 정상부의 암봉이 곡식을 쌓은 낟가리 모양이어서 그리 명명되었다고 한다. 가리산은 전체적으로..

사진속일상 2009.03.16

랑탕 트레킹(14)

2009년 1월 21일, 랑탕 트레킹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오늘은 순다리잘까지 걸어가서는 버스를 타고 카트만두로 들어간다. 아침에 일어나니 주변은 온통 뿌연 안개에 잠겨 있다. 아직도 2천m급의 고지대지만 안개는 마치 깊은 바다 속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하긴 내가 서 있는 이곳도 수 억 년 전에는 바다 속이었을 것이다. 잠시 내 주위로 고생대의 바다 생물들이 헤엄치고 돌아다니는 상상을 해본다. 안개가 낀다는 것은 오늘도 날씨가 맑다는 뜻이다. 이번 트레킹을 계획대로 마칠 수 있게 된 데는 날씨의 도움이 결정적이었다. 우리 일정이 하루의 여유도 없이 빡빡하게 짜여져 있어서 만약 중간에 눈이라도 내렸다면 중도에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실제로 우리보다 앞서 트레킹을 한 팀은 폭설로 고사인..

사진속일상 2009.03.01

랑탕 트레킹(13)

히말라야의 대기는 맑고 깨끗하지만 대신에 무척 건조하다. 밤에 잘 때면 입술과 입안이 바싹바싹 탄다. 그래서 잠에서 깰 때면 꼭 물을 마셔주어야 한다. 화장실에 가기 위해 밖에 나왔다가 히말라야의 밤하늘에 끌려 마당에 앉았다. 다행히 이곳은 고도가 낮아선지 밤공기가 그다지 차지 않았다. 사위는 고요한데 초저녁에는 보이지 않던 북두칠성이 올라오고, 하현달은 옅은 안개 속에서 졸고 있었다. 내가 히말라야에 와서 이 아름다운 트레킹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것은 내 혼자만의 힘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도움 덕분이었다는 사실이 새삼 고맙게 느껴졌다. 그뿐만 아니라 하늘의 달과 별, 그리고 히말라야 신의 도우심이 없었다면 이곳과의 인연이 맺어질 수가 없었을 것이다. 아침 7시, 동편 하늘의 노을을 보며치소바니로 출..

사진속일상 2009.02.23

겨울 고대산에 오르다

히말라야 팀이 연천에 있는 고대산에 올랐다. 재작년 여름에 K형과 같이 가서 꽃개회나무를 만났던 산이었는데 이번에는 겨울에 오르게 되었다.동두천에서8시 50분에 출발하는 열차를 타고 신탄리에 내려서 바로 산으로 들었다. 어제의 황사가 지나간 뒤 날씨는 맑았고, 눈이 살짝 덮인 산길은 포근했다. 한 달만에 만나는 팀원들이 무척 반가웠다. 보름 동안 히말라야에서 함께 생활했던 인연이 보통 인연일 수가 있겠는가, 생각 같아서는 모두와 한 번씩 꼭 껴안고 싶었다.우리는 그때의 일들을 시간 가는 줄 모르며 즐겁게 회상했다.그리고 J의 말로는 우리가 다녀온 뒤에 랑탕 지역에 폭설이 내려서 그 시기에 간 사람은 트레킹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우리는 날씨의 덕을 톡톡히 본 것이다. 건방진 생각인지 모르나 히말..

사진속일상 2009.02.22

랑탕 트레킹(12)

약 기운 탓이었는지 잠을 맛있게 푹 잤다. 덕분에 몸이 가뿐하고 개운해졌다. 어제까지 끈질기게 괴롭히던 몸살기도 사라졌다. 오늘은 쿠툼상까지 가는 날이다.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7시에 곱테를 출발했다. 처음에는 고도 300m 정도를 올라가야 했으나 그 뒤부터는 계속 능선을 따라가는 내리막이었다. 확 트인 전망과 함께 아름다운 설산을 왼쪽으로 끼고 이어지는 흙길은 완만하고 부드러웠다. 그리고 고도가 낮아지니 다시 다양한 모습의 식물들이 모습을 보였다. 특이한 모양의 나무들이 눈길을 끌었고, 새소리도 들리기 시작했다. 반갑게도 길가에는 예쁜 보랏빛 꽃도 피어 있었는데, 고도 3천m 부근에서 특히 많이 있었다. 현지 가이드한테 이름을 물으니 모르겠다고 고개를 젓는다. 우리들 행렬은 자연스럽게 선두 여섯 명, ..

사진속일상 2009.02.20

랑탕 트레킹(11)

히말라야에서는 밤이 괴롭다. 추위보다 더 괴로운 것은 가슴이 답답해서 자꾸 잠이 깨는 것이다. 고소로 산소가 부족하여 숨이 차기 때문이다. 더구나 어제 밤에는 자다가 코피까지 쏟았다. 에너지가 바닥에 다다른 느낌이었다. 그래도 여느 날처럼 5시에 일어나 짐을 꾸리고 간단한 식사 후 6시 30분에 롯지를 출발했다. 어둠이 가시기 시작하면서 설산의 봉우리가 햇살에 빛나는 시간이었다. 처음부터 나타난 급경사 오르막을 오를 때는 콧물과 재채기가 심하게 나왔다. 오늘은 우리가 ‘고난의 행군’이라 부를 정도로 10시간 이상 산악 길을 걸어야 하는 날이다. 다행히 몸은 걸을수록 정상으로 돌아왔다. 어느 정도 오르막길을 오르니 고사인쿤드(4,380m)로 연결되는 산허리를 가로지르는 길이 나타났다. 매년 여름이면 이 길..

사진속일상 2009.02.19

랑탕 트레킹(10)

인사불성일 정도로 깊은 잠에 빠졌다. 밤중에 일어나 화장실에 다녀온 뒤 컵의 물을 마시다가 앉은 채 그냥 잠들어 버렸다. 물 떨어지는 소리에 깨어나니 컵이 기울어져 물은 바닥에 다 쏟아져 있었다. 엄청 피곤했었던 것 같다. 다행히 아침에 일어나니 몸은 좋아졌다. 식사를 하고 6시 40분에 툴로샤브루를 출발했다. 하늘은 엷은 비단구름이 줄지어 곱게 덮여 있다. 그동안은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였다. 다랑이 밭과 농가를 지나 길은 산으로 숨더니 숲 속으로 오르막이 계속되었다. 길에는 전에 내린 눈이 남아 있어 히말라야에 들어서 처음으로 눈을 밟아 보았다. B와 맨 뒤에서 일행을 따라갔는데 눈 가운데 피어 있는 작은 꽃을 구경하느라 자꾸 뒤쳐졌다. 숲 들머리에 서있는 포플라를 닮은 키다리 나무가 인상적이었..

사진속일상 2009.02.18

랑탕 트레킹(9)

2009년 1월 16일, 오늘부터는 랑탕 트레킹의 후반부에 들어간다. 여기서 그냥 샤브루베시로 내려가서 카트만두로 돌아가면 랑탕 계곡만 왕복하는 가장 짧은 트레킹 코스가 된다. 그러나 우리는 고사인쿤드로 올라가서 4,610m의 라우레비나 고개를 넘어 산줄기를 타고 카트만두 근교인 순다리잘까지 걸어갈 예정이다. 앞으로 엿새 동안 우리는 지금까지보다 더 길고 험한 산길을 걸어야 한다. 그중에서도 툴로샤브로까지만 가는 오늘이 가장 여유 있으면서 체력을 비축할 수 있는 날이다. 밤에 기침을 심하게 했다. 저녁이나 밤 같으면 힘들어 더 못 걸을 것 같은데, 아침에 일어나면 웬일인지 새로운 힘과 도전 의욕이 생긴다. 오늘은 4시간 정도만 걸으면 되는 날이라 느지막하게 아침 8시에 뱀부를 출발했다. 급경사의 내리막길..

사진속일상 2009.02.17

랑탕 트레킹(8)

목이 아파서 침을 삼키면 따끔거렸다. 호흡하기도 힘들다. 어제 밤에는 코를 심하게 골았는지 아침에 일어나니 코 안도 얼얼했다. 길을 걸으면서 계속 사탕을 빨고 뜨거운 물을 자주 마셨다. 롯지에서 길을 나설 때면 항상 보온병에 뜨거운 물을 가득 채운다. 고소에서는 반드시 따뜻한 물을 자주 마셔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히말라야에서는 석회질 성분 때문에 물은 꼭 끓여 마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설사로 고생을 한다. ‘Hot water' 또는 ‘타토파니’ 하면 알루미늄 통에 끓인 물을 담아주는데 값이 롯지 방값과 비슷할 정도로 비쌌다. 그 물조차도 뿌연 색깔인데다 그릇 밑에는 침전물이 가라앉았다. 물맛이 시원찮은 것은 물론이다. 히말라야 같은 청정지역에서 물도 마음대로 마실 수 없다는 것은 아이러니였다. 우..

사진속일상 2009.02.15

랑탕 트레킹(7)

밤에는 잠자는 도중에 숨이 차서 수없이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가슴이 답답해지면 호흡을 급하게 해야 진정이 되었다. 이런 현상도 고소의 특징인데 유난히 나한테 심하게 나타났다. 그렇게 잠을 설쳤던 탓인지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무척 무거웠다. 계란후라이와 누룽지로 아침 식사를 하고 7시에 키모슝리(4,620m)로 출발했다. 키모슝리는 순수한 수직 높이만 750 m를 올라야 하는 산인데 여기를 오전 중에 다녀와야 한다. 어제와 달리 오늘은 몸이 무거워서 처음부터 후미에 처졌는데 선두와의 간격은 갈수록 벌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선두 그룹의 모습은 시야에서 사라졌다. 내 뒤에는 유일하게 B가 따라왔는데, 결국 B는 체력이 달려 등정을 포기했다. 홀로 산을 오르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는데, 스스로의 힘과 의..

사진속일상 2009.02.14

랑탕 트레킹(6)

랑탕 트레킹의 전반부에서는 오늘과 내일이 가장 중심이 되는 날이다. 특히 오늘은 세상에서 가장 깨끗하고 아름다운 계곡이라는 랑시샤카르카까지 다녀온다. 이곳은 이번 트레킹에서 최고의 절경지대라고 할 수 있다. 랑시샤카르카의 고도는 4,160 m, 우리가 있는 캰진곰파와는 300 m 정도밖에 고도 차이가 나지 않지만 왕복 24 km나 되는 긴 길이다. 4천 m 급의 고소에서 하루에 24 km를 걷는다는 것은 그렇게 만만한 일이 아니다. 다행히 새벽에 눈을 뜨니 몸은 개운했다. 그런데 볼일을 보러 화장실에 가니 물이 꽁꽁 얼어있어 사용이 불가능했다. 어쩔 수 없이 헤드랜턴에 의지해 롯지 뒤 산자락에 가서 볼일을 보았다. 캄캄한 어둠이 부끄러움을 가려 주었는데 별이 반짝이는 하늘을 보며 배설하는 시원한 쾌감도 ..

사진속일상 2009.02.12

랑탕 트레킹(5)

2009년 1월 12일, 네팔에 온지 닷새째, 샤브루베시에서 트레킹을 시작한지 사흘째 되는 날이다. 오늘은 랑탕 계곡의 맨 끝 마을인 캰진곰파(Kyanjin Gompa)까지 간다. 3 시간 정도 걸으면 이를 수 있는 마을이다. 캰진곰파는 베이스캠프 역할을 하는 장소로 여기에서 랑시샤카르카를 다녀오고, 체르고리(4,984 m)에도 오를 예정이다. 역시 새벽 5시에 기상하여 부산하게 짐을 쌌다. 침낭을 마는데도 숨이 차고, 등산화의 끈을 매는데도 잠시 호흡을 가다듬어야 했다. 캄캄한 바깥은 바람이 세고 추웠다. 옷을 단단히 껴입고 식당에 주문한 계란후라이, 감자와 함께 가져간 누룽지를 끓여서 아침 식사를 했다. 해가 떠오르니 햇살은 눈부시게 따갑다. 하늘은 푸르다 못해 검은색이다. 우리는 맑고 밝고 환한 세..

사진속일상 2009.02.10

랑탕 트레킹(4)

히말라야에 오기 전에 가장 걱정한 것이 고산병이었다. 고산병은 고도 3,000 m 전후에서부터 나타나는데 사람마다 차이가 크고 증세도 다르다. 호흡을 충분히 하면서 천천히 걷는 것이 최선이라는 당부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그리고 가능하면 하루에 고도차가 500 m 이상 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이 바로 3,000 m 지점을 돌파하는 날이기 때문에 아침부터 긴장이 되었다. 그리고 고소병 예방이 된다는 다이아막스 반 알을 먹었다. 원래 이 약은 이뇨제인데 고산병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 알려져서 지금은 히말라야 트레킹 하는 사람들이 제일 많이 쓴다고 한다. 일행 중 어떤 사람은 비아그라도 가지고 왔다. 성기능장애 치료에 쓰이는 이 약이 고산병에도 좋다는 설이 있는 모양이다. 새벽에 일어나니..

사진속일상 2009.02.09

랑탕 트레킹(3)

이제부터 본격적인 랑탕 트레킹의 시작이다. 랑탕(Langtang)은 ‘야크를 따라간다’는 뜻이라고 한다. 전설에 따르면 한 스님이 도망가는 야크를 따라가다가 이 아름다운 골짜기를 발견했다는데 티벳어로 ‘랑’은 ‘야크’, ‘탕’은 ‘따라가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랑탕 계곡은 1940년대에 서양인들에 의해 외부에 알려졌고, 1971년에 네팔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우리는 닷새 동안 랑탕계곡을 따라 5,000 m 가까운 고도까지 올라가게 된다. 샤브루베시의 붓다 게스트하우스에서 히말라야의 첫 밤을 보내고 아침 6시에 일어났다. 아직 고도가 낮아선지 생각보다 춥지는 않았다. 물휴지로 얼굴을 닦는 것으로 세면을 마쳤다. 히말라야에서는 물도 부족하거니와 찬물로 세수를 하면 고소에 걸릴 위험이..

사진속일상 2009.02.06

랑탕 트레킹(2)

오늘은 랑탕 트레킹의 시작 지점인 샤브루벤시(Schabrubensi)까지 가는 날이다. 카트만두에서 샤브루벤시까지는 140 km 정도 되지만 길이 워낙 험한 탓에 버스로 아홉 시간이나 걸린다고 한다. 우리는 새벽 5시에 기상하여 세수하고 짐을 싼 뒤 호텔 입구에 모였다. 카트만두는 밤새 정전이 계속되어 캄캄한 방에서 헤드랜턴을 켜고 세수를 하고 카고백을 꾸렸다. 호텔에는 이번 트레킹 동안 우리와 동행할 가이드와 포터도 나왔다. 우리 일행이 열두 명인 관계로 전위와 후위를 맡을 가이드 두 명에 짐을 날라줄 포터 열두 명을 더해 총 열네 명이었다. 히말라야 고산지대에 사는 종족을 셰르파족이라 하는데 이들은 히말라야를 등반하는 사람들의 짐을 져주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들은 고산 등반에 천부적인 능력을 발휘하..

사진속일상 2009.02.02

랑탕 트레킹(1)

작년부터 네팔로의 직항로가 열려 히말라야 가는 길이 편리해졌다. 전에는 홍콩이나 태국에서 환승을 해야 했는데 이젠 7 시간 정도면 바로 네팔 카트만두 공항과 연결된다. 우리 일행 12 명이 탄 대한항공 KE695 편은 1월 8일 오전 9시 30분에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네팔 시간으로 오후 2시에 카트만두공항에 도착했다. 네팔은 우리나라와 3시간 15분의 시차가 있다. 재미있는 것은 네팔은 인도와 거의 같은 경도상에 있지만 인도와도 15분의 시차를 일부러 두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일본의 표준시를 그대로 쓰고 있는 것과 비교되는 일이다. 비행기에 오를 때까지도 히말라야에 간다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았다. 가고는 싶었지만 너무나 먼 곳, 죽기 전에 꼭 한 번 다녀오리라 다짐은 했지만 그 꿈이 지금 이렇게 이루어..

사진속일상 2009.02.01

히말라야 팀이 아차산에서 만나다

히말라야행이코 앞으로 다가왔다. 오늘은 히말라야 팀이 아차산 등반을 하며 마지막 준비 모임을 가졌다. 단장님이 환전한 달러를 받고 서로의 준비물을 점검했다. 이제는나흘 뒤에 인천공항에서 만나는 일만 남았다. 오전에는 함께 세 시간 동안 아차산 길을 걸었다.이젠 서로간에 동지의식 같은 게 생긴다. 누구 하나라도 탈이 나면 전체 일정이 차질이 생긴다. 모두가 아무 탈 없이 계획대로 잘 다녀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산행길에 삼층 석탑을 만났다. 많이 훼손은 되었지만 전체적으로 단순하면서 절제미가 느껴지는 석탑이다. 특히 산 능선의 전망 좋은 바위 위에 서 있는 것이 특이하다. 예전에는 이 근방에 사찰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안내문에는 고려 중엽의 불탑이라고 적혀 있다. 산행을 마치고 내려와서 함께 점심을 먹었..

사진속일상 2009.01.04

히말라야 랑탕 트레킹 일정

히말라야 랑탕 트레킹의 일정 및 개별 준비물들이 확정되었다. 처음 히말라야 트레킹에 간다고 했을 때는 마치 뒷산에 오르듯 너무 가볍게 생각했다. 이렇게 준비물이 많고 경비가 많이 들 줄 알았다면 아무리 히말라야에 끌렸다고 하더라도 무척 망설였을 것이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너무나 쉽게 OK해 버린 것이 지금은 조금 후회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렇게라고 하지 않으면 언제 히말라야에 가 볼 기회가 있겠는가. 더 나이가 들면 체력적인 한계 때문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할 테니까 말이다. 40여 가지의 장비 및 의복들은 이제 2/3 정도 준비를 마쳤다. 앞으로도 구입해야 할 것들이 여럿 남아 있다. 그런데 가지고 갈 음식물도 상당하다.개인별 준비물은 아래와 같은데 이외에도 공동으로 가져가야 할 것들도 있다. <..

길위의단상 2008.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