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한 달 동안의 금주

샌. 2012. 9. 2. 08:02

이빨 4개를 빼고, 때우고, 신경치료 하는데 거의 한 달이 걸렸다. 특히 신경치료가 복잡했다. 치아에 있는 신경을 죽이고 보철물을 씌우는 작업인데 갈 때마다 2시간 가까이 입을 벌리고 있어야 했다. 의사 선생님도 힘든 건 마찬가지였다.

 

치료 기간에는 술을 딱 끊었다. 이렇게 오랫동안 금주를 한 건 처음이었다. 비 오는 날, 부침개를 앞에 두고 소주병을 꺼냈다가는 도로 원위치시킨 게 여러 번이었다. 밖에서는 "웬일이야?" 하는 소리도 들었다. 알코올 중독이 아니어서인지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은퇴를 하고 나니 술 마시는 기회가 줄어들었다. 직장 생활을 하면 아무래도 모임이나 회식이 잦고 술이 빠질 수가 없다.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저절로 술을 찾게 된다. 또, 퇴직과 동시에 서울을 떴으니 친구들과 늦은 시간까지 술 마시고 있을 시간도 없다. 이래저래 술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금주하고 보니 술과 과식이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았다. 술이 있으면 과식을 하게 된다. 이것저것 집어먹는 게 많기 때문이다. 이번에 몸무게가 1kg 정도 빠졌다. 술을 삼간 탓일 것이다. 어제는 이빨 치료를 끝낸 기념으로 저녁 식사 때 반주를 했다. 스팸을 넣은 맛있는 김치찌개가 있었다. 얼마나 배가 부른지 숨쉬기가 힘들 정도였다. 오늘 아침 체중계에 올라갔더니 모두 도로아미타불이 되었다.

 

이럴 때 아예 금주를 해 버려? 아니다. 절주만 할 수 있다면 술은 삶의 양념이 된다. 인간관계의 윤활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가끔은 만취해 보는 것도 인생의 재미가 아니겠는가. 졸릴 때 자고, 배고플 때 먹고, 취하고 싶을 때 마시면 되는 것이다. 몸이 원하는 대로 자연스레 사는 삶이 가장 좋은 삶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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