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21 2

기도 / 김수영

시를 쓰는 마음으로 꽃을 꺾는 마음으로 자는 아이의 고운 숨소리를 듣는 마음으로 죽은 옛 연인을 찾는 마음으로 잃어버린 길을 다시 찾은 반가운 마음으로 우리가 찾은 혁명을 마지막까지 이룩하자 물이 흘러가는 달이 솟아나는 평범한 대자연의 법칙을 본받아 어리석을 만치 소박하게 성취한 우리들의 혁명을 배암에게 쐐기에게 쥐에게 살쾡이에게 진드기에게 악어에게 표범에게 승냥이에게 늑대에게 고슴도치에게 여우에게 수리에게 빈대에게 다치지 않고 깎이지 않고 물리지 않고 더럽히지 않게 그러나 정글보다도 더 험하고 소용돌이보다도 더 어지럽고 해저보다도 더 깊게 아직까지도 부패와 부정과 살인자와 강도가 남아 있는 사회 이 심연이나 사막이나 산악보다도 더 어려운 사회를 넘어서 이번에는 우리가 배암이 되고 쐐기가 되더라도 이번에..

시읽는기쁨 2016.12.21

논어[223]

자공이 묻기를 "어떻게 하면 선비라고 할 수 있습니까?" 선생님 대답하시다. "제 몸을 가누는 데 염치를 알고, 외국으로 사신 가서 제 책임을 다할 수 있다면 가히 선비에 들 수 있지." "그 다음은 어떤가요?" "집안 사람들은 효성스럽다 하고, 마을 사람들은 공손하다 하면 되지." "그 다음은 어떤가요?" "말에 빈틈이 없고, 행동에 끝장을 보고야 마는 것은 딱딱한 것이라 하찮은 인물이지. 허지만 그 다음에나 간다고 해두자." "요즈음 행정가들은 어떻습니까?" 선생님 말씀하시다. "흥, 조불조불한 사람들을 어찌 다 셀까?" 子貢問 曰 何如斯可爲之士矣 子曰 行己有恥 使於四方 不辱君命 可謂士矣 曰 敢問其次 曰 宗族稱孝焉 鄕黨稱弟焉 曰 敢問其次 曰 言必信 行必果 경경然 小人哉 抑亦可以爲次矣 曰 今之從政者何如..

삶의나침반 2016.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