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23 2

논어[234]

선생님 말씀하시다. "선비가 집안일을 못 잊어 하면 선비답지가 못하다고 할걸." 子曰 士而懷居 不足以爲士矣 - 憲問 3 공자가 말하는 '선비[士]'는 벼슬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나라를 경영하는 일을 맡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 선비가 집안일에 신경을 쓰느라 국정을 소홀히 하면 안 된다. 옳은 말이다. 그러나 이 말에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 아예 집안일을 나 몰라라, 하는 것과는 다르다. 내 큰할아버지는 동네에서 선비 소리를 들었다. 사랑방에서 책을 읽거나 찾아온 손님과 담소하는 게 일이었다. 그런데 농사나 집안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소나기가 쏟아져도 마당에 널린 곡식조차 거둘 줄 몰랐다. 큰할머니는 자주 혀를 쯧쯧 찼다. 또, 남자애를 부엌에 들이지 않으려는 옛 교육 태도도 이런 오해에서 비롯된 ..

삶의나침반 2017.04.23

공터에서

김훈의 근작 소설이다. 작가의 문체에 끌려 이 책을 찾아 읽었다. 김훈은 가장 개성 있는 작가다. 짧고 건조한 문장이 매력이 있다. 감정이 배제된 서술은 시베리아의 찬바람 같다. 이즈음에 더욱 만나고 싶은 글이다. 이 소설에서도 김훈의 문체는 도드라진다. 반면에 내용은 밋밋한 편이다. 그것 역시 작가의 특징인지 모른다. 개인적으로 김훈의 문체는 스케일이 큰 경우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거대한 비장미를 표현하는 데 적합하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에서 대규모 전투와 순장 장면을 묘사하는 부분이었다. 는 마 씨 가족 두 세대의 역사를 담았다. 일본 강점기 시대, 해방, 6.25 전쟁, 월남전, 군부독재 등 파란만장했던 근대사 속에서 살았던 힘 없는 민초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지은이는 후기에서 이렇게 말..

읽고본느낌 2017.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