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향기 806

봉은사 홍매

봉은사 홍매는 서울에 봄이 왔음을 알리는 전령사다. 올해는 예년보다 일찍 피었다. 지금이 만개 상태인데 색깔은 예상보다 선명하지 못했다. 지난 1월의 강추위가 영향을 미친 게 아닌가 싶다. 봉은사에는 꽃 구경하며 산책하며 두 시간 정도 머물렀다. 홍매 외에도 백매, 산수유도 활짝 폈고 제비꽃도 눈에 띄었다. 봄한테서 기습 공격을 받은 느낌이었다. 참새들이 홍매꽃 사이를 날아다니며 놀고 있었고, 옆의 나무 높은 곳에서는 흰꼬리수리(?)가 먹잇감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연등을 다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시골 학교 운동회의 만국기를 보는 것처럼 설레었다. 사월 초파일 부근에 다시 한번 찾아와봐야겠다. 20여 년 전 봉은사 옆에 있는 학교에서 근무했을 때는 점심을 먹고 나면 봉은사 숲길..

꽃들의향기 2023.03.14

통도사 자장매

경남 양산 통도사(通度寺)에 있는 홍매다. 1600년대에 통도사의 스님들이 사찰을 창건한 자장율사의 뜻을 기리기 위해 심었다고 해서 자장매(慈藏梅)라고도 불리운다. 그렇다면 300년이 넘은 매화나무다. 지난 22일에 찾아보았는데 막 만개한 상태였다. 그런데 붉은 색깔이 바랜 듯 선명하지 못해 살짝 아쉬웠다. 부근에 있는 다른 홍매와 차이가 두드러졌다. 어쨌든 딱 알맞은 때에 통도사 자장매를 만나게 되어 기뻤다. 다른 일정에 쫓겨 통도사 홍매만 만나고 돌아선 날이었다.

꽃들의향기 2023.02.24

강릉 대도호부관아 매화

대관령으로 눈을 보러 가다가 강릉에 매화가 피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1월 중순에 강릉에서 매화를 볼 수 있다니, 눈이 번쩍 뜨이는 얘기였다. 강릉 시내에 있는 대도호부관아에 들어서니 멀리서도 하얗게 핀 매화를 금방 찾을 수 있었다. 담장을 따라 심어진 매화나무 대여섯 그루에서 매화가 활짝 피었다. 가슴 설레면서 매화나무 아래를 거닐었다. 강릉 대도호부(大都護府)관아는 고려와 조선시대에 중앙의 관리들이 강릉에 내려올 때 머물던 건물이다. 기록에 따르면 고려 태조 19년(936)에 만들어졌다. 객사문은 고려시대 건축물 가운데 현재까지 남아있다는데 매화에 홀리는 바람에 확인하지는 못했다. 그외 여러 건물들이 잘 복원되어 있었다.

꽃들의향기 2023.01.19

신구대식물원 꽃무릇

꽃무릇을 보러 신구대학교 식물원을 찾았다. 그러나 때가 너무 늦었다. 사진처럼 대부분의 꽃무릇이 탈색되어 볼 품이 없었다. 이곳 꽃무릇을 보자면 15일 이전에 와야 할 것 같다. 위로 올라가니 그나마 거실 넓이만 한 비탈에 일부가 남아 있었다. 끝물이었지만 일부는 꽃봉오리가 맺힌 것도 있었다. 보물찾기를 하듯 싱싱한 놈을 고르면서 중얼거렸다. 너희들만이라도 남아 있어 줘서 고마워~ 성남에 있는 신구대학교 식물원은 처음 가 봤는데 아기자기하면서 아담했다. 현장 학습을 나온 유치원 아이들이 많이 보였다. 이곳 꽃무릇은 나무와 오솔길을 따라 피어 있어 규모는 작아도 정감 있는 분위기에 젖을 수 있을 것 같다. 내년에는 때를 잘 맞추어 찾아와 봐야겠다.

꽃들의향기 2022.09.28

하늘정원 코스모스

코스모스를 보러 영종도 하늘정원에 갔다. 하늘정원 코스모스 꽃밭은 인천공항에서 비행기가 착륙하는 라인 아래에 있다. 코스모스와 비행기가 어우러진 풍경을 보고 싶었다. 하늘정원은 올 초에 한 번 찾았고 이번이 두 번째다. 그때는 꽃이 없어 황량했는데 이번에는 넓은 벌판이 온통 코스모스로 뒤덮였다. 출렁이는 코스모스의 바다 같다. 시골길에서 하늘거리는 소담한 코스모스와는 다른 느낌이다. 이런 맛 또한 괜찮다. 코스모스 꽃밭 위로 비행기가 날아가는 풍경을 찍고 싶었으나 제대로 되지 못했다. 우선 비행기가 예상보다 뜸했다. 전에는 꼬리를 물고 나타났는데 이번에는 기다리다가 목이 빠지는 줄 알았다. 이쪽보다는 제 2터미널 활주로로 착륙하는 비행기가 많았다. 또, 포인트를 잡기도 쉽지 않았다. 비행기를 보면 가슴이..

꽃들의향기 2022.09.27

코스모스 피어 있는 길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 있는 길 향기로운 가을길을 걸어갑니다." 가을 코스모스를 보면 아련한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미루나무가 도열한 신작로에는 가을이면 코스모스가 만발했다. 집에서 학교로 오가는 길이 둘 있었지만, 가을이면 아이들 발걸음은 저절로 코스모스가 피어 있는 신작로로 들어섰다. 가끔 지나가는 자동차가 먼지를 날려도 상관없었다. 코스모스 꽃을 따서 책보를 장식하기도 하고, 동무 옷에 압착시켜 무늬를 새기기도 했다. 높은 곳에서 꽃을 날리면 코스모스는 헬리콥터 날개 마냥 돌면서 강물에 떨어졌다. 강물 따라 흘러 내려간 코스모스는 지금은 어디쯤 가고 있을까. 동네 산자락에 코스모스 길이 있다. 좁은 오솔길 양편으로 코스모스가 피어 있다. 질서 있게 가꾼 도시 공원의 코스모스와는 다른 분위기로 자연..

꽃들의향기 2022.09.24

9월의 장미

5월은 장미의 계절이다. 계절의 여왕인 5월에 꽃의 여왕인 장미가 핀다. 그런데 요사이 장미는 사시사철 언제나 볼 수 있다. 원예종으로 개발된 장미 품종이 25,000여 종에 달한다고 한다. 추위에도 견디는 장미가 만들어졌다고 추측할 수밖에 없다. 9월에 동네를 산책하다가 만난 장미다. 활짝 핀 꽃과 함께 많은 꽃망울이 맺혀 있다. 가을에 보는 장미는 여전히 색다르고 이질적이다. '장미=봄'이라는 등식이 뇌리에 박힌 까닭이다. 언젠가는 동네의 한 집 울타리에 겨울에 핀 장미가 있어서 한참 들여다 보기도 했다. 이젠 더 이상 꽃이 계절의 전령사가 아닌 것 같다.

꽃들의향기 2022.09.10

강변의 나무수국

수국, 산수국, 나무수국은 언제나 헷갈린다. 여름에 수국이 필 때 확인하고 나서 일 년이 지나면 입력한 많은 내용이 딜리트(delete) 된다. 셋의 차이를 다시 검색해봐야 한다. 수국만이 아니다. 구별이 애매한 꽃이라면 해마다 되풀이하는 짓이다. 꽃만 아니라 새도 그렇다. 일전에 강변에 나갔을 때 만난 나무수국이다. 이번에 검색해 보니 정확히는 큰나무수국인 것 같다. 수국 중에서도 꽃이 큼지막하고 탐스럽다. 이맘 때면 제일 자주 만나는 꽃이다.

꽃들의향기 2022.09.04

단풍잎부용

어제 동네를 산책하다가 만난 꽃이다. 구글렌즈로 검색해 보니 단풍잎부용이다. 이름을 알고 보니 부용의 느낌이 난다. 다만 꽃잎이 안까지 파져 있는 점이 부용과 다르다. 잎도 마찬가지로 깊게 갈라져 있다. 그래서 단풍잎부용이라 부르는가 보다. 부용(芙蓉)은 원래 연(蓮)의 꽃을 가리키는 이름으로 쓰였다. 이 꽃에도 같은 이름을 쓰다 보니 좀 헷갈린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보는 부용은 미국 원산으로 들어온 지 40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대개 부용은 분홍색과 흰색 꽃이 많이 보이는데, 이 단풍잎부용은 진한 홍색이다. 뜨거운 여름의 정열을 담뿍 담고 있는 꽃이다.

꽃들의향기 2022.08.15

덕진공원 연꽃(2022)

여름에 전주에 오면 덕진공원은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올해는 공원을 재정비해서 훨씬 깔끔해졌고, 연꽃도 더욱 탐스럽게 피어났다. 때를 잘 맞추었는지 이제까지 본 덕진공원 연꽃 중에서 올해가 제일 화려했다. 이곳은 500여 년 전부터 넓은 늪이 있어 연당(蓮塘)의 향기가 감쌌으며 단오절이면 각지에서 아낙네들이 모여들어 머리를 감으며 즐기는 유서 깊은 경승지였다고 한다. 현대적인 공원으로 조성된 건 1974년이었다. 내가 처음 덕진공원에 간 때가 1980년이었는데 호수를 가로지르는 현수교와 정자가 있었다. 뱃놀이를 하는 오리 배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은 넓은 호수 대부분이 연꽃으로 덮여 있다. 정오가 되니 너무 뜨거워서 구경 나온 사람들도 줄어들었다. 손주는 한 바퀴를 돌더니 시원한 아이스크림만 찾..

꽃들의향기 2022.07.29

2022 세미원 연꽃

세미원(洗美苑)은 집에서 가까워 연꽃이 피는 시기에는 꼭 찾아가 보는 곳이다. 오늘은 아내와 강상면에 다녀오는 길에 세미원에 들렀다. 평일인데 여느 해와 달리 주차장은 만차였고, 매표소에서도 줄을 서야 했다. 느린 걸음으로 연꽃을 구경하며 세미원을 한 바퀴 돌았다. 매년 연꽃을 찍어보지만 10년 전 사진이나 올 사진이나 별 차이가 없다. 답답하다.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이든 테크닉이든 뭔가 변화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게 참 어렵다. 노력한다고 인간의 심성이 달라지지 않는 것과 닮았다. 인간은 각자가 받은 틀을 평생 간직하며 한 세상을 살아가게 되나 보다. 연꽃밭에서 든 생각이다. 금년 들어 달라진 것이 하나 있다. 셀카놀이를 하게 된 것이다. 순전히 재미가 있어서다. 남한테 부탁해도 되지만 셀카가 훨..

꽃들의향기 2022.07.22

꽃쥐손이

덕유산 향적봉에서 만난 꽃쥐손이다. 초여름 향적봉에는 여러 꽃들이 피어 있었는데 그중에서 꽃쥐손이가 개체수로나 모양으로나 제일 눈에 띄었다.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꽃쥐손이는 1,600m 고지인 여기가 최적의 환경이리라. 꽃쥐손이는 쥐손이풀과 중에서도 꽃이 크고 예뻐 특별히 이름 앞에 '꽃'이 붙은 것 같다. 덕유산에는 꽃쥐손이 외에도 다른 꽃이 많았다. 같은 꽃이라도 환경에 따라 조금씩의 변이가 생기는지 고산지대에서 만나는 꽃은 느낌이 달랐다.

꽃들의향기 2022.06.20

등갈퀴나물

콩과의 다년생 덩굴식물로 보라색 꽃이 초여름에 핀다. 갈퀴 모양의 덩굴손이 다른 물체를 감으면서 자란다. 이름에 '나물'이 들어 있는 것으로 보아 연할 때는 나물로 먹을 수 있다는 뜻이겠다. 이런 류의 식물은 생명력이 강해서 어디서나 잘 자란다. 이맘때 경안천변에는 등갈퀴나물 꽃밭이 펼쳐진다. 노란색 금계국, 흰색 개망초와 섞여서 무리지어 꽃 피어 있는 풍경이 아름답다.

꽃들의향기 2022.06.06

설봉공원 장미

올해는 장미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5월을 넘기나 싶었는데 설봉공원에서 우연히 장미(덩굴장미/넝쿨장미/줄장미)를 만났다. 설봉공원에는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아담한 장미정원이 있다. 호수 둘레길만 걷다 보면 장미 정원이 있는지 알아채지 못한다. 상대적으로 사람도 적어 조용히 휴식하기 알맞은 곳이다. 붉은 장미는 가까이 다가가기에는 너무 색깔이 강렬하다. 꽃말처럼 사랑도 보통 사랑이 아닌 불처럼 뜨거운 정열의 사랑이다. 그 불길에 데어서 타버릴 것 같다. 하물며 가시까지 숨기고 있으니 붉은 장미는 위험한 팜므파탈이다. 오뉴월 소나기라도 내려 그 열기를 식혀줘야 할 것 같다.

꽃들의향기 2022.05.27

꽃지 튤립

매년 4월이면 태안 꽃지 해변에서 튤립 잔치가 열린다. 튤립 전시회로는 우리나라에서 최대 규모가 아닐까 싶다. 해가 갈수록 꽃으로 꾸미는 디자인이 발전해가는 느낌이다. 올해는 튤립으로 단장한 대형 양탄자가 눈길을 끌었다. 1시간 30분 정도 둘러보면서 꽃향기에 흠뻑 빠졌다. 산을 헤매며 숨어 피는 야생화를 찾는 재미도 있지만, 이렇듯 거대 풍경에 압도당하는 맛도 좋다. 입장료는 12,000원이다. 전주에서 집으로 올라오는 길이었다. 원래는 꽃지에서 일몰을 보려 했으나 미세먼지가 심해 대기가 뿌옇고 하늘이 밋밋해서 포기했다. 간월도를 지나면서 지는 해와 잠시 인사를 했다.

꽃들의향기 2022.04.30

수성당 유채꽃

부안의 수성당에 유채꽃밭이 있다. 바다를 옆에 끼고 있어서 노란색 유채꽃이 주변 풍광과 잘 어울리는 곳이다. 장모님을 모시고 바다 구경을 나온 길에 잠시 들렀다. 비가 오고 난 뒤에 잔뜩 흐린 날씨였다. 그래선지 유명세에 비해 찾은 사람이 별로 없어 한산했다. 수성당(水聖堂/水城堂)은 바다를 지키는 수성할머니라는 해신을 받들어 모시는 곳이다. 주민들은 매년 정월 초사흘에 수성당에 모여서 뱃길의 안녕을 위하여 치성을 드린다고 한다.

꽃들의향기 2022.04.29

완산칠봉 겹벚꽃

전주 완산칠봉에는 겹벚꽃 동산이 있다. 나뭇잎이 돋아나서 철이 살짝 지나긴 했지만 붉은색 영산홍과 어우러져 눈호강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벚꽃보다 늦게 피는 겹벚꽃은 꽃 모양이나 색깔이 풍성하고 화려하다. 벚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겹벚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그냥 벚꽃이 훨씬 낫다. 겹벚꽃은 벚꽃이 지고 난 뒤에 아쉬움을 달래려고 한 바탕 잔치를 펼쳐주는 것 같다.

꽃들의향기 2022.04.28

성내천 벚꽃(22/4/11)

성내천 벚꽃을 보러 가기 위해 강변역에서 버스를 내려 잠실철교를 따라 난 보도를 걸어서 건넌다. 이쪽 동네는 전에 살았기 때문에 어느 길이나 익숙하고 정겹다. 잠실철교 보도도 자주 건너다닌 길이다. 낮 기온이 25도까지 올랐다. 젊은이들 중에서는 반팔 옷차림도 가끔 눈에 띈다. 20년 전에 성내천 옆에 직장이 있었다. 성내천은 내 출퇴근길이었고, 일과 중에도 시간이 비면 즐겨 산책하던 곳이었다. 그때 벚나무를 심기 시작했는데, "얘들이 언제 커서 제대로 벚꽃 구경을 할까"라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지금은 벚꽃 터널을 이루었다. 벚꽃은 이미 많이 떨어졌고, 나무에는 꽃들 사이로 초록잎이 보인다. 성내천은 올림픽공원과 연결된다. 몽촌정(夢村亭) 주위의 벚꽃이 제일 화사하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는 손님이 몇 ..

꽃들의향기 2022.04.11

시드는 창덕궁 홍매

아직까지 창덕궁 홍매가 절정인 때는 보지 못했다. 늘 조금씩 시기가 틀어졌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름은 홍매(紅梅)인데 지금은 때가 지나 탁해진 살구색이다. 밑에 있는 화사한 연분홍 진달래 색깔에 치인다. 그래도 나름의 기품이 있다. 꼭 절정만 고집할 필요가 있겠는가. 빠르면 빠른대로, 늦으면 늦은대로 그 시기의 매력이 있는 법이다. 사람 또한 다르지 않으리라. 창덕궁 삼삼와(三三窩) 앞에 있는 이 매화는 겹꽃이다. 그래서 별칭이 만첩홍매(萬疊紅梅)다. 내년이 될지, 언제가 될지 모르겠다. 너의 가장 화려한 반짝임을 볼 수 있는 때가.

꽃들의향기 2022.04.08

원미산 진달래(22/4/5)

소문으로만 들었던 부천의 원미산 진달래 구경을 갔다. 꽃친구 Y와 함께였다. 원미산 진달래는 이제 만개 상태에 들어갔다. 이번 주말과 다음주까지는 절정을 이룰 것 같다. 두 시간 정도 눈 호강을 실컷 했다. 분홍 물결을 너무 타서 멀미가 날 정도였다. 진달래는 역시 군락을 이루어야 더 아름답다. 여러 가지로 심란한 2022년의 봄이지만 꽃 속에 묻혀 있는 동안에는 행복했다.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었더라고, 연초록 잎사귀들이 얼마나 보기 좋은지 가만히 있어도 연초록 물이 들 것 같더라고, 남편은 원미산을 다녀와서 한껏, 봄소식을 전하는 중이었다. 원미동 어디서나 쳐다볼 수 있는 길다란 능선들 모두가 원미산이었다. 창으로 내다보아도 얼룩진 붉은 꽃무더기가 금방 눈에 띄었다." 을 쓴 양귀자의 소설에 나오는..

꽃들의향기 2022.04.05

예봉산 노루귀

산길을 걷다가 우연히 노루귀를 발견했다. 이런 걸 횡재라고 해야 하겠지. 지금 시기에 예봉산에서 노루귀를 만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다행히 똑딱이가 있어서 부족하나마 고운 자태를 담아 보았다. 친구에게 예봉산에서 노루귀를 만난 얘기를 했더니 이런 시를 보내 주었다. 유년 시절의 고향 동무를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보내고 지리산 형제봉이 또렷이 보이는 강 언덕에 앉아 눈시울에 방울방울 맺힌 추억을 양지바른 언덕에 두고 왔더니 겨울을 잘 견딘 청노루귀가 보송보송 그리움의 솜털 꽃대를 올려 자줏빛 울음을 운다네 자줏빛 울음을 운다네 - 청노루귀 / 정순영

꽃들의향기 2022.04.04

봄날은 온다

벚꽃을 기준해서 봄의 절정을 삼는다면 중부지방은 봄이 오고 있는 중이다. 아직 새벽 기온은 0도에 이를 정도로 차다. 올해는 예년보다 꽃 피는 시기가 일주일 정도 늦어서 중부지방 벚꽃은 이제 꽃봉오리가 벌어지고 있다. 잠실에 나간 길에 짬을 내 석촌호수에 들렀다. 벚꽃은 성질 급한 몇 그루에서만 보일 뿐이었다. 그래도 휴일이어선지 산책로에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꽃 핀 나무를 힘들게 찾아서 롯데타워를 배경으로 몇 장 찍어 보았다. 둘씩 셋씩 동무해서 나온 젊은이들이 대다수였다. 평일이 되면 산책 나오는 연령대가 달라질지 모른다. 새로 산 휴대폰의 하이퍼랩스를 사용해 보았다. 코로나 시대라서일까, 사람들은 꽃에 더욱 굶주린 것 같다.

꽃들의향기 2022.04.03

히어리

흥미로운 이름을 가진 꽃이다. 순수한 우리말이라는데 무슨 뜻인지는 검색해 봤지만 분명하지 않다. 귀한 꽃이었지만 요사이는 관상용으로 많이 심어선지 이른 봄이면 흔하게 볼 수 있다. 더 일찍 피는 납매와 많이 닮았다. 해여림 빌리지에서 봤다. 올괴불나무꽃.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들린 수변공원에는 산수유가 한창이었다. 매화는 이제 막 개화를 시작하고 있다.

꽃들의향기 2022.03.29

16년 만에 만난 동강할미꽃

2006년에 처음 동강할미꽃을 만났으니 16년 만에 다시 보게 된 귀한 꽃이다. 동강은 마음만 먹으면 어렵지 않게 다녀올 수 있는 곳이건만 물경 16년이나 걸렸다. 전에는 꽃친구와 함께 광하리 동강변을 갔었는데, 이번에는 운치리 동강변을 찾았다. 광하리는 도로 옆이라 접근하기 쉬웠는데, 운치리는 강변 돌길을 따라 한참 동안 걸어가야 했다. 그 또한 즐거운 과정이었다. 동강할미꽃은 여러 색깔이 있지만 이번에는 보라색과 홍자색을 볼 수 있었다. 동강할미꽃은 생김새나 색깔이 다양하다. 역시 제일 큰 특징은 허리를 구부리지 않고 꼿꼿이 서 있다는 점이다.

꽃들의향기 2022.03.23

상심을 달래주는 제라늄

하루에 30만 명대의 코로나 확진자 숫자가 이어지고 있다. 다음 주의 절정기가 되면 40만 명대까지 오른다고 한다. 조심스러워 밖에 나가 타인을 만나지 않은지도 한참 되었다. 딸과 손주까지 코로나에 걸려서 이제야 회복 중이다. 시골에 계신 노모를 찾아뵙지 못한지도 두 달이 넘는다. 방에 있으면 베란다에 있는 제라늄이 보인다. 일 년 내내 한결같이 환하게 웃고 있는 제라늄이다. 제라늄은 코로나나 시끄러운 정치판의 현실과도 아랑곳 없다. 나는 부러워하며 멍하니 제라늄을 바라본다. 이러한 저러한 상심을 달래기 위해 자꾸 눈길을 주는 우리집 제라늄이다.

꽃들의향기 2022.03.12

제라늄의 미소

벌써 10년째, 사시사철 고운 미소를 잃지 않는 네가 경이롭다. 그렇다고 정성으로 돌보는 것도 아니다. 잊어버릴 만하면 가끔 물 주고, 분갈이 안 한 지는 까마득해서 언제였는지도 모른다. 강산이 바뀔 세월이 흘렀는데도 너는 변함없이 밝은 미소를 띠고 있구나. 너에게야말로 '반려'라는 말을 붙여주고 싶다. 제라늄이 여러해살이 식물이라지만 도대체 언제까지 자라는지 궁금하다. 줄기 아랫 부분은 이미 딱딱한 목질로 변한 지 오래되었다. 이곳으로 이사 와서 곧 널 만나고 어느덧 10년, 그 긴 기간 동안 한 번도 꽃을 피우지 않은 적이 없었다. 추운 겨울도 예외가 아니었다. 한결같은 네 미소 앞에서 어찌 우울할 수 있으랴. 비 내리는 쓸쓸한 초겨울이지만, 네가 있어 행복한 오늘이다.

꽃들의향기 2021.11.30

똑똑한 풍선초

봄에 이웃에서 준 풍선초 씨를 베란다에 있는 화분에 심었다. 곧 싹이 나오고 하루가 다르게 덩굴이 위로 뻗어올랐다. 천정 빨래건조대에 줄 여러 개를 연결해 줬더니 초록 잎이 병풍처럼 자라서 시원한 여름을 보낼 수 있었다. 풍선초는 이파리, 줄기, 꽃, 열매의 조형미가 뛰어나서 보기에 좋다. 식물 자체도 깔끔하다. 풍선초는 끝이 없을 듯 성장하며 키가 커 갔다. 천정까지는 줄을 연결할 수 없어 건조대를 넘어가는 줄기는 이발하듯 가위로 잘라줬다. 여름 내내 주기적으로 다듬어주는 게 내 일이었다. 몇 달 동안 그렇게 했더니 어느 때부터는 풍선초가 위로 자라는 걸 포기하는 것이었다. 제 몸을 비비 꼬며 건조대 아래서만 놀지 위로 올라가려고 하지 않았다. 식물도 제 몸에 위해가 가해지는 걸 감지하고 그에 대응하는..

꽃들의향기 2021.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