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향기 806

홍릉수목원 복수초(2021)

홍릉수목원에 복수초가 피었다는 소식에 가만있을 수가 없었다. S, Y 형에게 연락하여 셋이 만나 2021년의 첫 꽃을 영접했다. 지난주부터 홍릉수목원의 복수초 소식이 들렸으니 올해는 일찍 개화한 셈이다. 남도 지방이 아닌 서울에서 이렇게 빨리 피는 경우는 드물다. 그래서 더욱 귀한 복수초다. 사람 마음은 비슷한지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 훼손을 막기 위해서 복수초 둘레에는 나무 울타리가 설치되어 있다. 더 예쁘게 찍게 위해선지 누군가 눈을 퍼다가 복수초 주위에다 뿌려 놓았다. 엉성하고 부자연스러워 도리어 역효과를 내어 언짢다. 그냥 있는 그대로 두는 게 제일 낫지 않을까.

꽃들의향기 2021.01.31

한결같은 제라늄

몇 년 전부터 베란다에 있는 제라늄이 거의 방치 상태다. 처음에 기를 때는 애지중지했는데 오래되다 보니 관심이 시들해졌다. 물 주는 것도 들쑥날쑥하고 분갈이는 생각도 안 한다. 그래도 제라늄은 한결같다. 사람이 쳐다보든 아니든 끝없이 피고 지기를 반복한다. 춥든 덥든 상관없다. 끈질긴 제라늄이다. 생명이 다해야 갖다 버리기라도 할 텐데 죽지도 않는다. 아무리 여러해살이풀이지만 이렇게 오래 살아갈 줄은 몰랐다. 10년 가까이 되니 줄기 아랫부분은 목질로 변했다. 나무처럼 분재로 만들어도 될 것 같다. 제라늄 덕분에 우리 집 베란다는 사시사철 꽃색으로 환하다. 대견하고 기특하다. 올봄에는 예쁘게 손질이라도 해 줘야겠다. 이번 겨울만 잘 견디거라. 그동안 신경을 못 써줘서 정말 미안해.

꽃들의향기 2021.01.05

호로고루 해바라기

연천 호로고루에 있는 해바라기밭이다. 평일인데도 해바라기를 보러 온 사람들로 주차장이 가득했다. 이 시기에는 호로고루보다 해바라기를 목적으로 온 사람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꽃밭에는 예쁜 사진을 남기기 위해 한껏 단장한 여인네들의 웃음소리가 파란 가을 하늘로 퍼져나간다. 해바라기를 보면 일제히 해가 있는 남쪽을 향해 고개를 들고 있다. '해바라기'라는 이름 그대로다. 그렇다고 해바라기가 해를 따라 고개를 돌리는 건 아니다. 노란색 해바라기 물결이 흰 구름 뜬 초가을 하늘과 잘 어울리는 풍경이다.

꽃들의향기 2020.09.16

독말풀

독말풀은 이름 그대로 독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 약초로 사용한다. 독(毒)과 약(藥)은 상반되는 것 같지만 실은 다르지 않다. 식물의 독성을 이용해서 치료하는 것이 약이다. 이 독말풀은 잎이나 열매에 환각 작용이 있어, 옛날에는 마취제로 사용했다고 한다. 독말풀은 독이 있는 말풀이라는 의미일까. 꽃이 말풀과 비슷하게 생겨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지 않나 싶다. 열대 지방이 원산지인데 우리나라에는 약초로 들어왔다가 민간으로 퍼져 나갔다. 화단에서 가끔 만나는데, 내가 본 것은 독말풀 중에서 흰독말풀인 것 같다. 꽃은 나팔 모양이지만 꽃이나 잎이 큼지막해서 나팔꽃이나 메꽃처럼 귀여운 맛은 없다. 독말풀이라는 이름을 모르더라도 가까이하고 싶은 마음이 별로 생기지 않는다. 원래 꽃은 위를 향해 피지만 계속 내리는..

꽃들의향기 2020.09.10

수원 노송지대 맥문동

수원시 장안구에 노송지대가 있다. 정조가 현륭원의 식목관에게 1천 냥을 하사하여 소나무 500주와 능수버들 40주를 심게 한 곳이다. 그때 심은 소나무들 중 일부가 남아 있다. 정조는 사도세자 능을 참배하러 갈 때 이 길을 지나갔을지 모른다. 여름이 되면 노송지대에 맥문동이 활짝 핀다. 소나무와 어우러진 풍경이 멋지다. 수원시가 노송지대 복원 사업을 벌이고 맥문동을 심은 결과 아름다운 장소로 변신했다. 노송지대 총 길이가 5km라는데, 전체가 복원될 날을 기다려 본다.

꽃들의향기 2020.08.20

토성에 핀 맥문동

여름 올림픽공원에는 맥문동이 많다. 그늘진 데서 잘 자라서인지 특히 소나무 밑에 맥문동 화단을 많이 만들어 놓았다. 소나무 아래서는 보통 식물이 잘 자라지 못하는데 맥문동은 어떤 환경에도 끄떡없는 것 같다. 올림픽공원 토성 위를 걷다가 만난 맥문동이다. 이처럼 가리는 것 없이 훤한 풀밭에서 자라기도 한다. 올해는 맥문동 꽃색깔이 유난히 화사하다. 긴 비와 흐린 날씨가 맥문동한테는 호시절인가 보다.

꽃들의향기 2020.08.14

삼백초

여러해살이풀로 동아시아에서 자라는 약초다. 염증이나 고혈압, 변비나 부인병 개선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흰 꽃이 피면 잎이 하얗게 변해서, 뿌리까지 포함해 세 가지가 희다고 삼백초(三白草)라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는 남부 지방에서 자란다는데 희귀종이라 만나기는 쉽지 않은가 보다. 이 삼백초는 지난달에 전주수목원에서 봤다. 꽃이 피면서 하얗게 변색한 잎이 특이했다.

꽃들의향기 2020.08.10

흰배롱

배롱나무꽃은 한자로는 자미화(紫微花)다. 이름 그대로 붉은색 계열의 꽃이지만 가끔 흰색도 보인다. 흰배롱은 백미(白微)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여름에는 붉은색 자미가 어울리지만 흰배롱도 나름의 운치가 있다. 탈속한 듯 고결한 품성이 전해오는 꽃이다. 서원이나 양반가의 정원에 오래된 배롱나무가 있는 걸 보면, 배롱나무는 선비들의 사랑을 받았던 것 같다. 예년 이맘이면 장마가 끝나고 땡볕이 내리쬘 때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배롱나무꽃이 더욱 뜨거워지는 시기지만, 올해 중부 지방은 그렇지 못하다. 어두운 하늘을 배경으로 비에 젖는 배롱나무꽃이 생기를 잃고 축 처져 있다. 장마 끝 기약은 아직 먼데, 이 긴 비가 지나면 병산서원의 배롱나무를 보러 가야겠다.

꽃들의향기 2020.08.05

봉선사 연꽃

작년 8월 초에 봉선사에 갔을 때는 연꽃이 져 버린 끝물이었다. 그래서 올해는 열흘 정도 빨리 찾아가 봤지만, 코로나 종식을 기원하는 연꽃 축제가 이미 25일에 끝나 있었다. 그래선지 피어 있는 연꽃이 듬성듬성했다. 다음에는 7월 중순으로 날짜를 잡아야 할 것 같다. 봉선사에는 다른 연밭에 비해 백련이 많다. 백련의 꽃말은 '순결하고 청초한 마음'이라고 한다. 홍련과 달리 순백의 색깔에서 순수하면서 고귀한 품성이 느껴지는 꽃이 백련이다. 찾아간 날은 장마 와중이라 비가 오락가락한 날씨였다. 우리나라에서 연꽃의 개화 시기는 장마와 겹친다. 연잎에 떨어지는 빗소리는 목탁을 치는 듯 묘한 울림을 준다. 연(蓮)과 비는 서로 잘 어울리는 연분 같기도 하다.

꽃들의향기 2020.07.29

물안개공원 연꽃

장맛비 속에 탁구팀과 물안개공원을 찾았다. 코로나 때문에 여섯 달째 탁구를 쉬고 있다. 나는 고작 한 달에 한 번 나가는 정도였지만, 매일 운동하던 사람들은 얼마나 답답할까 싶다. 과연 언제쯤 되어야 실내 운동을 할 수 있게 될지 지금으로서는 기약이 없다. 물안개공원 입구에는 굉장히 넓은 연밭이 있다. 그런데 연꽃은 없다. 지금이 연꽃이 한창일 시기인데 여기는 침묵 속에 잠겨 있다. 그 연유가 궁금하다. 안에 들어가면 작은 연꽃밭이 있다. 이 연꽃이 없었다면 무척 서운할 뻔했다. 그리고, 연잎에 떨어지는 빗소리에 홀리다.

꽃들의향기 2020.07.24

관곡지 연꽃(2020)

11년 만에 찾아간 시흥 관곡지(官谷池) 연꽃... 관곡지는 역사가 오래된 연못이다. 조선 전기의 농학자인 강희맹이 세조 9년에 명나라에 다녀오면서 남경의 연꽃씨를 채취해 이곳 연못에 심었다고 한다. 관곡지는 아직 연꽃이 만개하지 않은 듯하다. 꽃보다는 봉오리 상태가 훨씬 많았다. 올 7월에는 양평 세미원, 전주 덕진공원, 부여 궁남지, 시흥 관곡지 등 연꽃으로 유명한 네 군데를 모두 다녀 보았다. 아기자기한 면에서는 궁남지 연꽃이 최고였다. 그에 비하면 관곡지는 좀 밋밋한 편이다.

꽃들의향기 2020.07.21

궁남지 연꽃(2020)

전주에서 올라오는 길에 연꽃을 보러 부여 궁남지에 들렀다. 3년 만이다. 며칠간 내리던 장맛비가 그치고 구름 사이로 푸른 하늘이 반가운 얼굴을 보여준 날이었다. 궁남지(宮南池)는 백제 사비시대에 만든 인공 연못이다. 에 보면 '궁성 남쪽에 연못을 파고 물을 20여 리나 되는 수로로 끌어들였으며, 물가에는 버드나무를 심고, 연못 가운데에 섬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다. 그때에도 연꽃을 심었는지는 모르겠다. 궁남지 연꽃은 주변의 버드나무와 어울리면서 꽃밭 사이로 산책로가 잘 나 있어 연꽃을 즐기기에는 조건이 좋다. 연꽃 종류도 다양하다. 이번에는 똑딱이를 가지고 주로 하늘을 배경으로 해서 찍어 보았다.

꽃들의향기 2020.07.18

덕진공원 연꽃(2020)

장마중에 전주 덕진공원을 찾았다. 계속 내리는 비로 개화한 연꽃은 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게 드물었다. 새로 피어나는 꽃봉오리만 변함 없이 씩씩했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가운에 호수 둘레를 한 바퀴 돌았다. 덕진공원 연꽃은 호수 전체를 뒤덮고 있다. 옛날에는 호수에서 보트놀이를 했는데 이제는 그럴 공간이 사라졌다. 그리고 또 하나 달라진 게 있다. 덕진공원 호수 가운데를 가르지르는 연화교가 철거되고 새 다리가 건설중이다. 옛 다리는 너무 노후해서 현대적 디자인의 새 다리를 만든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내년에는 새로운 풍경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꽃들의향기 2020.07.17

수박꽃

동네를 산책하던 중 안 다니던 길로 들어섰다가 수박밭을 만났다. 수박밭을 보는 게 오랜만이라 무척 반가웠다. 갑자기 유년의 한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 요사이 수박은 비닐하우스에서 키우는 거로 아는데 여기는 옛 방식 그대로 노지였다. 달덩이만 한 수박이 군데군데 달려 있었고, 수박꽃도 피어 있었다. 덕분에 수박꽃을 유심히 살펴볼 수 있었다. 수박꽃은 호박꽃과 흡사하다. 꽃 크기는 작지만 비슷한 덩굴식물로 공통점이 많은가 보다. 수박은 꽃잎이나 줄기에 털이 많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잎 생김새도 특이하다. 다행히 꽃 하나가 길 가까이 있어 찍을 수 있었다. 울타리가 없었다면 안에 들어가 더 예쁘게 생긴 꽃을 담을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웠다. 그랬다가는 수박서리로 오해받기 십상이었겠지만. 수박꽃에는 암꽃..

꽃들의향기 2020.07.13

2020 세미원 연꽃

연꽃이 필 때면 매년 세미원을 찾는다. 비 예보가 있는 날, 2020년의 연꽃을 보러 세미원에 갔다. 연꽃을 감상하는 데는 맑은 날보다는 흐리거나 비 오는 날이 더 낫다. 연꽃밭에서 한가로이 앉아 차라도 한 잔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세미원만 해도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 북적인다. 서울에서 가깝기 때문이다. 이날도 휴일인가 싶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곱기로 치면 발그레 익어가는 연꽃 색깔에 비길 꽃이 있을까? 어느 시인처럼 나도 묻는다. "아수라의 늪에서 / 오만 번뇌의 진탕에서 / 무슨 / 저런 꽃이 피지요?"

꽃들의향기 2020.07.10

기생초

북아메리카 원산의 원예식물로 여름이면 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화려한 노랑과 진홍으로 된 색깔이 멀리서도 눈에 확 띈다. 그래서 이름이 '기생초(妓生草)'인가 보다. '기생꽃'이라는 비슷한 이름을 가진 다른 꽃도 있다. 기생꽃은 흰색으로 기생초보다는 훨씬 우아하고 품위가 있으며 만나기도 어렵다. 기생초는 국화과에 속하는데 제일 닮은 꽃은 금계국이다. 금계국이 지고 나면 기생초가 핀다. 기생초 설명에 보면 꽃이 7~10월에 핀다고 하는데, 경안천 기생초는 6월 말인데 벌써 지고 있다. 꽃 색깔이 너무 요란한 면이 있지만, 기생초 꽃밭을 멀리서 보면 꽤 아름답다. 화려한 자태로 시선을 끌어당기는 꽃이다.

꽃들의향기 2020.06.30

층층나무꽃

층층나무는 숲의 친절한 신사다. 단정하고 깔끔한 나무다. '층층'이라는 이름 그대로 가지가 층층으로 달려 있어 다른 나무와 구별하기 쉽다. 봄에 산에 들면 하얗게 핀 층층나무꽃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층층나무꽃 역시 탐스럽고 예쁘다. 멀리서 보면 멀리서 보는대로 가까이서 보면 가까이서 보는대로 나름의 매력이 있다. 정원수로 가꾸어도 손색이 없는 나무다. 이 사진은 찍은지 한 달 되었다. 늦게서야 올린다.

꽃들의향기 2020.06.11

매괴장미

충북 음성군 감곡면에 있는 감곡매괴성당에서 피는 장미다. '매괴(玫瑰)'는 중국어로 장미꽃이라는 뜻이다. 천주교에서 매괴는 로사리오, 즉 묵주기도를 의미한다. 천주교 전래의 종교적 의미를 가진 매괴꽃이 감곡매괴성당에 있다. 어느 신부님이 정성들여 구해서 심어놓은 것이라 한다. 매괴는 덩굴장미로 분홍색 꽃이 소박하면서 복스러운 모양을 하고 있다. 화려한 다른 장미와는 느낌이 다르다. 중국에서는 흔히 보는 장미라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번식이 잘 안 되는지 넓게 퍼지지는 못하고 있다. 매괴장미의 공식적인 품종 이름이 궁금하다. ▽ 매괴 옆에 있는 장미인데 품종이 다르다. ▽ 성당에는 매괴장미보다 이런 일반 장미가 많다. ▽ 감곡매괴성당은 1896년에 설립된 유서 깊은 성당이다. 초대 신부는 파리외방전교회 소곡의 ..

꽃들의향기 2020.06.05

물의정원 꽃양귀비(2020)

코로나 와중에도 사람들은 많다. 평일이지만 주차장에는 차를 댈 곳이 없다. 예년에 볼 수 없던 모습이다. 물의정원이 알려진 탓도 있겠고, 코로나로 답답한 사람들이 야외를 더 자주 찾게 되는 원인도 있겠다. 양귀비(楊貴妃, 719~756), 본 이름은 양옥환(楊玉環)이다. 당 현종은 61세에 당시 27세인 며느리 양옥환을 자신의 귀비로 책봉한다. 양귀비에 빠진 현종은 환락에 젖어 정사를 돌보지 않은 채 환관과 외척이 득세한다. 결국 안녹산의 난이 일어나고 양귀비는 현종의 명에 의해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뛰어난 미모와 임금의 총애는 결국 화(禍)의 씨앗이 되었다. 밧줄로 자신의 목을 맬 때 그녀는 귀비보다는 옥환으로 살기를 바랐는지 모른다. 또한, 1천 년도 더 지나 사람들이 자기 이름을 부르며 꽃밭으로 ..

꽃들의향기 2020.06.05

미스김라일락

해방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1947년에 미국 군정청 소속의 식물 채집가인 미더(E. M. Meader)가 도봉산에서 자라고 있던 털개회나무의 종자를 채취해서 미국으로 가져갔다. 향기가 진하고 병해에도 강한 나무의 특성을 알아챈 미더는 이 나무를 개량하여 이름을 '미스김라일락'이라 붙였다. 당시 사무실에서 식물 정리를 도와주던 한국 여자 호칭이 '미스김'이었다고 한다. 꽃이 많이 열리도록 개량한 미스김라일락은 우리의 털개회나무가 미국으로 건너가서 세계인이 사랑하는 라일락이 되었다. 미스김라일락은 꽃이 맺힐 때는 진보라색이었다가 점점 라벤다색으로 변하며, 만개할 때에는 흰색으로 변하고 매혹적인 향을 발산한다. 라일락 중에서도 향기가 제일 강하지 않나 싶다. 매력적인 꽃이지만 '미스김'이라는 이름이 전하는 사..

꽃들의향기 2020.05.30

경안천습지공원 금계국

경안천습지생태공원 둑에 금계국이 만발했다. 공원 입구에 들어서면 멀리 노란색 띠가 보이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더 장관이다. 이렇게 한 종류로 꽃밭을 넓게 조성하면 풍경이 단조로운 반면 스케일은 압도적이 된다. 지형에 따라 꽃을 선택하고 식재한다면 효과가 배가 될 것 같다. 공원 둑길은 공사중이다. 경기도 광주에서는 '그린 로드' 조성 사업이 여기저기서 진행되고 있다. 단편적으로 끊어져 있던 걷기 길을 하나로 연결시키는 모양이다. 바람직한 일이다. 다만 길만 아니라 주변 환경도 잘 정비해 주길 바란다. 각 구간을 상징하는 꽃길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광주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길이 되었으면 좋겠다.

꽃들의향기 2020.05.29

백당나무꽃

꽃 모양은 산수국과 닮았다. 그러나 산수국은 색깔을 띠고 있는데(보라색이 흔하다), 백당나무꽃은 흰색이다. 산수국은 범의귀과, 백당나무는 인동과로 둘은 완전히 다른 나무다. 백당은 '백단(白壇)'이 변한 이름으로 짐작한다. 그보다는 북한에서 명명한 '접시꽃나무'가 더 어울린다. 흰 접시에 음식이 담긴 생김새로 보이기 때문이다. 가장자리에 있는 흰색 꽃은 수술이나 암술이 없는 가짜 꽃이다. 벌과 나비를 불러 모으기 위한 전략으로 이런 가짜 꽃을 만든다. 이런 치장술은 자연계의 모든 생물에게 예외가 없다. 그러나 식물은 인간처럼 타자를 기망하지는 않는다. 적어도 식탁을 차려놓고 초대하니까.

꽃들의향기 2020.05.26

금낭화(2)

사람과 마찬가지로 사진빨이 잘 받는 꽃이 있다. 눈으로 보면 예쁜데 사진으로 찍으면 영 별로인 꽃이 있고, 아무렇게나 찍어도 보기 좋게 나오는 꽃이 있다. 금낭화는 후자에 속한다. 찍으면 작품이 된다. 금낭화의 '금낭(錦囊)'은 '비단 주머니'라는 뜻이다. 옛날에 아이들이 옷에 매달아 차고 다니던 복주머니 모양을 닮았다고 본 모양이다. 그보다는 금낭화를 볼 때마다 단발머리 소녀가 연상된다. 요사이는 신식이라서 빨간 염색을 했는가, 금낭화를 보면서 누구나 마음 속에 떠오르는 옛 동네의 소녀 하나쯤 있지 않을까.

꽃들의향기 2020.05.20

붉은병꽃나무

우리 아파트 둘레에 붉은병꽃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다. 5월이 되어 꽃이 피면 불타는 듯 아파트를 감싼다. 꽃 하나하나를 보면 그리 잘 생긴 꽃은 아니다. 오히려 억센 느낌을 받는다. 병꽃나무 자체가 본래 생명력이 강하다. 병꽃나무 중에서는 붉은병꽃나무 꽃이 제일 화려하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면서 이렇게 탐스러운 꽃을 피워주니 조경용으로는 최고다. 대신 깔끔하게 정돈되기보다는 자유분방한 편이다. 아파트 안을 산책할 때 자꾸 눈길이 간 붉은병꽃나무 꽃이다.

꽃들의향기 2020.05.16

공조팝나무

조팝나무에도 종류가 많다. 이름이 익은 것만도 조팝, 꼬리조팝, 당조팝, 일본조팝, 참조팝, 그리고 공조팝이 있다. 그중에서 공조팝나무꽃은 조팝나무꽃이 지고 난 뒤인 5월이 되어야 핀다. 조팝에 비해 꽃이 탐스럽고 우산 모양으로 둥글게 모여 있다. 계절의 여왕처럼 환하게 피어나는 꽃이다. 정원 울타리에 공조팝나무를 심으면 좋을 것 같다. 조팝나무, 이팝나무 같은 이름에는 배 곯은 민초들의 한숨이 스며있는 듯 해서 가슴이 아리다. 꽃이 피는 시기가 마침 보릿고개를 넘겨야 하는 때다. 요즘 사람이 꽃을 보며 조밥과 이밥을 연상하지는 않을 것이다. 일본 사람들은 조팝나무를 '눈버들(雪柳)이라 부른다. 조팝나무꽃을 멀리서 보면 버드나무 가지에 눈이 내린 것 같다. 우리 선조들은 이런 낭만적인 명칭을 붙일 여유조..

꽃들의향기 2020.05.13

동의나물(2)

동의나물의 '동의'라는 어감에서는 약초 같은 느낌이 난다. 실제로 한방에서는 마제초(馬蹄草)로 불리며 진통과 항균 작용이 있다고 한다. 동의나물 잎은 말 발굽과 닮았다. 이름은 '나물'이 붙어 있지만 독성이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동의나물이라는 이름은 꽃이 피기 전 봉오리 모습이 물동이를 이고 가는 여인을 닮아 붙여졌다는 재미있는 설이 있다. '동의'가 한자 이름은 아닌 것 같다. 동의나물은 밝고 화려한 색깔로 눈길을 끄는 꽃이다. 한택식물원에서 봤다.

꽃들의향기 2020.04.28

집 주변의 풀꽃

오가다 만난 집 주변의 꽃이다. 같은 장소라도 매년 우세종이 다르다. 그런 변화를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다. ▽ 봄맞이꽃, 이태 전만 해도 하얀 꽃밭을 이뤘는데 지금은 몇 개체만 남았다. 봄맞이는 봄에 어울리는 예쁜 꽃으로, 청순하고 맑다. ▽ 꽃마리, 꽃 가운데 있는 노란 동그라미 무늬는 봄맞이꽃과 닮았다. 바라볼수록 앙증맞고 귀여운 꽃이다. ▽ 서양민들레, 반갑게 만나던 우리 민들레는 작년부터 눈에 띄지 않는다. ▽ 흰제비꽃, 올해 제일 많이 늘어난 건 흰제비꽃이다. ▽ 남산제비꽃 ▽ 잔텰제비꽃 ▽ 졸방제비꽃 ▽ 왜제비꽃 ▽ 둥근털제비꽃

꽃들의향기 2020.04.20

회리바람꽃

작년 곰배령에 이어 강촌의 구곡폭포 가는 길에서 회리바람꽃을 다시 만났다. 비록 인공으로 조성한 화단이지만 깊은 산에서 피는 야생화를 여럿 볼 수 있어 좋았다. 야생화를 찾아다니던 초기에 자주 만난 뒤 한동안 뜸했던 회리바람꽃이다. 노란 좁쌀이 모여 있는 듯 아주 작은 꽃이다. '회리'는 회오리의 준말이라는데, 아무리 봐도 꽃 모양에서는 회오리가 연상되지 않는다. 회리바람꽃은 바람꽃 종류 중에서도 모양이 특이한데 가만히 들여다 보면 무척 깜찍하고 귀여운 꽃이다.

꽃들의향기 2020.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