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향기 811

공조팝나무

조팝나무에도 종류가 많다. 이름이 익은 것만도 조팝, 꼬리조팝, 당조팝, 일본조팝, 참조팝, 그리고 공조팝이 있다. 그중에서 공조팝나무꽃은 조팝나무꽃이 지고 난 뒤인 5월이 되어야 핀다. 조팝에 비해 꽃이 탐스럽고 우산 모양으로 둥글게 모여 있다. 계절의 여왕처럼 환하게 피어나는 꽃이다. 정원 울타리에 공조팝나무를 심으면 좋을 것 같다. 조팝나무, 이팝나무 같은 이름에는 배 곯은 민초들의 한숨이 스며있는 듯 해서 가슴이 아리다. 꽃이 피는 시기가 마침 보릿고개를 넘겨야 하는 때다. 요즘 사람이 꽃을 보며 조밥과 이밥을 연상하지는 않을 것이다. 일본 사람들은 조팝나무를 '눈버들(雪柳)이라 부른다. 조팝나무꽃을 멀리서 보면 버드나무 가지에 눈이 내린 것 같다. 우리 선조들은 이런 낭만적인 명칭을 붙일 여유조..

꽃들의향기 2020.05.13

동의나물(2)

동의나물의 '동의'라는 어감에서는 약초 같은 느낌이 난다. 실제로 한방에서는 마제초(馬蹄草)로 불리며 진통과 항균 작용이 있다고 한다. 동의나물 잎은 말 발굽과 닮았다. 이름은 '나물'이 붙어 있지만 독성이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동의나물이라는 이름은 꽃이 피기 전 봉오리 모습이 물동이를 이고 가는 여인을 닮아 붙여졌다는 재미있는 설이 있다. '동의'가 한자 이름은 아닌 것 같다. 동의나물은 밝고 화려한 색깔로 눈길을 끄는 꽃이다. 한택식물원에서 봤다.

꽃들의향기 2020.04.28

집 주변의 풀꽃

오가다 만난 집 주변의 꽃이다. 같은 장소라도 매년 우세종이 다르다. 그런 변화를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다. ▽ 봄맞이꽃, 이태 전만 해도 하얀 꽃밭을 이뤘는데 지금은 몇 개체만 남았다. 봄맞이는 봄에 어울리는 예쁜 꽃으로, 청순하고 맑다. ▽ 꽃마리, 꽃 가운데 있는 노란 동그라미 무늬는 봄맞이꽃과 닮았다. 바라볼수록 앙증맞고 귀여운 꽃이다. ▽ 서양민들레, 반갑게 만나던 우리 민들레는 작년부터 눈에 띄지 않는다. ▽ 흰제비꽃, 올해 제일 많이 늘어난 건 흰제비꽃이다. ▽ 남산제비꽃 ▽ 잔텰제비꽃 ▽ 졸방제비꽃 ▽ 왜제비꽃 ▽ 둥근털제비꽃

꽃들의향기 2020.04.20

회리바람꽃

작년 곰배령에 이어 강촌의 구곡폭포 가는 길에서 회리바람꽃을 다시 만났다. 비록 인공으로 조성한 화단이지만 깊은 산에서 피는 야생화를 여럿 볼 수 있어 좋았다. 야생화를 찾아다니던 초기에 자주 만난 뒤 한동안 뜸했던 회리바람꽃이다. 노란 좁쌀이 모여 있는 듯 아주 작은 꽃이다. '회리'는 회오리의 준말이라는데, 아무리 봐도 꽃 모양에서는 회오리가 연상되지 않는다. 회리바람꽃은 바람꽃 종류 중에서도 모양이 특이한데 가만히 들여다 보면 무척 깜찍하고 귀여운 꽃이다.

꽃들의향기 2020.04.14

호제비꽃

제비꽃은 워낙 변종이 많아 하나하나 종류를 구분하기는 정말 어렵다. 그냥 두루뭉술 제비꽃이라고 하면 쉽겠지만, 꽃을 보다 보면 제대로 된 이름을 알고 싶어진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 그이의 이름이 무엇인지 우선 궁금해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제비꽃을 정확히 구분하자면 전제적인 모양과 함께 꽃과 잎의 특징, 털의 유무 등을 살펴야 한다. 그러자면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쌓아야 한다. 도감을 보면서 발버둥쳐 보지만 예나 지금이나 헷갈리는 건 마찬가지다. 이놈은 호제비꽃이라 동정하지만 역시 자신이 없다. 호제비꽃은 제비꽃과 제일 닮았다. 잎이 제비꽃에 비해 다소 통통한 편이다. 꽃 안쪽에 털도 보이지 않는다. 외견상 느낌은 제비꽃과 왜제비꽃 사이쯤 되는 것 같다. 서울제비꽃과도 비슷하다. 호제비꽃의 '호'는..

꽃들의향기 2020.04.11

남한산성 솜나물

4월의 남한산성에는 꽃이 많이 피어 있다. 제비꽃과 현호색이 제일 많지만, 자세히만 살핀다면 어지간한 봄꽃은 만나볼 수 있다. 솜나물도 그중 하나다. 잎과 줄기에 솜처럼 하얀 털이 많다고 해서 솜나물이다. '나물'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으니 당연히 어린 잎은 먹을 수 있을 게다. 정리되지 않은 듯 자유분방한 모습의 꽃잎도 특색 있다. 성곽길을 걸으며 앞서가던 손주가 "여기 하얀 꽃이 있어요" 라고 알려준 꽃이다.

꽃들의향기 2020.04.09

왜제비꽃

꽃 이름에 '왜'가 붙으면 보통 작다는 뜻이다. 왜당귀, 왜갓냉이, 왜모시풀, 왜솜다리 등이 있다. 그런데 왜제비꽃은 꽃 크기에서 눈에 띄게 구별되지는 않는다. 제비꽃의 다른 종류와 마찬가지로 잎으로 구분해야 한다. 왜제비꽃은 잎이 긴 심장 모양이다. 문제는 잎 모양이 다른 종류와 명확히 구별되는 게 아니다. 한참을 고민해야 겨우 이름을 동정할 수 있다. 어쨌든 왜제비꽃은 새로 올리는 제비꽃 종류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제비꽃은 50종이 넘는다. 그중에서 내가 만난 것은 이제 고작 16종이다. 아직 한참 멀었다.

꽃들의향기 2020.04.08

천진암 큰괭이밥과 괭이눈

예나 다름 없이 천진암의 4월은 봄꽃이 많이 피어 있다. 현호색이 제일 흔하고 제비꽃도 자주 눈에 띈다. 시든 꿩의바람꽃도 보이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훨씬 더 많은 종류의 꽃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앵자봉에서 흘러 내려오는 도랑물 가에 큰괭이밥 꽃밭이 펼쳐져 있었다. 큰괭이밥이 이렇게 많이 피어 있는 건 처음 보았다. 옆에는 괭이밥도 몇 개체 있었다. 나에게 천진암은 성지이기보다 먼저 예쁜 꽃밭으로 기억되는 장소다. ▽ 큰괭이밥 ▽ 괭이눈. 줄기에 흰 털이 있는 걸로 보아 흰괭이눈이라 해야 정확한 이름일 듯하다.

꽃들의향기 2020.04.03

동네길에서 만난 봄꽃

굳이 멀리 쏘다닐 필요가 없다. 현관만 나서면 온통 꽃 만발한 계절이다. 느릿느릿 걸으면서 발 주변만 잘 살피면 된다. 동네길을 산책하면서 새로 피어난 꽃들과 눈맞춤을 했다. 길 옆에 산소가 있어 들어가 봤더니 역시나 할미꽃이 피어 있다. 한참만에 보는 할미꽃이 반가웠다. ▽ 광대나물 ▽ 제비꽃 ▽ 개나리 ▽ 현호색 ▽ 진달래 ▽ 벚꽃 ▽ 목련 ▽ 산수유 ▽ 별꽃 ▽ 꽃다지 여기저기서 텃밭을 가꾸는 사람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이웃분이 뙈기밭 한 귀퉁이를 줬는데 과연 제대로 관리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아내는 고추와 상추 정도만 심어보자 한다. 텃밭의 재미를 다시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꽃들의향기 2020.03.29

뒷산 진달래(2020)

뒷산에 진달래가 만개했다. 진달래를 보니 산과 들판으로 천방지축 뛰놀던 유년 시절이 생각난다. 집에서 보면 뒷산은 봄이면 진달래로 발갛게 물들었다. 소나무가 듬성듬성 있고 진달래가 많은 민둥산이었다. 뛰놀다가 출출해지면 꽃잎을 따먹었다. 소나무에 물기가 돌면 가지를 꺾어 속살을 씹어먹기도 했다. 그런 것이 군것질거리가 된 어린 시절이었다. 그때는 진달래를 참꽃이라고 했다. 철쭉이 진달래였다. 훗날 서울에 와서야 이름이 잘못되었다는 걸 알았다. 고치는 데 한참 걸렸다. 뇌리에 새겨진 각인이 깊은지 진달래보다는 참꽃이라고 해야 유년의 봄이 쉽게 다가온다. 참꽃 뒤에서 옛 동무가 까꿍, 하면서 뛰쳐나올 것만 같은 산길이었다.

꽃들의향기 2020.03.27

천마산의 3월 봄꽃

봄꽃을 보기 위해 4월 초중순 경에 천마산을 찾았는데, 이번에는 좀 일찍 발걸음을 했다. 올해는 꽃 개화 시기가 열흘 가량 빠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산에 들어가 보니 꽃마다 들쑥날쑥이다. 이 시기에 개화의 정점은 복수초다. 덕분에 천마산 꽃산행 중에서 제일 많은 복수초를 보았다. 다른 꽃은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오늘 천마산에서 만난 꽃 - 복수초, 꿩의바람꽃, 너도바람꽃, 만주바람꽃, 노루귀, 고깔제비꽃, 점현호색

꽃들의향기 2020.03.24

집에서 보는 매화

밖에 나갔다 온 아내가 작은 매화나무 가지를 하나 꺾어왔다. 매화 보러 멀리 못 나가는데 집에서라도 꽃을 보고 싶어서라고 했다. 수병에 꽂아두었더니 며칠 지나지 않아 꽃봉오리가 열리기 시작했다. 코를 갖다대니 향기도 제법이다. 코로나19가 바꿔놓은 풍경이다. 전국의 꽃 축제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현지에서는 제발 방문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한다. 그래도 찾아가는 사람이 있는 모양이다. 진해 벚꽃 구경을 아직 하지 못했다. 너무 많은 인파가 몰린다고 해서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여느 때보다는 조용할 것 같은 이번 기회에 진해에 한 번 가볼까, 라는 생각을 잠깐 했다. 그러다가 곧 고개를 저었다. 진해에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런 시절에 찾아오는 외지인이 반가울 리 없다. 역지사지로 헤아려 보면 누구나 알 ..

꽃들의향기 2020.03.22

우리 동네 산수유

코로나19 때문에 한 달째 동네 밖을 안 나가고 있다. 집 안에 머무는 날이 많고, 가끔 집 주위로 산책하러 다니는 정도다. 가능하면 외출을 자제하는 것이 나를 위하면서 우리 모두에게 유익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한 친구는 지금 제주도를 여행중이라고 연락이 왔다. 개인의 선택이니 뭐라 할 순 없지만, 내 좋아하는 것이라도 조금은 자제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집 주변 산수유에도 꽃이 피었다. 인간 세상은 시끄러워도 자연은 아무렇지 않은 듯 봄이 오고 생명은 약동한다. 인간의 호들갑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자연이 듬직하다. 빼앗긴 들이라도 봄은 찾아와야 한다. 코로나19가 좀 더 진정되면 봄꽃 피는 가까운 산이라도 찾아봐야겠다.

꽃들의향기 2020.03.14

거실에 핀 개나리

뒷산에 갔을 때 꽃봉오리가 맺히기 시작하는 개나리 가지 몇 개를 꺾었다. 뒤따라오던 손주가 말했다. "할아버지, 여러 사람이 보는 꽃은 따면 안 되는 거예요." 멈칫하면서 더는 손댈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미 꺾은 것은 어쩌겠는가. 그렇게 들고 온 개나리 가지를 물병에 꽂아 두었더니 병아리 색깔 같은 노란 꽃이 폈다. 밖에 나가질 못하니 집안에서 봄꽃을 본다. 올봄에 계획했던 풍도 야생화, 남도 탐매 여행은 진즉 포기했고 시기도 지났다. 진해 벚꽃 축제도 취소되었다 한다. 전국의 봄꽃 축제가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 올 봄꽃은 쉬어도 좋으니 코로나19나 빨리 진정되어라. 거실에 핀 개나리가 동무를 잃은 듯 적적해 보인다.

꽃들의향기 2020.03.12

경안천 개불알풀

봄이 오면 경안천변은 개불알풀 꽃밭으로 변한다. 올해도 어김이 없다. 작년에 산책로가 시멘트로 덮이는 공사가 있어 염려되었으나 생명의 힘은 어찌할 수 없다. 연약해 보이는 풀이지만 실은 제일 힘이 세다. 꽃은 산책로를 따라 300m 정도 되는 구간에 만개해 있다. 같은 길이지만 다른 데서는 드문드문 보이는데 유독 이곳에서만 옹기종기 모여 산다. 끼리끼리 마을을 이루고 사는 것은 사람이나 풀이나 비슷한가 보다. 개불알풀꽃은 가까이서 보면 앙증맞게 귀엽고, 떨어져서 보면 지상에 피어난 별처럼 반짝인다. "나 여기 있어요", "날 한 번 봐주세요", 라고 딸랑거리며 부르지만, 사람들은 부지런히 걷기에 바쁘다. 코로나19로 세상은 시끄러워도 봄은 오고 꽃은 핀다.

꽃들의향기 2020.02.28

1월의 개불알풀

전주천을 걷다가 개불알풀을 만났다. 일찍 피는 꽃이긴 하지만, 그렇더라도 1월에 보는 느낌이 기이했다. 꽃 상태로 볼 때 이미 한참 전부터 피어 있었던 게 분명하다. 추위가 사라진 겨울에 제일 먼저 반응하는 게 식물이다. 보통 2월 중순에 피는 홍릉의 복수초는 1월 중순에 피었다는 전갈을 받았다. 예년보다 한 달이나 빨리 핀 것이다. 올겨울이 특이하긴 하다. 사람이 체감할 정도면 기온에 더 예민한 식물은 말할 나위가 없다. 따뜻한 겨울이라고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더 뜨거워진 여름을 견뎌야 하는 반대급부가 따른다. 해충의 발생 빈도도 높아질 것이다. 이번 겨울에 유행을 시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도 온난화와 어떤 연관이 있을지 모른다. 급격한 기후 변화가 사람 심리에 미치는 영향 역시 무시할 수 없을 것이..

꽃들의향기 2020.02.01

식물원 꽃기린

겨울이라 꽃 갈증이 오래지만 이제 해갈이 멀지 않았다. 조금 있으면 남쪽에서부터 이른 꽃 소식이 들릴 것이다. 어린이대공원을 산책하다가 식물원에 들어가 보았다. 온실이라고 꽃이 많은 건 아니다. 꽃이 핀 서너 종류 중에서 그나마 붉은 꽃기린이 싱싱했다. 꽃기린은 생명력이 무척 강한 식물이다. 꽃도 사시사철 핀다. 이름에 왜 '기린'이 붙었냐면 꽃이 달리는 줄기가 기린의 목처럼 길다고 해서다. 줄기에는 억센 가시가 달려 있어 동물이 뜯어먹는 걸 방비한다. 온실이지만 바깥에서 만나는 꽃기린이 반가웠다.

꽃들의향기 2020.01.12

할머니의 제라늄

제라늄은 희한하다. 어쩜 이렇게 쉼 없이 피고 지기를 멈추지 않을까. 7년 전에 산 제라늄이다. 줄기는 고목처럼 굵고 뒤틀려 있다. 천일홍, 무궁화라는 꽃이 있지만 이름만 그럴 뿐 제라늄에 비할 바는 못 된다. 사시사철 꽃을 피워내는 제라늄의 한결같음이 경이롭다. 제라늄의 꽃말을 찾아보니 '우정' '진실한 사랑' 등과 연관되어 있다. 사람 사이의 관계도 고사 속 미생처럼 우직함이 필요하지 않을까.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경박스러운 세태에서 제라늄의 일관성이 더욱 돋보인다. 바라봐주지 않아도 제라늄은 그대 향한 그리움을 버리지 않고 있다. 지하철역에 전시된 노인 복지관 어르신들의 작품을 보았다. 이제야 한글을 깨우치신 한 할머니의 시가 눈에 띄었다. 제목이 '아름다운 만남'이다. 나는 글을 몰라 평생을 눈..

꽃들의향기 2019.11.21

큰개여뀌

여뀌, 개여뀌, 큰개여뀌를 구분할 눈이 아직 없다. 집 앞에서 만난 이 여뀌는 자란 높이가 내 키만큼이나 되니 큰개여뀌가 아닌가 추정할 뿐이다. 여뀌가 들판을 붉은색으로 덮으면 가을이 깊었음을 실감한다. 그런데 여뀌라는 이름이 특이해서 찾아보니 역귀(逆鬼), 또는 역귀(疫鬼)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귀신을 물리친다는 의미를 가진 풀인 듯하다.

꽃들의향기 2019.10.07

나팔꽃(2)

나팔꽃의 보라색이 유난히 선명하다. 꽃 가운데에 강렬한 조명이 밝혀진 듯하다. 그래서 꽃 전체에서 빛이 난다. 자세히 보면 꽃 표면에 별 무늬가 있고 중심에서 밝은 빛이 쏟아져 나온다. 저 빛의 유혹을 물리칠 곤충이 얼마나 될까. 나팔꽃의 진한 보라색은 내가 응원하는 여자배구 흥국생명팀의 유니폼에도 들어가 있다. 핑크와도 잘 어울리는 색깔이다.

꽃들의향기 2019.09.28

뒷산 닭의장풀

뒷산길을 걸을 때 이맘때까지도 제일 자주 만나는 꽃이다. 산꼭대기 풀밭에도 많이 피어 있다. 그만큼 생명력이 강하다는 뜻이리라. 너무 흔해서 귀한 대접을 못 받지만 특이한 모양에 개성이 강한 꽃이다.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볼수록 매력이 더하다. 특히 두 장의 나비 모양을 한 꽃잎의 푸른색이 예쁘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꽃, 닭의장풀이다.

꽃들의향기 2019.09.11

목현천 백일홍

백일홍은 고향과 유년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꽃이다. 닭장 둘레에 듬성듬성 피어 있던 백일홍이 안갯속처럼 흐릿하다. 별로 주의해서 바라보지도 않은 것 같다. 흔하고 너무 오래 피어 있으니 귀한 꽃 대접을 받지 못했다. 그냥 제가 알아서 피고 지고 했을 것이다. 목현천 화단에 온갖 색깔의 백일홍이 가득하다. 백일홍 꽃밭에서 귀 기울이면 거센 민중의 함성이 들리는 듯하다. 단순히 도시를 장식하기 위한 꽃이 아니다. 모이고 힘을 합치면 세상을 아름답게 바꿀 수 있다는 무언의 웅변이다. 흩어지지 말고 하나로 힘을 모아라! 목현천 백일홍한테서 듣는 전언이다.

꽃들의향기 2019.08.28

비에 젖는 세미원 연꽃

장마 속 비가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세미원에 가다. 아침밥을 먹고 나서 바로 출발했더니 사람이 적어 좋다. 연꽃은 한창 때를 지난 것 같다. 피어 있는 꽃보다는 이미 져 버린 게 많다. 그래도 꽃봉오리가 계속 올라오니 8월까지는 아쉽지 않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연꽃은 굵은 눈물방울을 머금고 있다. 꽃이라고 서러움이 없겠는가. 오히려 꽃이기에 남에게 보여주지 못하는 외로움과 슬픔이 있으리라. 연잎이 넓은 이유는 떨어지는 꽃잎을 고이 받아주기 위해서인가 보다. 한 생을 마친 꽃잎이 연잎 품에서 안식을 취한다. 연꽃 구경을 하고 있는데 한 무리의 단체 관광객이 다가온다. 약 40명 정도는 되어 보인다. 피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가까이 있어도 너무 조용하다. 조곤조곤 말하는 일본어가 들린다. 역시 일본 ..

꽃들의향기 2019.07.26

강변의 참나리

어린 시절 강가에서 뛰어놀던 내 모습을 참나리는 보고 있었을 게다. 책보 던져놓고 옷 홀라당 벗고 강물로 뛰어들어 놀다 보면 어느새 어스름 저녁이 되었다. 그 강변 어딘가에 참나리는 피어 있었을 테고, 아이들 노는 걸 구경하느라 참나리 고개는 아래로 기울어지지 않았을까. 참나리는 참 당돌하지. 주근깨 얼굴이 부끄럽지도 않은지 머리털 뒤로 젖히고 활짝 드러내고 있잖아. 그 당당함이 좋다. 여름을 닮은 뜨거운 색깔은 어떻고. 참나리는 자연의 열정과 순수를 그대로 드러낸다. 참나리 앞에 서면 인간의 가식과 엄살이 부끄럽다. 장맛비도 바람도 아랑곳하지 않고 참나리는 씩씩하게 피어 있다.

꽃들의향기 2019.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