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향기 811

개망초(2)

"에이, 망할 놈의 잡초!" 너무 힘드니까 수도 없이 이렇게 중얼거렸을 것이다. 그래서 이름이 '망초'가 된 게 아닐까. 더구나 덧붙인 게 하필 '개'로 이름이 '개망초'다. 농부의 고단함과 하소연이 묻어 있는 풀이다. 너무 흔하고 귀찮으니까 꽃도 이쁘게 여기지 않는다. 이건 개망초야, 하면 어감부터 한 수 접고 들어간다. 꽃꽂이용으로도 인기가 없다. 개망초 입장에서는 억울할 일이다. 개명 신청이라도 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개망초 꽃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가늘게 갈라진 하얀 꽃잎은 봄바람에 한들거리는 스커트 자락처럼 부드럽다. 개망초는 억센 땅을 녹색으로 덮어주는 고마운 풀이다. 이리저리 짓밟혀도 강인한 생명력으로 버텨낸다. 그러면서 꽃은 곱고 부드러우니, 외유내강의 풀이다. 개..

꽃들의향기 2019.06.21

덩굴장미

장미 중에서 제일 친숙한 것이 덩굴장미다. 집 대문이나 울타리를 감싸며 자라는 덩굴장미를 어릴 때부터 봐왔던 때문이리라. 수많은 원예종이 개발되어 장미 색깔도 다양해졌지만 그래도 장미라고 하면 빨간색이다. 붉은 덩굴장미를 만나면 색깔 참 곱다고 찬탄하며 절로 코를 갖다 대며 향기를 맡아본다. 만약 어느 집 담을 덮고 있는 덩굴장미라면 집 안쪽을 한 번 더 쳐다보게 된다. 집주인도 장미처럼 아름다운 사람일 거라 상상하면서. 우리 아파트 단지 울타리를 따라 덩굴장미가 환하게 피었다. 눈부실 정도로 화려하면서 탐스럽다. 이리저리 살펴보느라 쉽게 발을 떼지 못하겠다. 장미꽃 앞에 있으면 어린 시절의 골목길이 보인다. 페인트칠 벗겨진 철 대문을 가리듯 피어난 덩굴장미와 아스라이 겹쳐진다.

꽃들의향기 2019.06.04

뒷산 붓꽃

뒷산에는 초본류의 꽃이 적다. 그 흔한 제비꽃조차 보기 힘들다. 작은 야산이라 계곡이나 물이 없는 건조한 토양 탓인 것 같다. 이른 봄에 괭이눈이 자라는 터가 있었는데, 지금은 개체수가 많이 줄었다. 봄이 한창 무르익으면 정상부에서 붓꽃이 핀다. 뒷산에서는 제일 화려한 꽃 풍경이다. 다행히 이 붓꽃 무리는 세를 점점 넓히고 있다.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붓꽃의 꽃말이 '좋은 소식' '사랑의 메시지'란다. 보라색 붓꽃을 보면 기분이 밝아지고 뭔가 좋은 소식이 찾아올 것 같다. 내년에도 이 자리에서 환한 붓꽃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꽃들의향기 2019.06.02

민백미꽃

처음 본 꽃이고, 처음 듣는 이름이다. 백미꽃이 있다는데 아직 만나지 못했다. 민백미꽃은 백미꽃의 한 종류라고 한다. 그 밖에 선백미, 덩굴백미가 있다. 뽀얀 순백색의 꽃 색깔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티 한 점 없이 순결한 색이다. 사진에 찍힌 꽃은 꽃잎이 말려 있어 오각형을 이룬 모양도 특이하다. 민백미꽃은 깊은 산 속에서 자라기 때문에 쉽게 보지 못하는 꽃이다. 곰배령 산길에서 만났다.

꽃들의향기 2019.05.26

올림픽공원 장미

5월은 계절의 여왕이고, 꽃의 여왕은 5월의 장미다. 꽃 인기도를 조사하면 장미가 단연 1등이다. 장미 축제가 열리는 올림픽공원에 잠시 들렀다. 30도까지 기온이 오른 햇볕 뜨거운 한낮이었다. 개인적으로 원예종 화초에는 그다지 끌리지 않는다. 아무리 예뻐도 너무 인공적인 냄새가 난다. 장미도 수많은 종들이 개발되어 있다. 그 중 몇 가지만 사진에 담아 보았다. 위에서부터 레드비즈, 시노브레도, 찰스톤, 코틸리온, 엘르다. 마지막 노란 장미 이름은 확인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 넓은 장미 정원에 향기가 별로 없다. 몇 송이에 코를 가져가 봐도 향이 느껴지지 않는다. 겉보기만 화려하도록 개량시켜서 그럴까, 꽃조차도 요즘 사람을 닮아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꽃들의향기 2019.05.25

노랑해당화

이름에는 '해당화'가 들어있지만 전혀 해당화 느낌이 나지 않는다. 해당화라고 하면 의례 붉은색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일까. 노랑해당화의 학명은 'Rosa xanthina Lindl'다. 해당화가 장미과 장미속에 들어가는 식물이니 장미와 닮은 데가 많다. 노랑해당화는 겉보기로는 해당화보다 장미쪽에 더 가까워 보인다. 해당화와 장미를 통틀어서 한자로는 '매괴'라고 한다. 감곡에 가면 '매괴성당'이 있는데, 천주교에서는 매괴를 묵주의 뜻으로 사용하고 있다.

꽃들의향기 2019.05.11

사곡리 복사꽃

복사꽃이 피면 과년한 딸을 둔 부모는 안절부절못한다. '앵두나무 우물가'보다 더 위험한 곳이 복사꽃밭이 아니던가. 복사꽃의 요염한 색깔이 춘정(春情)을 일깨우는 봄이 한창이다. 장호원 일대는 복숭아 과수원이 많다. 그중의 한 군데 사곡리를 찾았다. 사곡리는 온통 복숭아나무에 둘러싸인 마을이다. 복숭아밭 한가운데에 있는 미루나무가 눈길을 끈다. 어릴 때는 신작로와 개울가에서 자주 보았던 나무인데 이제는 천연기념물처럼 귀해졌다. 복사꽃과 미루나무를 보니 고향과 거기서 뛰어놀던 유년 시절이 그리워진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울긋불긋 꽃 대궐 차린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꽃들의향기 2019.04.24

꽃다지와 현호색

우리 동네 주택 사이에 작은 공터가 있다. 넓이가 20평 정도 되는 버려진 땅인데, 봄이면 이곳이 꽃다지와 현호색 꽃밭이 된다. 다른 사람에게는 하찮게 보이겠지만, 나에게는 매년 찾아보게 되는 소중한 장소다. 올해는 어떻게 피어 있을까, 궁금해지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투리땅이라도 텃밭을 만들려 애쓰는데, 다행히 여기는 아무도 손을 대지 않고 있다. 그만큼 부지런한 사람이 없는가 보다. 덕분에 이사 온 지 8년째가 되지만 여기는 여전히 나만의 귀한 화원이다. 흔한 꽃다지와 현호색이지만 만남의 인연에 따라 특별한 의미를 띄게 된다. 이사를 오고 나서 마을길을 산책할 때 와, 하고 눈길을 끌었던 기억이 이곳을 지날 때마다 남아 있다. 그래서 올봄에도 찾아보고 눈맞춤을 한다. 안녕! 일 년간 잘 있었구나. 워..

꽃들의향기 2019.04.22

경안근린공원 벚꽃

경안근린공원은 집에서 제일 가까이 있는 공원이다. 정상에 정자가 있고 주위를 한 바퀴 도는 산책로가 있는 아담한 공원이다. 도서관 옆에 있어 책 보러 갈 때 들러 산책을 한다. 봄에는 산책로가 벚꽃으로 환해진다. 살펴보면 사는 곳 어디에서도 벚꽃 구경을 할 수 있다. 요사이는 어지간한 길에는 벚나무를 많이 심어 놓았다. 시끌벅적한 축제장보다는 차라리 이런 한적한 동네 벚꽃길이 낫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나만의 벚꽃길을 갖는 것도 행복한 봄을 보내는 비결이리라. 벚나무에는 연초록 잎이 나오기 시작했다. 바람이 부니 꽃비 되어 와사사 떨어진다. 얼굴을 꽃비에 내맡긴다. 벚꽃잎은 얼굴을 간질이다가 어떤 놈은 옷 속으로 파고들기도 한다. 바람이 불 때마다 수도 없이 흩날리지만 끝이 없다. 문득 5년 전 그날이 ..

꽃들의향기 2019.04.18

수청리 벚꽃

우리 고장에서는 한강변의 귀여리와 수청리 지역이 벚꽃으로 유명하다. 때만 잘 맞추면 벚꽃 터널을 달리는 10km 길이의 멋진 드라이브가 코스다. 어제 찾아갔을 때는 아직 꽃봉오리 상태의 나무가 많았다. 귀여리 쪽은 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강변이어선지 이곳은 다른 데보다 벚꽃 개화 시기가 늦다. 다행히 수청리 벚꽃은 활짝 폈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차에서 내려 강변 산책을 하면 봄기운에 더 젖을 수 있겠다. 귀여리와 수청리 사이에는 산책로도 잘 만들어져 있다. 이곳은 수도권에서 마지막으로 벚꽃을 볼 수 있는 곳이지 싶다.

꽃들의향기 2019.04.16

성내천 벚꽃

서울은 지금 벚꽃이 한창이다. 서울의 대표적인 벚꽃 명소인 여의도와 석촌호수에서는 이번 주에 벚꽃 축제가 열리고 있다. 원래는 여의도에 가려고 했으나 지나는 길에 성내천 벚꽃이 보여 방향을 틀었다. 20년 전에 성내천 부근 직장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중간에 비는 시간이 생기면 나와서 성내천 둑을 자주 걸었다. 그때는 벚나무를 심은지 얼마 되지 않았다. 봄이 되어도 꽃이 얼마 피지 않았다. 10년만 지나면 벚꽃 터널이 될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대로 되었다. 이곳 성내천 벚나무는 30년생쯤 될 것이다. 훌쩍 자란 벚나무 길을 걸으며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 석촌호수에 간 첫째가 보내준 사진에는 꽃길이 사람들로 가득했다. 여기는 상대적으로 한산한 편이다. 점심시간에는 현대아산병원 직원들이 몰려나와 잠깐 북적였..

꽃들의향기 2019.04.08

도립리 산수유

이천시 백사면 도립리에서는 봄에 산수유축제가 열린다. 올해 축제는 3월 30일과 31일이었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일주일 정도 앞당겨졌다. 그런데도 만개 상태를 넘었다. 찾아간 날은 축제가 지난 평일이었지만 주차장은 차로 가득했다. 산수유는 마을 전체에 산재해 있지만 뒤편 산자락에 특히 많다. 눈요기를 잘 했지만 산수유의 화사한 노란색이 카메라에 제대로 담기지 않는다. 꽃의 절정기가 지나서 색깔이 많이 탁해진 것 같다. 이런 봄날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미세먼지 없이 쾌청한 날이었다. 몸이 성치 않아서 외출을 할까 말까 망설였는데 날씨 때문에 나오게 되었다. 곤지암에서 소머리국밥으로 속을 채우고 도립리를 찾았다. 도립리는 세 번째 방문하는 셈인데 산수유 필 때는 처음이었다. 컨디션만 좋았으면 영원사를 경유..

꽃들의향기 2019.04.01

자두꽃

어릴 때 고향에서는 자두를 츄리라고 불렀다. 고향 집 뒤에 츄리나무가 한 그루 있었는데, 유난히 시어서 나는 우리집 츄리만 보면 고개를 저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자두를 보면 외면하는 일이 잦다. 과일나무 꽃은 별로 주목하지 않는데, 자두꽃이 이렇게 화사하고 예쁜 줄 올봄에 처음 알았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을 고쳐 쓰지 말라'는 속담에 나오는 오얏나무가 자두나무다. 한자명은 오얏 이(李)다. 자두는 중국이 원산인데 우리나라에는 유럽을 거쳐 개량된 자두가 1920년경에 들어왔다고 한다.

꽃들의향기 2019.03.30

백양사 산자고

백양사 비자나무 숲에 들었다가 산자고 무리를 만났다. 산자고는 작고 올망졸망한 이른 봄꽃과는 스타일이 다르다. 활짝 편 꽃잎을 보면 크고 시원시원하다. 백합과에 속한다. 산자고(山慈姑)는 한자 이름대로 하면 '산의 인자한 시어머니'가 된다. 이런 이름이 붙은 연유가 궁금했는데 이번에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알게 되었다. 먼 옛날, 산골에 노모와 외아들이 살고 있었다. 늙은 어머니를 부양하는 가난한 산골 총각에게 시집을 오겠다는 처녀는 없었다. 시름이 깊어가던 어느 봄날, 보따리를 한 처녀가 찾아왔다. 그 처녀는 산너머에서 홀아버지를 모시고 살았는데, 아버지가 돌아가면서 "내가 죽으면 산너머 외딴집에 시집을 가라"는 유언을 남겼단다. 총각과 처녀는 결혼해서 노모를 모시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중, 며느리 등..

꽃들의향기 2019.03.20

무갑산의 너도바람꽃

3월 초중순이면 무갑산 계곡에 너도바람꽃이 핀다. 가까이 있는 무갑산이지만 6년 만에 찾았다. 그때에 비해 개체수가 많이 줄어들어 안타까웠다. 사진을 찍으러 몰려드는 사람들 때문이다. 한 번 소문이 나면 어디서나 이런 시련을 겪는다. 그동안 무갑산에 가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수리산 변산바람꽃 군락지는 보호하기 위해 아예 폐쇄해 버렸다. 무갑산도 극단적인 조치를 해야 할 시점이 된 것 같다. 드문드문 피어 있는 너도바람꽃이 반가우면서도 애처로웠다. 굳이 꽃사진을 찍으러 다녀야 하나, 회의를 품으며 돌아선 날이었다.

꽃들의향기 2019.03.15

수양매화

제주도 '노리매'에는 수양매화가 많이 심어져 있다. 수양벚꽃은 자주 봤지만 수양매화가 있는 줄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수양버들처럼 늘어진 가지에 매화꽃이 화사하게 피었다. 수양버들과 매화가 만난 교배종이리라. 매화에 대한 고전적 이미지가 강한 탓일까, 수양매화 스타일은 어색하다. 코디가 안 된 옷을 입은 느낌이다. 수양벚꽃은 잘 어울린다 여겼는데, 수양매화는 그렇지 못하다. 매화는 굳고 꺾인 매화나무 가지에 피어야 제 맛이 난다. 어쨌든 흥미로운 매화의 한 종류다.

꽃들의향기 2019.03.08

홍릉수목원 풍년화와 복수초

Y 형과 홍릉수목원에 들리다. 나무꽃인 풍년화와 풀꽃인 복수초를 만나다. 풍년화는 홍릉수목원에서 제일 번저 피는 꽃이다. 원산지는 일본으로 잎보다 먼저 진한 노란색의 꽃이 피며, 일찍 필수록 풍년이 온다는 얘기가 전한다. 꽃이 형태가 특이하다. 우리나라에는 1931년에 들어왔다. 복수초 역시 꽃을 피우고 있다. 남녘까지 못 찾아가니 가까운 여기서 이른 봄을 느낀다.

꽃들의향기 2019.02.23

올해 첫 매화

천리포수목원에서 올해 첫 매화를 보았다. 굉장히 일찍 피는 품종인 것 같다. 가지가 꽈배기처럼 꼬불꼬불 비틀어진 모양이 특이하다. 꽃봉오리가 많은 걸 보니 이제 막 개화하기 시작한 듯하다. 실은 납매를 보러 천리포수목원에 찾아갔다. 4년 전 기억을 더듬어서다. 바람도 쐴 겸 아내도 동행했다. 납매는 매화 느낌이 나지 않지만 향기는 닮았다. 나무 가까이 서 있으면 매화 향기가 진동한다. 2월 하순에는 남쪽 지방으로 매화 여행을 떠나볼까 한다. 통도사 홍매, 화엄사 흑매, 산청 삼매 등 찾아볼 매화가 여럿 있다. 중요한 건 때를 맞추는 일인데 얼마나 개화 시기와 맞을 지는 모르겠다.

꽃들의향기 2019.01.29

경안천 고마리

고마리 피는 곳이 어디 경안천만이겠는가. 가을이면 우리나라의 물이 있는 곳 어디서나 지천으로 피어난다. 얼마나 많이 자라기에 '고만' 피라고 '고마리'라 불렀을까. 고마리 어원이 '고마운 이'라는 설도 있다. 하수구 물을 정화하는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심지도 않았는데 제가 알아서 자라나 물을 맑게 해 주니 더 이상 고마울 수가 없다. 흔하다고 소홀히 여기지만 고마리 꽃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보석처럼 예쁘다. 연꽃을 찬탄하지만 고마리 꽃도 그에 못지않다. 물의 청탁을 가리지 않고 맑게 피어나는 네 모습이 아름답다.

꽃들의향기 2018.10.17

개쑥부쟁이

가을이면 남한산성 성곽을 따라 쑥부쟁이가 환하게 피어난다. 쑥부쟁이는 이름처럼 정겹고 친근한 우리 꽃이다. 구절초가 귀족의 우아한 분위기라면, 쑥부쟁이는 서민의 소탈함을 보여준다. 남한산성에서 가을에 제일 많이 볼 수 있는 꽃은 쑥부쟁이 중에서도 개쑥부쟁이다. 미국쑥부쟁이도 자주 보인다. 쑥부쟁이와 개쑥부쟁이는 꽃 모양으로는 쉽게 구별이 안 된다. 그냥 산에서 보는 대부분의 쑥부쟁이는 개쑥부쟁이로 보면 된다. 쑥부쟁이는 습기가 많은 곳에서 자란다. 성곽 아래 피어난 쑥부쟁이를 보면 가을이 깊어간다는 걸 재삼 확인한다.

꽃들의향기 2018.10.11

물의정원 코스모스

꽃밭에서는 누구나 선남선녀가 된다. 꽃을 보며 화를 내는 사람은 이때껏 보지 못했다. 꽃밭에서는 꽃만큼 사람도 예쁘다. 코스모스를 보러 물의정원에 찾아가다. 이곳에 심은 종류는 주황색의 황화코스모스다. 파란 가을 하늘과 어울린 색깔이 강렬하다. 이번에는 주로 50mm로 찍어보다. 그동안 소홀히 했던 단렌즈를 이리저리 시험해 보는 중이다. 어디선가 '아름다운 강산'이 울려퍼지는 것 같다. "하늘은 파랗게 구름은 하얗게 / 실바람도 불어와 부풀은 내 마음 / 나뭇잎 푸르게 강물도 푸르게 / 아름다운 이곳에 내가 있고 네가 있네." 노래 가사처럼 아름답고 고마운 우리 강산이다. 감사하고 행복하다.

꽃들의향기 2018.10.04

탄천 코스모스

힘들게 탄천을 찾아갔더니 올해는 코스모스 꽃밭을 안 만들었단다. 다행히 귀퉁이는 조금 남아 있어 아쉬운 대로 허기를 달래다. 사진은 발로만 찍는 게 아니라, 요사이는 정보력으로도 찍는다. 20년 전 필름 카메라 시절에 쓰던 105mm 마크로를 꺼내서 테스트해 보다. 끼익, 하는 소리가 크게 나지만 오토 포커스도 그런대로 작동된다. 사진도 신형 마크로와 별 차이가 없다. 렌즈 기술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결국은 카메라를 만지는 사람의 마음으로 귀결되는 게 아닐까.

꽃들의향기 2018.10.03

눈빛승마

승마(升麻) 종류에는 여럿이 있으나 대표적인 게 촛대승마, 눈개승마, 눈빛승마다. 그중에서도 순백의 꽃이 크고 풍성한 건 눈빛승마다. 이름도 멋지다. 눈처럼 환한 빛을 낸다는 뜻이리라. 눈빛승마가 모여 있는 곳은 흰 눈이 내린 듯하다. 한 개체를 보면 하얀 드레스를 입은 가을의 신부 같다. 깊은 산에서 자라는 눈빛승마 꽃은 9월에 볼 수 있다. 키가 커서 사람을 넘어서기도 한다. 화사하면서도 무척 시원시원한 꽃이다.

꽃들의향기 2018.09.29

나리공원 천일홍

양주 나리공원의 천일홍 꽃밭을 담아 보았다. 비가 오락가락한 날씨여서 색감이 화사하게 살지는 못했다. 천일홍은 파란 하늘 배경과 잘 어울릴 듯 싶다. 양주 천만송이 천일홍 축제는 지난 주말에 열렸다. 그때는 엄청난 인파가 몰렸다는데 우리가 찾은 때는 평일이고 날씨도 궂어 한적했다. 날씨와 조용함을 맞바꾼 셈이다. 핑크뮬리는 이제 막 개화를 시작하고 있다. 색감이 살자면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꽃들의향기 2018.09.20